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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에 일으킨 반란은 성공한 셈인가?


BY talktalk 2003-02-03

결혼 8개월차...

그동안 우울증, 가끔 끓어오르는 분노가 일 때에는
자신을 걷잡을 수 없었다.
시가의 부당함에 이대로는 못산다는 강한 마음을 먹고 나니
딱 까놓고 이야기 할 기회를 보다가 1차 실패로 끝나고
2차 작전개시로 18쪽에 달하는 편지를 시부에게 전달했었지.
반응없으면 내버려두자고 작심하고서...

그리고 이번 구정 때 움직이지 않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남편에게도 움직이지 말것이며 기다려보자 했다.

반응이 없더니 30일 저녁 시부에게서 전화가 띠리링~~~
새로 바꾼 전화번호를 시가에 알리지 말라는 남편이었는데...
시부가 집전화를 어찌 알았을까?
남편에게 전화해서 메모한 것 같다.

남편이 전화를 받으니 올 명절, 큰집에 가라고 하신다.
나~슬그머니 화장실로 향한다.
빼꼼이 열린 문 사이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 귀울인다.
며느리 바꿔달라 하니 남편은 잠시 자리를 비웠으니
나중에 다시 하시면, 아니면 전화하라고 할까요 한다.

5분정도 지나니 또 전화가...
화장실에서 나는 알 수 없는 복받침에 꺼억꺼억...
시가의 부당함은 언젠가는 이야기를 해야만 될 것이라고서
반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막상 시부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니
어른에 대한 한줌의 미안함이 밀려오는 것은 왠일인가.
그래서 잠깐 눈물을 훔쳤을 뿐이다.
시부의 전화가 겁난 것은 아니다.

추스리고 나니 '전화하라'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전해 들었지만
시부에게 하지 않았다.
다음날 31일,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내가 전화하면 무슨 말씀을 하실까?
그 어떤 말도 듣고 싶지가 않았다. 결국 하지 않았다.

편지 내용 중 문제가 된 시누의 발언, 오빠의 문제 등을 짚고 넘어가면서
내가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고 속병이 들어있는지
이제는 아버님도 아셔야 한다고 썼었다.

시누가 사돈어른을 거론한 사실은 평생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라고
썼다.
시누이가 어떤 존재이길래 부모의 월권행위를 하느냐고 썼다.
감히 누구도 함부로 사람을 무시하라는 권리가 없다고 썼다.
그 누구도 형제라는 이유로 해서 며느리라는 이유로 해서
이 가정을 힘들게 할 경우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라는
겁없는 표현까지도 했다.
시누가 이혼하라는 말을 해서 그에 대한 답변으로
그 누구도 시가에서 이혼하라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썼었다.

최종마무리는 아드님이 이혼을 결심하고 있다고...
그 이유는 본가에서 내뱉은 그 동안의 말로 인해 남편 자신도
힘들어서 한 가정을 포기할려고 하고 있다는 것과
새로 이룬 한 가정보다 부모에 대한 사랑, 형제에 대한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만을 선택할려고 하고 있다는 내용을 덧붙히면서
돌려치기로 내용을 마무리 했다.
(나의 저의는 남편의 이혼을 막아달라는 목적이 아니라 그만큼
남편이 당신들로 인해 힘들어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 뿐이다)

내가 그동안의 시가의 일로 힘들어서 이혼한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너지면 내 가정이 무너지니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릴 수밖에 없다고...
그 속병을 내가 치유해야 하는 이유로 편지를 드렸다고 했다.
그리고 자식이 이혼의 지경까지 와있다고 내가 돌려치기 한 내용에 시가에서 겁을 먹은 것 같다.
자신의 아들, 오빠가 본가로 인해 이혼한다니...
아서라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고...


그날 저녁,
시가의 반응이 어떠한지 남편에게 한마디도 묻지 않으니
남편의 입에서 한마디씩 시가의 반응이 드러난다.

원인제공자인 시누이가 남편에게 전화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하는데...

오빠가 그런 일로 그렇게 힘들어하는 줄 몰랐다고...
'집안일 신경쓰지 말고 두 부부 잘 살라'는 말을 했다나?
잉?
시부가 시누에게 편지를 보여 드렸나보다.
(처음부터 적당한 거리를 둘 것이지 어쩌자고 나를 잡았냐 말이다.
사돈까지 잡았냐 말이다)

시동생, 남편에게 전화해서 형수님, 새해 복많이 받으시라고
전해 달라고 했다 한다.
(그렇지...시누의 월권으로 부모를 무기로 두 며느리에게 함부로 한다면 시가도 편치 않을 것이라고 썼었지. 시부는 이 표현에 며느리를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 것을 느끼셨을까?)

남편이 시가에 보낸 너의 편지로 인해 얻은 것은 있다고 한다.
얻은 것이 무엇인가?
두 사람의 뜻대로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는 일단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나란 사람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시가의 그들도 알았으니까...
그리고 며느리, 며느리라 해서 시가에 가져다 붙히지 말라는 언질을 했으니까.
나란 사람을 맏며느리로써 시가사람들에게 포기를 시킨 셈이다.

시가의 주위를 생각해보면 나는 분명 그들의 틀로 보았을 때
이러쿵 저러쿵할게 뻔하겠지.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면 시가의 어른들은 주위의 친적들이 맏며느리가
왜 그러냐는 비난을 하는지 알 수 없었겠지.
그들이 내뱉은 말을 내가 편지로 짚고 넘어갔으니
주위의 친적들이 어떤 비난을 해오더라도 자신들의 잘못에 자신들의 가슴이 아프겠지.

이 가정이나 시가도 소득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반란은 성공한 셈인가?

이제 내 마음속의 그동안의 울화병은 사그러졌다.

단 한가지 의심스러운 것은 남편의 이 말.
'얻은 것은 있으나 결국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것이 아니었냐고...'
즉 시가의 관계를 제자리로 되돌리려고 한다는 점이다.
맞는 이야기이지만서도
나는 시가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의 선'을 긋고서 살고 싶은 마음이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 나는 시가에 종이 되어버린 듯한 그 느낌에서 헤매었었고
결혼에 대한 회의도 느껴보았지만 이제 스스로 떨쳐버렸으니 홀가분할 뿐이다.

맏며느리자리 사표 냈습니다.
시가, 어떤 것으로든 나를 옭아맬 수 없습니다.

내 가치관으로 살 것입니다.
내가 당신들의 가치관에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열심히 욕할 일 있으면 하십시오.
그렇게 허공에 대고서 떠드십시오.
허공에 대고 나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이야기를 또 하시던가
아니면 허공에 풀어버리세요.
단, 나는 당신들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나는 이미 후덥지근한 그 시가의 터널에서 빠져 나왔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