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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수같은 친정 엄마


BY 딸딸딸 2003-02-20

우리 친정 엄마 낼 모래면 환갑입니다.
??은 시절 아부지가 여자 문제로 어지간히도 엄마 속을 썩힌 모양인지 그 얘기만 나오면 지금도 울고 불고,죽네 사네...어린 시절 우리 앞에서도 정말 보일 꼴 못 보일 꼴 말도 못하게 하고 살았습니다.
거기다 우울증에 쇼핑 중독증,뭐라던가 기억은 안 나지만 한번 돌(?) 때마다 집안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도 없이 쑥대밭이 됩니다.
옆에 있는 가족들이야 잠을 자건 말건 새벽 두세시에도 고래고래 노래 부르고,라디오 왕왕 틀어대고,그러다 어딘가 한 바퀴 휙돌아 오고 그러고 나선 낮에는 꾸벅꾸벅...
내 나이 서른 넘었지만 지금까지 엄마라고 따뜻한 정 한번 느끼고 산 적이 없답니다.
사춘기부터 대학 다닐 때까지도 로션이니 화장품 산다고 엄마한테 떳떳이 돈 타 쓴 기억이 없습니다.
"로션은 무슨 로션?그거 안 발라도 나는 피부만 좋았다."
그러면서 정작 낼 모레 환갑인 본인은 눈밑이 늘어졌다고 수술하는데 얼마나 드나 하며 알아 보고 다닙니다.
그러는 당신 딸은 서른 갓 넘긴 지금 삼십대 후반으로 보는 사람까지 있는데요.
첨엔 엄마를 이해해 보려고도 했는데요.
지금은 정말 차라리................
딸인 제가 이러니 며느리한테야 오죽하겠습니까?
한번 열 받을 때마다 이년,저년 욕지거리에 딸인 내가 들어도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게다가 올케랑 사이가 안 좋아서 한번 다툴 때마다 책임감도 없이 오빠랑 갈라서라는둥.
이것도 연중내내는 아니고 일년에 부정기적으로 두서너번...것두 환장할 것이 우리 가족들은 정말 피가 바싹바싹 말라가는데 정신과 가 보면 별 이상 없다고 대수롭잖게 진단해서 거기에 더욱 본인은 의기양양.
엄마는 그렇게 아빠랑 지지고 볶으먼서 살아도 이혼 안 하고 자식들 매여 산 것만도 어디냐고 벼슬이지만 사실 우리 오남매 공짜로 산 것 하나 없습니다.
전 물론이고 사춘기 시절 엄마 땜에 유서 한장 안 쓴 애가 없을 정도랍니다.
차라리 진작 이혼했으면 그리움이나마 남았을 텐데 정말 이젠 웬수같은 생각 밖엔 안 듭니다.
삼십평대 아파트 살면서도 집은 늘 난장판,발 디딜 틈이 없고 냉장고 음식들은 썩어 나가면서 김치냉장고만 두대,베란다,다용도실 할 것 없이 아직 개시도 못한 살림살이들이 그득그득합니다.
급기야 지난 가을엔 아빠랑 우리 형제들까지 엄마를 어디 요양원같은데 보내자고 의견이 모아졌는데 그래도 딸자식이라고 웬수같은 엄마지만 요양원 같은데서 쓸쓸히 지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하지만 요즘 같에선 한시라도 요양원 가서 편히 지내시라고 등 떠다밀고 싶은 심정입니다.
무엇이 엄마나 아빠,자식들을 위해 최선일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