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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나를 부끄러워 하실까.


BY 부끄러운 며느리 2003-02-20

시아버님이 많이 편찮으시단다. 편찮으신단 얘길 듣고도 늘 건강이 안좋으셨으니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겼는데 이번에 좀 심각하단 형님말에 전활 드렸다."여보세요" 하는 아버님 음성이 아픔을 못이겨 너무 힘드신 상황이란걸 짐작할수 있을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만 그 음성으로 난 눈물이 나 말을 이을수 없었다. 그냥 울고만 있었고 계속 죄송하단말씀만 드렸다. 나 살기 바쁘다고 전화도 자주 못드리고 멀리있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가 뵙지도 못하고 이래저래 마음이 아파 울기만 했다. 아버님은 괜찮다시며 오히려 날 위로 하셨지만 난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프고 너무 죄스럽다.

시댁에 가야겠다. 마음이 급해졌다. 아버님껜 내가 아무런 도움이 못되지만 긴 병간호에 지쳤을 어머님을 위해 시댁에 가야겠다. 그래서 늦게까지 몇일집을 비울 대비를 했다. 반찬이며 대청소며 집에서 처리하는 남편일까지 해놓고 시댁에 전활드렸다.
"어머님 저 내일 내려갈께요."
"오지마라 괜찮다.오려거든 나중에 애비차타고 편하게 오너라" 여기까진 먼데있는 내가 애 둘 데리고 온다니까 힘든다고 그러시나보다 하겠다.
근데 그 억양이 너무 강해 오히려 내가 오는게 어떤 싫다는 느낌이 자꾸 든다 . 내일은 절대 오지마라 하시는데 그래도 내가 가겠다니까
아버님께 말씀하시는 어머님의 귓속말이 전화선을 타고 들리는데 내일 손님이 오시기로 돼있는것 같다. 그래서 어머님이 내게 그렇게 오지말라시는것 같다.

어머님은 나를 부끄럽게 생각하시는걸까.
남편은 고시생이었다. 그러나 꿈을 접고서는 부모기대를 저버리고
식당를 했다. 장사꾼이라곤 아무도 없는 이 집안에서 시어른 특히 어머님은 우릴 부끄러워 하셨다. 덜컥거리는 똥차를 타고 시댁에라도 가면 어머님은 우리차는 다른 아파트 단지에다 세워놓고 오라셨고
우리차로 바람쐬러가자 그러면 어머님은 그런차타고 어떻게가냐며 형님의 중형차정도는 되야 된다며 하신 분이다.
IMF가 터지고 직장인들의 목숨이 파리처럼 위태러워지자 그때서야 우리 장사를 인정하셨고 그때부터 주위사람에게 우리가 장사한단걸 알리셨다. 난 시어른께 흡족치 못한 며느리였다. 만약 남편이 고시 실패하고 장사꾼만 아니였으면 시댁은 아무리 당신아들이 좋다해도 나같은 고졸 며느린 눈에 차지도 않을 그런 분들이시다.
어머님은 늘 내게 불만이셧다. 옷이 추리하다. 머리모양도 보기싫다. 신발도 그것밖에 없냐. 애들옷은 왜이리 촌스럽냐. 그러실때마다
난 주눅이 든다. 잘난집안에 나같은 며느린 정말 부끄러운 존재일수 밖에 없는지. 시댁에 가면 늘 아래위 훑어보는 어머님게 정말 거부감이 생긴다.
아버님의 오랜 병으로 평탄하게 살아오지못하신 어머님이 늘 가엾고 불쌍하다. 지금은 보살핌을 받으셔야 할 연세지만 아직도 아버님이 편찮으시므로 힘든 생활을 하시는 어머님이 난 안스럽다.

이해할려고 나도 무척 많은 날을 힘들어했다.
다른 형제들에겐 왜 안오느냐며 그렇게 스트레슬 준다는데
난 너무 강하게 오지말라고 하시는 어머니이 오히려 스트레스다.

하나라도 도움이 되고싶어 먼길을 갈려고 했었건만
어머님의 그 말씀이 내겐 상처아닌 상처가 되어 시댁에 가기를
오히겨 망설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