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00

임신푸념


BY 일일공부 2003-03-14

3월 9일... 예정일을 넘겼다.
태동도 빠르고, 머리를 아래로 돌리고 내려가는 것도 빠르고,
모든 임신진행 상황이 빨라서 나오기도 빨리 나올 줄 알았더니만
아직도 배 안에서 꾸물거린다.
첫애는 보통 늦게 나온다고 해서 그러려니.. 생각하지만
아직도 태동을 너무 힘차게 해대서 짜증이 솟을 때는 어쩔 수 없다.
꼭 새벽에 한 시간씩 쉬지도 않고 움직여댄다.
아무래도 태어나면 밤낮을 바꿔 살 듯해서 불안하다.

울 엄마 전화해서 애 너무 커지면 어쩌냐고 성화다.
나올 때 속썩이면 안되는데.. 걱정에 땅이 꺼진다.
울 시엄마 다 니가 안 움직여서 안 나오는 거란다.
잠만 자지 말고 청소도 하고 많이 움직이란다.
ㅋㅋㅋ... 나 아직도 몸 가볍게 매일같이 잘만 돌아다닌다.
지하철 한 정거장도 떨어진 마트도 매일 걸어서 갔다온다.
요즘도 신랑 아침 한끼 걸러서 보낸 적 없고, 과일까지 갈아 먹여
출근시킨다.

허리 아픈 우리 엄마(사고로 장애인 진단까지 받으셨다) 애기 나오면
애 봐줄 생각하신다.
아빠 사업이 어려워서 엄마살림 너무 어렵다.
그래서 내가 용돈 많이 드린다 했다.
엄마 미안해 어쩔줄 모르신다.
우리 시엄마 이제 50을 갓 넘기신(우리 신랑을 나이 20에 낳으셨다) 건강한 분이다.
결혼하고 3년이 다 되도록 불임일 때는,
애만 낳으면 자기가 다 봐줄텐데 애도 못 낳는다고 난리시더니,
저번에 오셔서는 자기한테 애 보라고 할까봐
밤에 잠도 못 잔다고 선수치신다.

우리 엄마 없는 살림에 애기 출산준비물에 출산비용까지
다 마련해 주고 가셨다.
아버님 연금에 30평대 아파트에 시골에 땅에..., 당신 사시는 데 아무 지장 없는 우리 시엄마 산후조리원 간다 했더니만
그 비싼 데 뭐하러 가냐며 그 돈 반만 자기 주고 자기한테
산후조리 하란다.
얼마 전에 가지고 있던 빌라 파셔서 목돈 가지고
계시다는 걸 알기에 더 화가치민다.
돈을 바래서가 아니다.
첫손주 나오는데 내복 한장 안 사오시는 그 마음이 서럽다.

말 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돈 있고 당당한 시엄마와 어려워진 살림에 기 죽어 있으면서도
딸한테 다 퍼주는 우리 엄마가 자꾸 눈에 밟힌다.
내 뱃속에 있는 울 애기...
얘가 친할머니 친할어버지라고 따르면 화가 날 것 같다.

애기 낳으면 바로 보러 오시겠지? 했더니
(시집은 지방이다)
울 신랑도 자신 없단다. 자기 부모지만 손주 대하는 마음이
다른 부모같지 않은 것 같다면서... 나한테 미안해 한다.

아... 벌써 우울증인가?
임신하고 출산이 가까워 오니 미운 사람들은 더 미워진다.
아직도 뭔가 바라는 마음이 있으니 서운함도 생기는 거겠지.
마음을 좀더 접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