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세상이 개벽을 해서, 사글세를 살던 한 가난한 주부가
'돈벼락'을 맞았다.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17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거금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세금을 제하고도 130억원.
은행에 넣어놓으면 한달에 이자만 7000만원이 나온다니, 서민들에게는
정말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호화스럽게 생활한다고 해도
한달에 들어오는 이자를 다 쓰기도 벅찰(?) 것이다.
사글세를 내며 끼니를 걱정했을 그 주부는, 이제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써야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사람들은 "그 여자는 무슨 복에 그렇게 큰돈을 벌었나"라며 질투와 함께
부러움을 느낀다. 더욱이 '제2의 IMF'라고 불리는 어려운 시기라서 더
그렇다. 한편으로는 허탈감도 느낀다. 죽어라고 일해도 한달에 돈백만원도
못받는 여자들이 많은데, 그 여자는 한방에 170억을 벌었으니 한마디로
일할 맛이 안 난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로또복권은 사람들의 사행심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는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복권의 사생아인지도 모른다. 사람들 모두가 일확천금의
꿈에 빠져 로또로 몰려드는 풍경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돈이란 참 묘한 것이다. 하루아침에 사람의 신세를 확 바꾸어줄 수 있는
마력을 지녔으니. 그 사글세 주부는 이제 집주인도 하찮게 보일 것이다.
아파트를 몇십 채씩 살 수 있는 돈이 생겼으니---. 이 세상을 모두 다
가진 것 같은 기분도 들것이다.
아마도 그 주부의 심성도 바뀔지도 모른다. 가난에 대한 한(恨)을
풀기 위해 돈을 물쓰듯이 쓸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퍼스낼리티 자체가
변할 수도 있다. 언젠가 1억달러의 복권에 당첨된 한 미국인남자가
돈을 물쓰듯하며 온갖 사치를 부리다가 결국엔 옛날의 가난뱅이로
돌아갔다는 일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청주의 그 주부가 그렇게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란 것이
지닌 '위험성'은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래된 얘기지만
경북 점촌에 사는 한 남자가 초창기 시절의 주택복권 1등에 당첨이
됐는데,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동네사람들 관광을 시켜줍네, 불우이웃을
돕네 하며 호기를 부리다가 1년도 못가 '빈손'이 됐던 얘기도 있다.
베이컨은 "돈은 좋은 머슴이기는 하지만, 나쁜 주인이기도 하다"고 했다.
돈을 머슴처럼 부릴 때는 괜찮지만, 돈의 노예가 돼서는 안될 것이다.
하이네는 "돈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건, 너무 적게 가지고 있는 것보다
괴로운 일이다"고 말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이라면 부담스러울 것이다.
쇼팬하우어는 "돈이란 바닷물과도 같다. 그것은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말라진다"고 말했다.
돈은 있으면 있을수록 더 갖고싶어지는 것. 돈에 대한 적당한 소유. 그것이 필요한 것이다.
프랭클린은 "행복하자면 두 가지 길이 있다. 욕망을 줄이거나, 소유물을
늘리거나 하면 된다"고 말했다. C.플록은 "행복이란 과잉과 부족의 중간에
있는 조그마한 역이다"고 말했다. 욕망을 적당히 절제하고 살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니체는 "세상에는 우리의 침울한 두 눈으로 발견 할 수
있는 이상의 행복이 있는 법이다"고 말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숨어있는 행복이 보인다는 것이다. 라 로슈푸코는 "가장 현명한 사람은
큰 불행도 작게 처리하여 어리석은 사람은 조그마한 불행도 현미경으로
확대하여 스스로 큰 고민 속에 빠진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지만, 괴테는 "기쁘게 일하고, 해 놓은 일을
기뻐하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했다. 일을 할 때는 기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나중에 그 일에 보람을 느끼며 그 일로 인해 발생한 수입으로
우리가족이 먹고산다는 사실에 감사한다면, 그게 바로 우리의 행복이
아니겠는가? 몽테뉴는 우리에게 말한다.
"기도는 하늘의 축복을 받고 노동은 땅에서 축복을 파낸다. 기도는 하늘에
차고, 노동은 땅에 차니, 이 둘이 당신의 집에 행복을 실어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