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의 내 모습을 보니... 정말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치밀어오른다. 나도 내가 가증스럽다. 나의 이중성에 신물이
넘어온다.
주말마다 시댁에 가고, 시부모님 뜻에 한번도 거역한적 없는
착한 며느리. 아이들 건강하게 잘 거두고, 교육도 잘 시키는
엄마, 남편 뒷바라지 마다않고 데려오는 야밤의 술손님조차
늘 반갑게 맞아주는 아내....
그러나 이것만이 아니다.
착하고 순한 모습 뒤에 숨겨진 나의 또다른 모습. 나는 남편을
혐오한다. 나에게 애정은 고사하고 관심도 없는 남편. 밤늦도록
어디에서 뭘하는지 집밖에 나가면 절대 전화하지 않고 핸드폰도
받지 않는 남편. 부부관계는 1년에 다섯손가락으로 충분히
셀수 있고 심지어 내가 등이라도 만지기라도 하면 짜증과 성질을
내는 남편....
이런것이 이유가 될 수는 없지만... 나는 바람을 핀다. 어떤
이유로도 납득될 수 없는 짓을 하고 있다. 정말 돈 없고 힘들어도
사랑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 잠들어있는 남편을 칼로 찔러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정히 걸어가는 부부를 보면 돌로 그들의 뒷통수를
쳐버리고 싶었다. 남편을 닮은 아이를 보고있으면 이유없이
분노가 치밀었다. 흐린 날엔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도 싶었다.
이혼을 하는 것이 답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내 아이들이
입을 상처와 지금껏 단 한번도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고
살았던 내게 그것마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남들이 쉽게 하는
말처럼, 나는 취미를 가지려 노력했고 일에 몰두해보려고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단기적인 망각일뿐 근원적인 치유는
아니었다. 그렇게 나 혼자 힘들어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착한
며느리로서, 좋은 엄마로서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 애썼고
어느 순간... 내겐 더 이상의 여력이 없음을 느꼈다.
그 사람과 만나기 시작한건 2년쯤 전이었다. 대학교때 만났던
친구였던 그에게서 연락이 왔고... 그저 좋은 친구로 1년을
보냈다. 작년부터는... 두달에 한번쯤 만나게 되었고,
넘어선 안될 선을 넘고 말았다. 만나고 돌아서면서 늘 후회하지만
나는... 또 다른 나의 욕구가 그로 인해 충족됨을 느낀다.
그와 만나고 나서는 더이상 우울증에 시달리지도, 죽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도 않는다. 아이들과도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편의 무관심을 나 역시 더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고 우리 가족은 표면적으로는 너무나 평온하기만 하다.
그러나...
나 스스로에 대해 치미는 역겨움만은 어찌할 수가 없다.
조금씩 그 강도가 줄어들고 있는 죄의식...
다시 예전의 지옥같은 생활로 돌아가는 것 역시 내겐
두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