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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글에 목이 메어 한참을 울었습니다.


BY 행복한인생 2003-03-25

어제밤에 글 올리고 있는데
신랑이란 인간이 시모하고 술을 마시더니 자려고 방에 들어오더군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침대에서 잔다는건
차라리 동물우리에서 같이 자는게 낫지,
그 인간하고는 같은 공간에서 숨도 쉬고 싶지 않아서
당신이 들어와 자면 내가 거실에서 잔다고 했더니
한참을 노려보더니 나가네요.

아니..
그전에 시집에 돌아와서 라면 국물에 밥 말아 먹고
면은 먹지도 못하고 다 버리고 나니
아침에 독한약 때문에 늘 한두숟가락 밖에 먹지 못하는지라
배가 일찍 고프더군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지만
나만 손해다 싶어서
거실 소파에서 자는 신랑을 깨웠습니다.

왠일인지 바빠서 병원에도 못온다는 인간이
저 퇴원한다고 병원와서 여기로 데리고 오더니
다시 회사에 안가냐 했더니 안가도 된다고 하고
약 처방전 주고 약 지어오라고 했더니
소주 두병에 오징어까지 사와서 소주를 마시려고 하길래
제가 같이 마시고 죽어보자고 으름장을 놓았더니
안마신다고, 그냥 사와본거라고 또 둘러대더군요.
같이 사온 사발면을 끓여 먹더니
소파에 누워 또 쿨쿨 잠을 자는데
그 꼴 보기가 싫어서 7시반쯤되서
고기 먹고 싶다고 저녁먹으러 나가자고 깨웠죠.

집 근처 고기집으로 가서 소갈비를 먹는데
고기를 먹는건지, 나무토막을 씹는건지...
아무 맛도 느껴지질 않았지만
몸을 생각해서 정말 열심히 먹었죠.

먹다가 제가 그랬습니다.
여기오기를 당신도 바라고 어머니도 바라고
당신들 마음 편하게 해달라고 해서 왔다,
더 바라는건 뭐냐 했더니
없다고 합니다.
솔직하게 지금 말하라고 항상 나중에 뒤통수 치지 말고
지금 말하라 했더니
아무 말도 없이 옆으로 돌아 앉아 내가 말하는걸
듣고 싶지 않다는 식으로 다른데만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할말 다했죠.
나, 여기로 오기는 했지만 당신한테 웃으며 반겨줄 마음도 없고
그럴 힘도 없다.
시아버님 식사까지 챙길 힘도 없다.
당신은 내가 그러길 바라냐 했더니 저더러 하고 싶은데로 하래요.

늘 그런식이죠.
제가 기회주고 얘기좀 해보라 하면 아무말 없다가
불만 없다 없다만 하다가
나중에 뒤통수 치면서
내가 내생각만하는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하는 식...

집으로 돌아오니
시모가 오시더군요.
제가 분명히 동서네서 한달동안은 오지 말라 했는데도
그 잘난 시금치 나물한가지 해가지고 오셨더군요.
국만 끓여주고 얼른 갈테니 걱정말래이 하면서
신랑하고 훈제치킨까지 시켜서 소주를 마시고
당신방에 들어가 자고 아침 여덟시 반이 넘어서야 동서네 가시더군요.

소파에서 자는 아들을 보고 속이 뒤집혔겠지만
방으로 들여놓을 생각 눈꼽 만큼도 안생겼습니다.

저 인간은 나랑 싸우기만하면
회사도 나몰라라 지각하는 식입니다.
그런데도 회사에서 성실하다고, 인정받는거 보면 사람들 눈이
다 어떻게 된거 아닌가 싶습니다.

자는걸 나가서 신경쓰이게 하지말고 나가라고 하니까
나갈꺼니까 걱정하지 말래요.
내가 왜 당신 걱정을 하냐. 내 몸뚱아리 걱정하나라도
머리가 터질지경이라고,
어제까지 멈추었던 기침이 하루만에 다시 심해지니 이상하지
않느냐고, 나 죽이려고 작정한거 아니냐 했더니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립니다.

시모가 끓여 놓은 그 잘난 국...
국 데워 먹으래이, 국. 국, 하더니만
짐작한대로 저는 먹을 수 없이 맵더군요.
제가 전에도 썼었지만
이집 식구들은 청양고추를 매운 고추장에 찍어 먹어야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이라 이집에 들어와서 전 김치도 한쪽 못먹고
단무지 먹고 살았죠.

어련하시겠어요.
당신 입맛에 맞게 끓여 두었으니 제가 못먹게 매운건 당연하죠.
약이 워낙 독하고 병원에서 나오는 음식이 자극성 있는건
거의 없는터라 거기에 어느새 익숙해져서
시모가 끓여준 국이 입에 맞을리가 있나요.

하하...
우습게도 병원에 입원해서 병원 반찬이 맛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저 밖에 없을걸요.
자극적이지도 않고, 짜지도 않은게 어찌나 좋던지
열이 좀 내려서 밥을 먹을만 하니까
그 반찬이 얼마나 맛있는지, 반찬이 늘 모자랐죠.

퇴원하는 날 혼자 티비보다가 홈쇼핑보고서
김치를 주문해놨는데 내일쯤 도착할겁니다.
김치야 김치 냉장고에 가득이지만,
제가 입도 못대는 건데 저 먹을건 제가 챙겨야지 싶어서요.

못먹겠어서 제 입맛에 맞는거 샀다는데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하면
가만히 안있을랍니다.

그렇다고 친정돈 삼천만원 까먹고 엄마한테 김치 담아서
이리로 보내라고 하겠습니까.
알아서 맛있다고 하는 김치니 믿고 주문했죠.
배추김치며 열무김치,깍두기까지 골고루 있는데
침 넘어가더군요.
그런 김치에 물말아 밥한그릇 먹어봤음 싶더군요.

...
여러분이 남기신 글 읽고서 한참을 엉엉 울었습니다.
남보다 못한 신랑이란 인간..
시모하는 짓이야 무시한다고 쳐도
저 인간이 ,,결혼전에 나한테 그렇게 지극정성이던 그사람
맞던가 싶은 배신감에
나를 속이고 친정가게 만든 일은 스리슬쩍 넘어가려는 짓이
괘씸해서 죽어도 못봐주겠네요.

김치 내일 배달오면 그거 가지고 친정으로 가려고 합니다.

여기에 있으니 미열도 있는거 같고
아무것도 안했는데도 몸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피곤하니, 사람이란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걸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여러분 걱정하신대로
저, 제 목숨 아무렇게나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약 제때 안먹고 하면
또 금새 고열이 날꺼고 그러면 위험하댔으니
금방 죽겠지 싶은 생각이 드니
저 인간하고 이집 인간들, 나 죽으면 뭐라 할까
죽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여러분이 진심으로 걱정하신 글에 마음을 돌렸습니다.
울며 저한테 집으로 가자던 엄마 말...
결국 저 죽으면 엄마한테 가장 상처가 될걸 알기때문에
기대가 컸던 딸이
젊은 나이에 시집에서 병얻어 죽었다는
해외 토픽감 사연으로 가슴아파하며
늙어가실 엄마와 아빠를 생각하니
이대로 있다간 안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시모한테 그럴겁니다.
어머니 해주는거 매워서 도저히 못먹겠고
혼자서 나 먹자고 이것저것 하게도 안되고 하니
친정에 가야 겠다고...
그래야 내 몸이 좀 나아질것 같으니 어쩔수 없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
전 기본적으로 씩씩하게 사는 사람인데
이집식구들한테 질려서 이상해졌는데
다시 예전의 씩씩한 저로 돌아가야죠.

엄마한테 미안하고 제가 끼친 손해 삼천만원때문에
친정에서도 백프로 맘편하지는 못하겠지만
삼시 세때 밥은 입에 맞게 먹고
살림걱정 안해도 되니,
일단 제몸만 위하게 되겠죠.

다시 피토하고 기침을 하느라 밤을 세워도
자기 옆에 있어야 한다는 인간...
그게 사랑인가요, 집착이지...

시모가 되가지고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속상하다는게
다 핑계지, 반찬해다가 신랑시켯 병원에 가져다 준다고하고서
그 꼴난 콩자반 한가지 해놨더군요. 집에 와 냉장고를 보니...
그 마저도 가져다 주지도 않았지만..
친정에 있어도 시모가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다가
날라 줄수도 있는걸 내가 이집에 있어야 한다는건
억지뿐이죠.

왜 지금 당장 안가고 김치와야 가냐구요?
작년 저 결혼할 무렵에 엄마가 다치셔서 입원하는 바람에
김장을 못해 친정에도 김치가 없거든요.
엄마 친구들이 해준거 먹고 있는데
이왕 주문한거 가지고 가야죠.
신랑더러 가져다 달라하면 언제 가져다 줄지 기약없으니
제가 가져가야 겠어요.

지금도 엄마는 제생각에 얼마나 속타하실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네요.

매일밤, 저 입원하고 나서 엄마는 소주한병을 마셔야
잠을 잔다고 합니다.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제 목숨을 걸고 오기를 부리며 죽어가려고 했는데...
진심어린 여러분 글을 읽고 반성 많이 했습니다.
살아봐야죠.
부모 가슴에 못 박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하나만으로 견디고
살아보려고 합니다.
여러분....
정말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아니었으면 저 여기서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겠죠.
다시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다시 건강해져서 행복한 인생으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