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79

누가 내 마음을 알아주나?


BY 두 아이 엄마 2003-04-22

둘째 출산 후 요즘들어 우울증으로 많이 힘드네요.

하루에도 몇번씩 기저귀 빤다고 화장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있어야 하고, 밤낮이 바뀐 작은 아이는 12시만 넘어가면 울기 시작해서 계속 안고 흔들면 새벽 2-3시가 되야 자고. 신랑 아침밥 챙기느라 6시에 일어나 밥 해주고 다시 기저귀 빨고.... 큰 애가 작은 애 때릴까 늘 노심초사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고. 큰 애가 어지르는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어 집은 늘 어지러워 왕짜증. 집안 일은 해도 티도 안나고....

남편은 일때문에 며칠씩 늦고, 주말엔 자격증 공부 한다고 학원 나가고. 집안 일은 도와주긴 커녕 더 어지르고. 아이들 목욕도 내가 시키고.

난 바빠서 허둥지둥 하는거 보면서도 자기는 베게에 팔괴고 누워서 TV나 보고. 아이 치솔질이며 씻기는 것까지 나에게 맡기는 사람. 내가 왜 결혼 했을까? 이런 생각 최근들어 정말 많이 합니다.

천 기저귀 빨아가며 궁상을 떨고 살아도 통장은 늘 마이너스를 향해 바닥을 치고, 아직도 못갚은 전세 자금 대출금과 학자금 대출금 1000여만원. 그런데 올 여름에 천여만원을 더 올려서 이사가야 되니 미치고 환장하겠네요. 차도 오래되서 바꿔야 되는데 돈은 없구...

누구나 그렇듯이 저도 고상하고 멋지게 살고 싶었습니다. 저도 열심히 살았구요. 근데 저보다 더 불성실하게 산 친구들은 시집만 잘 가서 집 갖고 시작해 편안히 먹고 사는데 전 왜이런지 모르겠습니다.

시댁이 조금만 도와주면 좋으련만 결혼할때 전세금 한푼도 안도와줘서 결혼 4년동안 늘 빚입니다. 하기야 시댁도 어려운 판인데요 뭐...

전 지지리도 복도 없나 봅니다.

어제 이런 모든 것들이 터졌습니다. 혼자 막 울었습니다. 베란다에 꺼내서 넣어놓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둔 큰 상을 보며 소리질렀습니다. "내가 어떻게 베란다 정리 했는데... 상 좀 넣어주면 안돼? 이럴거면 어머님이랑 아버님도 오시지 말라고 그래"

몇 달 전 시부모님 오셔서 꺼낸 상 아직도 그대로 방치해 두어 앞베란다가 어지럽습니다. 무거워 전 넣지도 못하는데 저희 신랑 안도와줍니다.

"나만의 애들이야? 지는 누워서 TV 보고 애한테 엄마보러 이 닦아 달라고 해 하면서 설겆이 하고 있는 나한테 애를 보내?"

혼자 미친듯이 소리지르고 울었습니다. 엉엉엉....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했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언제 오냐고... 여느때처럼 대답은 봐야 된다고 하더군요. 목소리가 안좋은걸 눈치 챘는지 한참 후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왜그런지 얘기하라고 해서 안한다고 했죠. 계속 종용하기에 막 울었습니다. 힘들다구요. 잠도 부족하고 몸도 힘들고, 큰 애도 힘들게 해서 정신적으로 힘들다구요. 그리고 왜 안도와주냐고 소리질렀습니다.

밤 10시가 넘어서 남편이 급하게 들어왔습니다. 청소 도와주더군요. 그리고 갑자기 소리칩니다. "앞으로는 회사에 전화해서 울지마! 남들 다 하는걸 갖고 왜 유별을 떨고 난리야? 별일도 아닌걸 갖고..."

별일도 아닌 일... 다신 전화해서 안운다고 했습니다. 자기가 얘기해 보라고 해서 얘기 한건데... 정말 집안일 남편이 하고 제가 돈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난 정말 힘든데 남편은 별일도 아니라고 합니다.

그 이후 남편은 다른 방으로 가버렸습니다. 원래 둘째 아이가 많이 울어서 각방 쓰고 있던 차였죠. 아이는 어제도 많이 울었고, 저도 울고 그렇게 밤이 지나고 아침....

남편의 밥상을 차려놓고 다시 누웠습니다. 밥과 국이 식을까 뚜껑 덮어 놓고, 일부러 계란 후라이도 하나 했는데.... 다른 때와 다른건 제가 같이 밥 안먹었다는거 뿐...

남편은 밥도 먹지 않고 7시가 조금 넘어서 일찍 출근해 버렸습니다.
정말 속상합니다. 차려 놓은 밥도 먹지 않다니... 아직 화가 많이 났나 봅니다.

아이들 데리고 대구 시댁으로 갈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둘째가 아직 백일도 안된터라 장거리 여행이 막막합니다.

그래서 여기에 앉아 이렇게 글 씁니다. 정말 제가 유별난 건가요? 다들하는건데... 아이들만 저 준다면 이혼하고 싶은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