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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얼마나 날 초라하게 만드는지 ....


BY 당신의 친구 2003-05-13

며칠째 남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습니다
저도 사람인가 봅니다
몸도 마음도 태연한척 해보지만
내가 어찌 이리도 초라한지 ....

지난 주말 남편은 회사에서 가족들 모임으로 야유회를 다녀왔습니다
두 아이와 저는 집에 있었고요
예의상 같이 가자 한마디하고 에전과 다름 없이 그는 혼자 갔습니다
남편은 항상 그랬습니다
자기 아이들 돌 백일 한번 챙기지 않는 사람이
남의 아이 돌잔치가서 잠까지 자고 왔습니다
남들에게는 어찌 그리 잘하는 지요
남의 아이들은 어찌 그리 잘 챙기는 지요

이미 다 커버린 아이들인데
오늘 가슴이 더 아픕니다
아래의 슬픈 글 탓만은 아닌것 같은데
나는 다투지도 않고 화도 안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다짐한것이 있습니다
나에게 남편은 오래전에 없어졌으니
아빠라는 이름으로만 남아 준다면 그저 감사하리라 하고요
야유회에서는 재미있었나 봅니다
질투도 아니고 화도 안나고
그냥 내가 왜이리 초라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나 없으면 이세상에 그 아이 둘 뿐이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더 아픕니다
남편은 자신이 얼마나 나를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얼마나 초라하게 만드는지 정말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