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순간적으로 열이 받아서 머리에서 김나는 줄 알았다.
오래간만에(병원에서 퇴원하고 처음이니까 삼개월만인가)
나가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서 기분이 은근히 좋았었다.
저녁준비를 안해서가 아니라
남편과 나 둘만의 시간을 가진게 얼마만인가 싶어서.
신혼시절이라고 할 수도 있는 지금이지만
신혼다운 신혼 생활을 하루도 즐겨보지 못하고
첫날부터 시부모님과 뭐든 같이 하다보니
밥 한끼 외식하는데도 기분이 새로웠다.
게다가 얼마전까지 약 부작용으로 걷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그래서 부득이 외출은 꿈도 못꾸다가
요즈막에야 거둥이 좀 자유로와져서
퇴근하고 오는길에 닭갈비를 먹으러 가자고
남편이 전화를 했다.
나도 얼씨구나 하면서
끓이던 국을 마저 끓여놓고 가려고 마음이 급해졌고..
근데 아니나 다를까 효자 아니랄까봐
나한테 전화하고서
시어머니께 전화해서는
시부모님하고 동서네 식구들하고 전부다 같이 먹기로 했다고
나한테 다시 전화를 해서 거의 다 왔으니까
얼른 내려오란다.
늘 그렇지..
나한테 상의도 없고 자기 식구들은 끔찍히 챙기는 사람인걸
내가 깜빡했었나보다.
지난 일요일..
우리 만난지 딱 일년되는 날이어서
나는 나름대로 티셔츠도 한벌 사놓고
엄니가 왠일로 낮에 동서네로 가시길래
저녁에는 근처 생맥주집에 가서
나는 안주만 먹더라도 둘이 분위기도 잡고
얘기도 하고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시아버님이 그날따라 나가셨다가 일찍 들어오시는
바람에 그냥 프라이드 치킨 한마리 시켜서
아버님이랑 맥주한잔 하는걸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또 엄니까지 불러서
치킨을 세마리나 시켜먹고
맥주를 열캔도 넘개 마시고
다 자기들 잔치가 되어버렸다.
난 약때문에 맥주는 입에도 못대고
술이라면 어디 안빠지는 시집 사람들
잔치가 되어버렸다.
아구..
둘이 나가서 자장면 한그릇 먹기도 힘든다.
둘만의 기념일로 남기고 싶었는데
그것도 시부모와 함께였고
오랜만의 둘만의 저녁도 온식구 다모여모여가 되어버렸다.
다음주에는 영종도에 다같이 조개잡으로 가자고
시아버님이 스케줄을 잡으셨다.
난 아마 체력이 안바쳐줘서
못가겠지만
시동생 모형비행기 띄우는데도 다 같이 가길 원하고
못가는 사람은 집안 분위기 망친다고
은근히 구박하는 분위기...
남편..
저사람은 내가 서운해하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오늘 자기 맘대로 그렇게 해버리고 있단 사실이
참... 맥빠진다.
나랑 둘이 외식하면
내가 잡아먹을까봐 그러나?
다시는 둘이 뭐 먹으러 가자하기만 해봐라.
그래놓고 또 다 불러 모을거면서..
돈만 엄청 깨졌구나.
이런걸로 서운해하는 나는 속좁은게 틀림없는데
아직 인간되려면 얼마나 있어야 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