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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가득한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아이들 (펌 글)


BY 나도엄마 2003-06-13

편견 가득찬 어른들을 부끄럽게하는 아이들

- 회장된 1급 지체장애 윤인식군과 친구들 -

1급 지체장애아인 윤인식( 12. 부천 창영초교5 ) 군에게 지난달 작은 사건이 생겼다.
태어날 대부터 뇌성마비였던 탓에 남들보다 2년 늦게 입학했고,
아직 유창한 대화는 꿈도 못 꾸며 진도는 거의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체육시간엔 우두커니 친구들 뛰노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던
윤군이 학급 임원진 선거에 나가 회장으로 뽑힌 것이다.
담임 김인숙(38) 교사는 " 처음에 인식이가 나도 한번 출마해보고 싶다며
손을 들어 후보를 청했을때 솔직히 놀랐다" 고 말했다.
"그렇다고 말릴 수도 없고 어차피 되기는 어려울 테니 후보로 등록하는거야.."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윤군 말고도 회장을 하겠다고 나선 아이가 10명이나 됐기 때문이다.

윤군은 휘청거리며 단상에 나가 더듬는 어투로 " 시켜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 " 고
짤막하게 유세를 하고내려왔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이변이 생겼다.
윤군이 총 투표수 43표중 15표를 얻어 2위(5표)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반 회장에 뽑힌 것이다.
친구들이 뜨거운 박수로 윤군을 추대하자 오랜만에 그의 입가엔 밝은 웃음이 번졌다.
김 교사도 내심 걱정했으나 너무나 열렬히 윤군을 연호하는 급우들 정성에 이내 마음을 놓았다.
그러나 정식 취임까진 쉽지 않았다.
어머니 구정옥 (40) 씨가 이를 전해듣고 " 말도 안 된다 " 며 완강히 반대했기 때문.
매일 윤군 등하교길을 동행하는 구씨는 특수학교 아닌 일반 학교를 다니는 것만도 벅찬데
학급 임원의 중책을 맡을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었다.
김 교사에게 " 한번 더 고려해달라 " 는 부탁을 하고 구씨는 윤군과 함께 교문을 나섰다.
김 교사는 윤군이 없는 때를 골라 교실에서 급우들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 뭐가 어때서요? "
" 인식이는 잘할 수 있을거에요"
"우리가 뽑은 회장을 왜 어른들이 바꾸려 해요"
"힘들면 우리가 도울테니 그냥 하게 내버려둬 주세요"
하는 항의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
다음날 김 교사는 이런 상황을 편지에 적어 구씨에게 전하곤
" 인식이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기회 " 라며 양해를 구했다.
구씨는 아이들이 너무 고마웠다. 윤군은 아직 거동이 완전치 않다.
점심 급식을 탈 때 배식판을 들 수 있을 만큼 몸의 균형이 잡히질 않아
짝꿍이 항상 대신 타줘야 한다.
그런 사정을 너무 잘아는 구씨는 공연히 회장을 하면서 친구들에게
더 많은 폐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반대했던 것이다.
" 어느 부모가 아들이 회장이 되는 걸 싫어하겠느냐 " 는 게 구씨 심정이었다.
이제 윤군이 회장이 된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동안 두번 반 회의를 진행하면서 서툴렀지만
" 그런대로 잘했다 "는 친구들 칭찬을 들었다. 윤군의 장래 희망은 경찰관이다.
" 나쁜 사람들을 많이 잡고 싶다 " 는게 포부 당당 하고 싶은일은 몸이 빨리 건강해져서
방과 후에도 친구들과 밖에서 많이 노는 것이다.

*2003년 4월 12일자 조선일보 기사중에서.....

때론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