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해 두해를 넘기며 느끼는 것이지만 마치 내가 어떤 드라마나 소설속의 주인공
인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도 년초부터 시덥지 않은 일부터 대소사를 겪다가 그것이 끝이겠거니.. 위로하며
편히 지내려고 있었는데 이러다가 돌아버릴것만 같다.
우리 시집식구 소개를 간단히 한다면 대충 이렇다.
시부...: 우리 결혼식장에서 친정 작은 아버지가 비디오 촬영때문에 밝게 웃어달라고
주문을 했다는 이유로 사돈이고 뭐고 어른으로써 냅다 ' 거 대충대충하고
말것이지 웃사람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하고 고함을 치실줄 아는 호탕한 분.
시모...: 아들이 근무중이건 말건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 아들집 근처에서 파는
바지락이 싱싱해서 좋다며 저녁국거리 하게 시집까지 한시간 거리가 되는
건 아랑곳 않고 명령하시는 대단한 분이다.
울 신랑 넘 착해서 일하다 말고 또 사다드리는 효자다.
시숙...: 법적 정리가 아직 않된 홀아비로 가끔씩 경조사나 집안 행사때 동생한테
부담을 주는 얍삽이성격의 소유자.
ex) 어버이날 선물을 우리가 하면 대신 식사부담은 본인이 한다고 해놓고
시어른과 자기네 아이들까지 우리차에 실어놓고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고
도망가서 배신하는 넘!!
시누...: 9개월 만삭이 다 되도록 동생(우리)네 전화 한통화 걸어 "축하한다"고
말 한마디 안하는 주제에 뻔질나게 친정에 드나들며 며느리의 도리만
읊어대는 한심녀. 제사때 몸살이나 설거지만 거들어 달라고 도움을 청했더니
설거지 끝내고 행주빨고 있으려니 들어와 집앞에서 고교동창을 갑자기 만나
쇠주한잔 간단히 하느라 시간가는줄 몰랐다고 반대로 이해시키는 악질人이다.
거기다 지네 새끼 두마리까지 얹어 돌봐달라고 가버리는...
오래전부터 고민하던 문제가 닦쳤다.
돌아오는 토요일이면 시부의 생신이다.
작년부터 핸드폰이 가지고 싶으시다며 은근히 핸드폰 선물을 바라고 계시는
아버님때문에 이번에는 시숙과 반씩 부담해서 사드리기로 합의를 봤었다.
그런데 시숙이 사정이 있어서 우리더러 기계를 구입하고 통신비는 본인이 부담을
하겠단다. 그런데 시숙은 지속되는 약속은 잘 못지키는 사람이라 우리가 나중에도
통신비를 부담하게 될 확률이 크다.
내가 지금 스트레스를 받고 속이 상하는건 물론 이때문에 그런것도 있지만
2주 전부터 가진통이 조금씩있어 조산이 될 수도 있다고 병원서 입원을 하라그랬
다. 하지만 형편상 아직까지도 출산준비조차 못하고 있는데다가 출산후 산후조리
도우미를 부르기로 했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아 큰 걱정이라 입원은 꿈도 못꾼다.
원래 예정일의 코앞에 하필 명절이 있어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 사람들때문에 맏며느리도
아닌 내가 순전히 그 몫을 차지해야 하는데 더 기가 막힌건 출산후 한달이 못되어 또
제사가 있다는 거다. 그래서 눈 딱감고 주문차례상을 시키려고 결정을 했는데
손주볼 준비를 물어봐야하는 부모입장에서 벗어나 울 시부는 핸드폰타령만 하시고
제수용품얘기에 난리난리 역정만 내시니 절찾아 산으로 들어가 우리 아가와 함께
속세의 인연을 끊고 싶은 심정이다.
난 지금 이런심정인데 낮에 웃기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 남편의 퇴근시간은 오후7시. 그래도 30분정도는 사무실에서 늦게 나오는 편이다.
주말에 아버님 생신스케줄때문에 모든 일정을 조정한 모양이다.
그런데 시집에서 한통의 전화만으로 상황이 웃겨졌다.
무슨 대단한 잔치를 여는것도 아닌데..ㅎㅎ.. 평일인 금요일, 시부가 5시까지 모이라고
하셨단다. 내 배가 지금 이상태니 외식을 하기로 한모양인데 어디로 가게될진
몰라도 일하는 자식이 조퇴를 하면서까지 참석을 해야하는 중대한 행사며
몇걸음때문에 달수가 모자르게 손주가 나오게 될지도 모르는데 참석을 해야하는
중대한 시부의 생신!!! -.-;
나 시집와서 시부모한테 해마다 쌀사드리고 용돈 손에 쥐어 드리며 둘째지만 맏이처럼
티 않내고 며느리 노릇했다. 쏟아부어도 항상 모자르다고 큰입 벌리고 서있는 항아리
같은 시집곡간을 채우다가 소중한 우리아기에게 기본적인것도 못해주는 못난 엄마,
아빠가 되게 생겼다. 달 수도 못채우고 나오게 만드는 미련한 엄마소리를 들을까봐
노심초사 걱정만 하고 있는 억짱이 무너지는 여자가 되었다.
할부로라도 사다드려 사실날 얼마 안남은 노인마음 편하게 해드리자는 착한 효자 남편
때문에 더 눈물이 나고 서러워지는 나는 진심으로 어른을 모실줄 아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효부는 아닌가보다.
중대한 시부의 생신상 자리의 건너편에서 오늘 내일 나올지 모를 아기를 꼬옥 움켜잡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초리로 시부를 바라보게 될테니 말이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누가좀 말려주었으면 좋겠다.
시부를 말리던지, 나를 말리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