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내 자신이 무기력해짐을 느낀다.
이제 올 9월이면 결혼4년차.
너무 이른 건 아닌지 갱년기라고 해야하는 건가?
갱년기는 결혼 후 최소 10년 이상은 되야 찾아오는게 아닌지....
매년 갔다오던 여름휴가도 별로 생각이 없다.
세상에 달랑 나 혼자 사는 거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안난다.
남편은 일때문에 거의 늦게 들어오고... 집지키는 강아지마냥 집안에서 콕 박혀
그 안에서 못벗어나는 내 모습에 이젠 거의 포기상태.
남들은 부부싸움도 하면서 그러고 산다던데 우린 싸움이 아니라 내가 일방적으로
어른한테 혼나는 어린아이 꼴이다. 하긴 나도 폭발할 때가 있지만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남편이 하는 한 마디 너 정말 대단하다. 진짜 웃긴다.
내 참 어이가 없다. 황당하다....너 그런 얼굴 진~짜 보기 싫다. 라고 한다.
그럼 화내는 데 이쁘게 보이는 여자 봤어? 라고 반문했다.
있어. 이쁘게 화내는 여자들도 있어.
할말을 잃었다.
남편: 너 도대체 왜이러는 건데?
나?: 몰라 나도...남들은 남편이 저녁먹고 들어오면 편하고 좋다고 그러던데...
나도 한 번 그래봤으면 좋겠다.
결혼하고 임신하고 아기낳고 지금까지 나 혼자 저녁먹는 거 정말 싫어.
남편: 그럼 나 보고 어쩌라고...? 일 때문에 그런 거 잖아. 피곤하다. 제발 그러지 좀 마라.
나: ...............................
하긴 일 때문에 늦는 남편 잘못없다.
그럼 일요일엔.....?
밥먹고 자고 어쩌다 사우나가고 간식먹고 티브이보다가 때 되면 자고....
물론 가족나들이를 한 날도 몇 번 있었다.
< 차 있었을 때 >
남편: 야. 일단 어디라도 나가자....
근데 어디가지?
(동네 몇 바퀴 돌다가 남편이 묻는다.)
나: 공원 갈래? (집 근처에 공원이 있다.)
결국 집앞에 차 세워 놓고 아이 데리고 공원으로 향한다.
아무생각없이 우리 둘... 좋다고 걸어다니는 아이 졸졸 따라다니다가...
어느 새 집에 갈 시간
일요일 그렇게 보내고 나면 다시 나랑 아이가 보내는 평일 6일.....
아이가 있어서 나가는 장소에 한계가 있다.
이젠 차도 팔아서 없는 상태....
아이를 친정이나 시댁에 맡기고 나 만의 시간을 며칠 갖고는 싶지만...
시댁은 어렵고 친정도 마찬가지.... 친정엄마 직장다니고.
시어머니 맡길 형편 못된다.
그 나마 친정엄마 하루 쉬는 날 아이 부탁하고 남편하고 같이 영화 볼 수 있지만....
남편 시간이 될 때나 가능하다.
하도 답답해서 나라도 혼자 영화보려고 극장으로 향한 날....
다행이 저녁약속이 취소 되었다면 극장으로 남편이 찾아왔다.
남편: 너 진짜 영화 혼자보려고 했어?
나: 왜 못 볼 이유라도 있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하긴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겠지. 그러거나 말거나...알게뭐람?
가끔은 혼자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까....
...........................................................
올 여름휴가....
남편 : 야. 우리끼리 가긴 심심하니까 누구랑 같이 갈 사람 없냐?
처남이랑 ㅇㅇㅇ(시동생) 데리고 갈 까?
나 : ...............................
남편은 우리 식구끼리 갔다오는 게 심심하게 느껴지나보다.
난 뭐처럼 오붓하게 다녀오고 싶었는데.....
화가난다. 취향이 다른 거구나.... 여태 그걸 몰랐다니
바보...둔하긴.....
그런데 정말 속상하다.
결혼하고 나서 지금까지 난 이렇게 하고 싶다. 난 이런게 좋다...
라고 말하지 않으면 내 속을 모르는지.
아니 그것보다도 자존심상한다.
오히려 남편이 우리 식구끼리 오붓하게 시간 한 번 보내보자....
라고 말하길 원했었는데.....
마음이 없는거다.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떻게 하는 걸 더 좋아하는 건지
관심이 없다는 건 마음이 없다는 거...
돈없이 살아본 경험이 없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돈 부족하게 살더라도 남편 사랑 받고 사는 게 좋지.
남편에게 관심도 못 받고 사는 건 정말 못 참겠다.
그러고 보니 정말 난 무관심속에 지금까지 살아왔다.
퇴근 후 남편.... 아이에게 오늘 잘 놀았니 라고 잘도 물어보면서
나 한테는..... 뭘 물어봤었더라???? 없다.
아 있구나... 별일 없냐?
밥줘 나 밥안먹었어.
자자 나 피곤하다....
반복 반복 반복......또 반복....
남편 : 넌 전에 꿈이 뭐였니?
나 : 남편 잘 만나는 거. 현모양처 되는 거.
남편 : 진짜? 하고 싶은 거 없었어?
나 : 왜? 현모양처되는 거... 그게 내가 하고 싶었던건데.. 이상해?
남편 : 여자도 결혼하면 뭔가 일을 가져야 하는 거야.
집에서 살림만해봐...
나중에 울 아들이 널 어떻게 생각하겠어? 안 그래?
나 : 집에서 살림 잘 하는 거 그것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주부라는 것도 하나의 직업이라고...우습게 보지마.
몇 년동안 남편과 그 이야기로 옥신각신 한 결론은....
결국 남편말대로 여자도 일을 갖어야 한다는 결론.
부인이 집안일도 하면서 직장도 다니면 하긴...남에게 부끄럽진 않겠지.
......................................................
나 : 오빠....나 자랑거리 있어?
남편 : 착한 거??? 착한 줄 알았는데 아닐 때도 있더라....ㅎㅎ(웃음)
나 : ........(실망이다.)
내가 생각해봐도 내 자랑거리가 없다.
왜 이렇게 변한걸까? 나 자신이......
결혼전에는 자랑거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자신감도 있었는데
이젠 결혼 전 자랑거리가 뭐였는지도 도통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나에게 자신감을 잃었다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사람은
남편이길 바랬는데....
남편이 아니라 남같다.
아이 낳고 집안 일 하고 식사챙기는 거 예전같지 않다. 지금은.....
왜 이리 모든게 귀찮아 졌을까?
반찬... 밥...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남편입맛에 따라 요리방식도 바꿨다.
그래야 남편이 잘 먹어줄테니... 내 방식?
내 입맛이 어땟더라?
울아들...처음엔 날 많이 닮았다. 지금도 엄마 많이 닮았단 얘기 자주 듣는다.
남편은 아들이 날 많이 닮았단 얘기 자주 듣더니 좀 서운한 가 보다.
그런데 왜 서운할까? 사랑하는 사람을 많이 닮았다는데...
이젠 내가 이웃사람들에게 그리고 날 닮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아빠도 많이 닮았다고..... 그렇게 얘기하면 애아빠가 참 좋아하더라고....
요새는 아빠 닮았다는 얘기도 듣는다. 하긴 크면서 아빠를 닮아가기 시작한다.
아빠 많이 닮았다는 말...나 한테 전혀 서운하게 들리지 않는다.
왜냐구? 내가 사랑하는 사람 닮은건데......왜 우린 생각이 이리도 다를까?
남편은 나중에 자기 닮은 예쁜 딸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날 닮으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 살쪄서? 하긴 나 아기 낳고 살쪘다.
그래도 전엔 이뻤다. 나 닮은 딸 나오면 지금 내모습 같은 딸 나올까봐 그럲게
얘기하는 건지....
울 아들 눈이 참 이쁘다는 얘기 많이 들었다.
남편은 자기 닮아서 그렇다는데... 좋은 건 자기 닮았다고 하면서
왜 안 좋은 점은 날 닮았다고 하는지...농담이라고...?
같은 농담도 여러번 들으면 기분나쁘다.
난 언젠가부터 아침잠이 늘었다. 전에는 몇 시간 자고도 잘 일어나곤 했는데...
지금은 아무리 자고 또 자도 개운하거나 기분좋은 게 없다.
그냥 계속 자고 싶다. 자는 동안은 이런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내가 심한 건가? 언제부터일까? 이렇게 무기력해진게...
모든 일이 귀찮아진게.....
가끔 남편에게 메일을 보낸다. 직장일 때문에 돈 버는 거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거
안다고.... 내가 잘 못해줘서 미안하다고...힘 내라고....
답장없다. 바쁜가보다... 아님 할 말이 없던가....
신혼 때 내가 저녁차려놓고 안 먹고 기다리길 몇 번...
나중에 투덜거렸더니 깜빡 했단다. 저녁차려놓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하긴 첨이라 적응이 안되었겠지....이해한다.
지금은 저녁먹고 들어간다고 전화를 잘 해준다.
이젠 저녁 혼자차려먹는 것도 서서히 적응이 되는 거 같다.
그런데 매달 돈 받고 재워주는 여관집 아줌마 같은 내 신세에는 아직 적응이 덜
되었다. 내 문제... 내 단점.... 고치면 나아지겠지.....
적어도 남편에겐.... 살림 열심히 하고 아이 열심히 보고....살빼서 이뻐지고..
나중에 아이좀 크면 내 일 갖고.
그럼 문제 될건 없겠지 남편에겐....
하지만 난? 내가 남편에게 받고 싶은 건?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내 바램이다.
일찍 들어와서 같이 저녁먹고 함께 시간보내다 자는 거....
주말엔 놀러도 자주 가고 휴가땐 여행도 다녀오고...
이건 실현 불가능한 바램이다. 가능한 바램이 있다면...
관심...나에 대한 관심....
너무 큰 욕심이 되어버렸다.
불공평해....정말 불공평해....
난 고치려고 마음만 크게 먹으면 가능한 일이지만...
내가 바라는 건 불가능하다는게
그래서 더 고치고 싶은 맘이 안 생기나보다.
사랑은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 한다.
무조건적으로 하는 것이지... 사랑하려고 관심갖으려고 노력한다.
말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사랑한다. 자꾸만 관심이 생긴다....이게 맞는 거 아닌가?
좋아한다. 싫어한다. 이게 맞는 말이다.
좋아하려고 노력한다. 이게 아니라.....
좋아하려고 관심갖으려고 노력한다는 말은
이미 마음에서 그 사람이 멀어진 상태지만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아야 할 때나
하는 말이다.
상대가 마음에서 멀어졌다면?
해결할 방법은 없다.
가슴만큼 정직한 것도 없다. 머리는 가끔 실수를 하지만.... 마음은....?
시간이 지나고 우리 두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와 벽이 생기면
좀 나아지려나 싶다. 적당한 포기.....
그리고 나에게 더 신경을 쓰는 게 해결방법인거 같다.
이젠 남편에게 내가 관심을 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