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에 한 결혼이라 잘 살고 싶었는데...
우리 부모님처럼 그렇게 죽을 듯이 싸우며 살고 싶지 않아서 나만큼은 그런 결혼 생활을 안 해야지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고야 말았습니다.
남편과 처음 결혼할 때부터 주위의 반대가 많았어요.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그런데다 전 대졸, 남편은 전문대졸...
그런 것들이 은근히 남편에게는 콤플렉스였나 봅니다. 저에게 처음 다가왔을 때는 오히려 당당하게 굴어서 그런 생각은 안하는 줄 알았는데...
결혼 3개월 중 첫달은 행복했습니다.
티격태격 싸워도 금방 화해가 되고...
문제는 그 다음부터 거의 일주일에 두세번은 술이 엄청 취해서 거의 새벽 2-3시경에 귀가를 합니다. 총각 때 그렇게 살던 게 버릇이 되어서 그런건지 신혼 초에는 좀 자제하는 듯 싶더니 술, 담배 다시 그때처럼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저 만나면서 많이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저도 달라질 거라 믿고 결혼했던 거죠.
근데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곱게 자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너무 힘들게 합니다.
기분 나쁘게 술 마시면 물건들을 집어 던지고 제게 욕하고...
그래서 술 마시고 들어올 때마다 제가 비위를 다 맞춰줘야 합니다.
씻겨 주고 얘기 들어 주고 애기처럼 재워주고...
그런데 그것도 한두번이지 저도 맞벌이라 다음날 회사 나가야 하는데 밤새 신랑 뒤치다꺼리를 하고 나면 기진맥진합니다. 그래서 술 깨면 얘기도 많이 했습니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그럴 땐 알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술 마시고 나면 또 인사불성이 됩니다.
어젯밤에 또 술을 마시고 같이 마시던 동료가 제가 전화를 했더군요.
회사 앞인데 술이 너무 많이 취해서 저더러 나와야겠다구요.
그래서 택시 잡아타고 회사 앞까지 갔습니다.
술 취한 남편은 차가 오는 도로 중간에 비틀거리며 왔다갔다 하더라구요.
겨우 남편 친구가 데리고 와서 택시 타고 왔습니다.
근데 아파트 앞에서 또 드러눕고 맙니다.
아파트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보지, 신랑은 신발까지 내던지고 거기서 자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겨우 10분을 실갱이를 하다가 엘리베이터에 타니 이번엔 신발로 엘리베이터 문을 사정없이 내려칩니다.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출렁거리고... 겨우겨우 집에 데리고 들어가려니 다시 내려간답니다. 그래서 따라 내려갔더니 엘리베이터에서 옷을 벗기 시작합니다. 겨우 말리고 1층 화단 앞에서 뻗어 누웠습니다. 그 때 비가 갑자기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들어가자고 해도 말을 안 듣고 계속 신발을 벗어차며 온갖 욕들을 해댑니다. 하는 수 없이 저 먼저 들어왔습니다. 조금 후에 비에 흠뻑 젖어서 남편이 들어왔더군요. 그런데 저더러 또 나가잡니다. 그래서 제가 화를 버럭 냈어요.
제발 그만하라고... 나도 이젠 못참겠다고...
그랬더니 갑자기 신랑 눈이 홱 돌아갑니다.
그러더니 안방에 따라들어와 그게 무슨 뜻이냐고 하며 베개를 집어 던지고 화장대 의자까지 집어던지려는 걸 겨우 막았습니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리던지 거실로 가서 식탁 의자 집어 던지고 선풍기를 바닥에 내리쳐서 완전히 박살을 내놓더군요.
전 너무 무서워서 아무말도 못하고 왔다갔다 했습니다.
그렇게 한 두 시간을 실갱이를 했습니다.
다시 방으로 와 침대에 앉아 있는 저에게 온갖 쌍욕을 다 하며 베개로 얼굴을 패대기쳐대고... 저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태어나서 그런 욕들도 처음 들어봤고... 결혼해서 이렇게 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번에 술 마시고 물건 집어던지고 했을 때 제가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한번만 더 이러면 시어머님께 다 말씀드리겠다고...
어젯밤 한잠도 못자고 엉엉 울며 생각했습니다.
남편의 이런 술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 같고... 저 또한 이렇게 살기는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어머님에게 가서 이런 얘기들을 다 하고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다고... 너무 무섭다고... 얘기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만 살려고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까요?
아침일찍 출근했는데 계속 눈물이 나서 아무일도 못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휴가가려고 콘도 예약도 다 해 뒀는데... 아무래도 취소해야겠습니다.
저희 엄마가 그렇게 말리던 결혼이었는데...
그래서 아직까지 엄마는 우리가 한번도 안싸우고 잘 사는 줄로만 알고 계시게 말씀드렸는데...
이런 사실을 저희 부모님께 어떻게 말해야 하나요?
저 때문에 울엄마 죽으려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는 게 참 지옥같습니다. 제게 현명한 대처 방법을 일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