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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어요..


BY 나 2003-08-26

올해로 스물 여섯살된 젊은 아줌마예요...

이제 시월이면 태어날 우리  아기는 지금 뱃속에서 월드컵경기를 진행 중인 것 같구여...

근데...  기분에 너무 우울하네요... 그냥 막 울고 싶어요....

 

결혼하기전... 전 정말로 잘나가던 아가씨 였는데...

저와 데이트 한번 해보겠다고 따라 다니던 총각들이 정말로... 수십명이 넘었죠...

거래처 은행 직원, 거래처 직원.... 하여튼.. 총각이란 총각은 모두 저에게 데쉬를 해오곤 했어요... 그중 서울대학원 장학생도 있었고,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도 있었고...

정말... 화려 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래서... 콧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왠만한 남자는 쳐다도 보질 않았어요...

취미는 쇼핑하기... 옷사입기,화장품 사고.. 향수 같은거 모으는게 제 취미였구여....

공주병 기질도 좀 있었지요...

그냥... 평범한 대학 나와서.. 운좋게도 취직 금방 되서...

하여튼.... 잘나가던 시절이었어요...

그때는 사람들이 절 많이 사랑해주니까... 왠지 마음도 넉넉해져서... 집안에도 참 좋은 딸이였지요...

뚝하면 엄마 용돈 쓰라고 30만원 씩 던져 주고 명절때면 50만원.... 아빠 용돈,화장품 ,옷, 동생들 학원비... 하여튼... 돈에 있어서도 마음이 참 넉넉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멋만 부린 건 아니였고 미래를 위해서 공부도 참 많이 했구여...

제 전공이 문예창작과다 보니... 방송작가 학원도 계속 다녔고,어학원도 다녔구,디자인쪽 공부도 좀 했지요...

하여튼...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 저희 신랑을 만나게 됬어요... 그동안 절 따라다디던 사람들에 비하면 정말로... 보잘것 없는 조건이였어요... 그냥... 평범 그자체...

근데... 우낀건.... 다른 남자들은 저를 공주처럼 떠받들어 줬는데...

이 남자는 저를 우습게 취급한다는 거예요....

그게 아마도 제가 제 신랑에게 넘어간 가장 큰 이유 인것 같아요... 뭐가 씌였는지.... 그렇게 괜찮은 남자들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거 있죠... 근데... 그건 지금도 그래요...

그래서... 전 우리 신랑에거 너무 꽉 붙잡혀 산답니다...

 여차여차 해서... 혼전 임신을 했고...

저 그동안 경제 관념없이 돈 헤프게 쓴 덕분에 그야말로 맨몸으로 신랑한테 시집왔어요...

다행히도 시부모님들... 저를 너무 예뻐해주셔서...

집도 전세 아닌 내집으로 장만해 주셨고, 혼수 다 해주셨고,요즘도 매주 냄장도 안비게 고기에 반찬에... 하여튼... 정말 잘해 주셔요...

남들은 걱정근심 없는 년이라고 말하고 팔자 좋은 년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정말 속모르는 소리 같아요...

시부모님까지 그렇게 잘해 주시니 제가 더욱 할말이 없어요....

한마디로 예전에... 제 성격 다 죽이고 완전히 .... 죽어 살죠...

 뭐라고...말한마디 못하죠...

그리고 한달 월급...200인 남편 월급으로 생활하기가 너무 빠듯해요...

쫌 있으면 엄마 생신인데... 좋은 화장품 하나 사드리기 눈치 보이고...

정말 울고 싶어요...

가장 절 슬프게 하는 건...

하루 종일 집에 틀어 박혀서... 밥하고 청소하고... 잠만자고...

자꾸 패인이 되가는 거 같아요...

임신 때문인지... 몸무게도 20킬로그램 정도 늘었구여....

얼굴엔 자꾸 안나던 여드름도 생기고 ....

시집오구 나서는 미용실 한번 못가봤구여...

화장품 하나 사는 데도 너무 눈치 보이는거 있죠...

 

매일 매일 가계부 쓰라고 하는 남편... 콩나물 500원,자반 3000원... 뭐 이렇게 썼죠..

몇일동안은...

근데 하도 쓰기가 귀찮아서 몇일쓰고 안썼더니... 가계부 안쓰면 생활비를 안준다는 거 있죠...

저.. 다시 일하고 싶고... 돈 많이 벌고 싶고... 그런데... 아기때문에.. 당분간은 그러기 힘들고...

너무 슬퍼요...

저 정말 패인 되는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엄마,아빠,동생들 한테도 미안하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