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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폐지...찬성? 반대?


BY 리베 2003-09-01

지금 막 KBS2 텔레비젼의 100인토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를 보고 열이 식지 않아 어디라도 토해놔야 잠을 자겠길래 들어왔습니다.

여자분들 중에서도 '그게 뭐 중요한가? 폐지 되어도 똑같을텐데..' 이렇게 생각하시거나 '난 호주제 찬성이야' 이런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요.

저도 결혼전이라면, 여성단체에서 하는 주장은 약간 페미니즘적인 경향이 있거나 그 주장 자체가 너무 강해서 과격한 느낌마져 갖고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결혼후 말도 안되는 시댁의 요구에도 -친정에서의 태도와는 180도 다르게- 인격모독까지 당하면서도 이 악물고 참아본 경험이 너무나도 많기에, 호주제 폐지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면서부터 쫓아다니며 투표에 참여하고, 시사적인 문제도 뒷전이 된 애 둘 엄마지만 그 문제만큼은 누구못지 않게 열성파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인즉슨...여자들이 결혼과 동시에 남편과 시댁식구들에게 당하는 소설같은 실화들의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그 호주제에 있다고 결론내렸기 때문이예요.

현대판 노예, 무급 파출부...등등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화를 내다 못해 기가막혀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막상 내 신상의 일이 되면 묵묵히 가슴을 쥐어뜯으면서도 그 일들을 해내야 하는 원인중의 원인이 제 생각엔 호주제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구요.

호주제란 '이제부터 네 주인은 나다!!' 이런 논리가... 포장되고 미화되어 호주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가족중심'이니 '풍습'이니 '전통'이니 해가며, 이제까지 누려왔던 달콤한 특권들을 포기하기가 아쉬워.. 폐지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몽땅 무슨 '콩가루 집안 만들기'에 앞장선 사람들로 매도하는 것도 서슴지 않더군요.

하물며 '이혼가정의 계부 성 따르는' 사례가 나오자 '폐지해봐야 이혼할 여자는 다 이혼한다'며 인신공격까지 해대구요.

휴~~

그나마 호주제 폐지법안이 통과되고 개정된 민법조항에서도 기가 막힌 건 많습니다.

지금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자들이 그만큼이라도 양보? 해준것에 감사를 해야할 문제인지...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구나- 하는 자괴감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호주제 폐지는 찬/반을 떠나 당연한건데...해방되면서 다시 바로잡았어야 할 법인데...

아니, 억눌린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그들 귀에는 안들리나 봅니다.

뭘 그리 여자들이 억눌렸냐? 여자들이 세계 어느나라보다 더 존중받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라는 괘변도 나왔습니다.

우리딸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폐지되어야 할 법이고 앞으로 내 며느리가 될 여자아이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폐지되어야 할 법안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변해도 변화의 속도가 가장 느린 집단이 군대라고 하더군요.

제 생각엔 그 군대 위에 하나 더 넣어야 합니다.
'시집'이라구요.
어느 대에 이런 악습의 고리가 끊어질까요?

제가 결혼전에 어머님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우리 대가 시부모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고 자식들에게 봉양 못받는 첫세대'라구요.
제가 결혼하고 나니까 우리대에 그런 얘기가 오고갑니다.
그런 말도 대물림되나봐요.

아마 그 말이 제 딸아이 세대에서도 나올거예요. 호주제가 있는 한 아무리 세대가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누구의 주인'이라는 논리가 성립이 되거든요.

하긴...흑인 노예제도 하에서 만약 제가 그들을 부리는 백인 입장이었다면 저부터도 노예해방은 택도 없는 소리였을지도 모르지요.

왜 우리 여자들의 주인이 시아버지,남편이 되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