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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덧이 심해서 친정에 내려왔지만~!


BY 어느집맏딸 2003-09-18

여전히 우리 친정은 달라진게 없네요...

이젠 그러려니 하면서 지내왔었는데... 캐캐묵은 이야기를 쓰게될것 같습니다.

임신중이라서 그런건지..입덧이 심해 못먹어서 마음이 부정적이 되버린건지..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남들은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갖으면 친정엄마 마음을 더 이해한다는데...왜 전 더 이해가 안될까요?

울 친정엄마는 흔히 말하는 '엄마'의 이미지가 없어요...

친정이 지방인데 엄마는 시내에서 유명인사입니다..이것저것 사회적 활동을 많이 하죠.

물론 돈되는일은 아니구요...명예직입니다.

방송국에 촬영스케줄도 일주일에 몇번씩 있고, 다른지역으로 강의도 나가고, 검찰청에서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하고있는 열성아줌마랍니다.

저희집은 딸만 있는데...어려서부터 저희한테 엄마는 여느엄마와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초등학생때는 거의 엄마가 깨워줘야 일어나잖아요..

저흰 한번도 엄마가 제시간에 깨워준적이 없어서 늘 지각을 일삼았습니다.

늦게 깨우니 당연히 아침밥도 차려주지 못했고 항상 아침을 거르고 학교를 뛰어가야 했습니다. 점심도시락도 일주일에 2,3번 싸주는게 고작....

학교갈때 항상 불안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도 마음이 짠합니다. 엄마가 도시락을 학교로 가져다준다는데...늘 안오기가 일쑤였으니까요. 남들은 점심을 먹는데 전 조용히 나와서 엄마를 기다렸어요. 교문근처에서 누가볼까봐 몰래 서서 엄마를 기다렸습니다.

정말 친구들한테 창피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저한테는 큰 상처였거든요.

아니면 3,4교시 쉬는시간이나 공부시간에 복도에다가 도시락을 놓고가곤 했는데..

담임선생님이나 친구들이 그 광경을 항상 여과없이 지켜봤더랬죠.

엄마보다는 주로 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왔었습니다. 그러니 더없이 창피했습니다.

정말 지긋지긋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떨땐 그나마 안가지고와서 아침도 굶고 점심도 굶고....배고픈걸 꾹꾹 참고 집에 돌아오곤 했었습니다. 친구들은 왜 잘사는집 딸인 제가...점심을 굶는지 이해를 못했었죠.

저희엄마....저희학교에서 학부모회장이었는데요. 선생님들한테 선물은 꼬박꼬박하고, 학교행사에는 절대로 빠지지 않는 열성엄마였습니다.

제가 공부도 잘하고, 전교임원도 늘 했었거든요.

아빠하고 엄마는...집안일문제로 다퉜습니다. 엄마는 인테리어 꾸미고 남한테 보이는건 잘하면서 정작 식구들은 뒷전이었어요. 아빠가 일하고 저녁에 들어오시면..직접 차려드셔야 했거든요. 한 10년을 다투시더니 포기하시더군요. 아빠도 늘 밖에서 사드셨습니다.

우리 친정엄마는요.. 365일중에 360일은 외식을 해요..본인이 배가 부르면 그걸로 끝이구요.아무튼 그렇게 자라다보니..저희 자매들은 다들 건강이 안좋아요...엄마는 항상 집에 없었기때문에 과자로 때우고 라면으로 때우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나중에 좀 커서는 각자 해결을 했구요.

먹는문제 말고도...정말 할 이야기가 많지요...흔히 생각하는 엄마들이 하는일들을 우리 친정엄마는 해준게 하나도 없거든요.

모든걸 '말'로 끝내는 사람입니다. 말로는 현모양처에요. 아무도 인정않해주는데..스스로 그걸 말하고 다녀서 주변사람 얼굴 붉어지게 하는사람이 우리 친정엄마입니다.

그동안 다 잊고 살았었는데....

입덧이 너무 심해서 거의 한달을 힘들게 지내고 있었어요. ...시어머니는 걱정이 태산이신데 친정엄마는 " 원래 다 그렇게 하는거야..나도 그랬어..난 출근도 했었다!" 오히려 농담처럼 말을 하는거에요. 우리엄마는 원래 그런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짜증이 나더군요.

시댁이 가까워, 그나마 이것저것 시어머님이 해주셔서 갖다먹곤 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댁과 남편은...친정에 내려가라고 자꾸 권유했지만...전 내려가기 힘들다는 핑계로 싫다고 얘기하곤 했어요.

제가 입덧이 더 심해지니까..그제서야 엄마는 갑자기 법석을 피우며 친정에 데려오겠다고 남편한테 말을 하더군요. 엄마가 챙겨야지 누가 챙기냐고...이것저것 골고루 만들어 먹여봐야지 남자가 뭘 해줄수 있냐면서 난리법석을 떨고 나무라서..신랑이 섭섭해 하더라구요...

신랑이 저 입덧한다고 정말 많이 챙겨줬거든요. 우리엄마는 또 자기가 좋은 친정엄마인것처럼 보이고 싶었을겁니다.

결국은 못이기고 내려왔는데...참.....기가 찹니다.

전 우리엄마한테 다른 친정엄마들처럼 기대한적도 없었지만...그래도 여자한테 입덧할때나 산후조리할때나..친정이 좋은거 아니겠어요?

내려오자마자...어김없이 저희집에 오래계셔서 제 식성을 잘아는 일하는 아주머니가 세세히 챙겨주시더군요.

엄마는 옆에서 '말'로만 " 친정엄마가 최고지, 엄마없는 애들은 이럴때 갈데도 없는거야"

그렇게 열변을 토하고 있구요.

제가 먹을수 있는게 없어서 고작 해줘봤자...죽이랑 생선구운거였어요.

집앞 슈퍼에서 장봐다가 해주면서 어쩌면 그렇게 생색을 내고 "내가 딸내미 입덧한다고 힘들게 장봐다가 이런걸 해주는데 저게 알까몰라!"

그게 끝입니다. 그날 한번에 죽만들어서 현재 3일째 먹고 있구요..그것도 제손으로 데우고 차려서요~

같이 먹을게 하나도 없어서 어제 계란찜같이 부드러운것 좀 해달라고 했는데, 알았다는 말한마디로 끝입니다.

일어나서 빈속이라 힘들어하니까...친정아빠가 계란찜을 해주시더라구요.

죽도 새로한게 아니라 맛도 변했고..두어숟갈먹고 말았습니다.

정말 기가막히고...차라리 남편이랑 시어머니한테 받는게 훨씬 낳았던 것 같네요.

남편은 근무시간에도 수시로 집에 들려서 병원데려가고 심부름해주고 그랬고, 시어머니가 음식을 해서 날라주셨거든요...이젠 아예 집에 아무도 없어서 모든걸 제가 해결해야되요...

그나마 요며칠 입덧이 좀 가라앉았길래 몇가지정도는 먹을수 있는데...없어서 못먹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해먹을정도로 기운이 있는건 아니구요...

빈혈이 심해서 쓰러졌는데..잘못 넘어져서 다리까지 다쳤어요. 제대로 걷지도 못합니다.

일하는 아줌마도 사정이 있어서 못오시니 누구한테 이것저것 해달라고 할 사람도 없네요.

남편한테 가고 싶은데..창피해서 그소리가 안나와요..

친정가면 좋아질거라고 큰소리치고 왔는데...집에서 이러고 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남편도 친정엄마를 조금 알지만...그래도 저정도인지는 모르거든요.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누구한테 하소연이 하고 싶은데...여기밖에 생각이 안나서요...

우리엄마같은 친정엄마...또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