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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시아버님의 극성...


BY 만만치않은걸 2003-12-03

제 나이 27. 대학 졸업 후 일하는게 너무 좋아서 그동안 남자친구는 있어도, 결혼은 생각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올해 초, 32살의 그 사람을 만났고,

3년 사귄 남자친구와 힘들게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과 결혼까지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성질은 좀 있지만, 능력있고, 나한테 잘해주고,

특히 우리 부모님하고 너무 잘지내서,

아.. 이사람하고는 결혼할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년초에 결혼하는걸로 생각하고, 10월초 남자친구 부모님께 인사를 갔어요.

그동안 사귀던 남자친구 부모님들하고도 원채 편히 지내고 귀여움 받았던터라,

게다가 2대독자이고 종손이었음에도 결혼생각없던 그 사람이 결혼을 결심케 한

고마운 예비 며느리 이니 환대받을 각오(?)루다가 나섰습니다.

 

그런데 웬걸...

처음에 종교문제 부터 시작하여(나는 기독교 모태신앙, 그집은 무속신앙+불교)

사주와 궁합, 음양오행에 이르기까지, 그집에 있었던 3시간여 동안,

무슨 철학관에 와있는것 같은 느낌이었죠.

게다가 뭔놈의 트집은 그리도 잡으시는건지...

언제나 좋은 것만 말하고 장점을 찾아주시는 우리 부모님과는 너무나도 상반된...

게다가 나 이뻐해주시던 예전 남친 부모님과 절대비교...ㅜ.ㅜ

 

밥먹은거 다 체하는줄 알았지만, 끝까지 웃음을 잃지않고 돌아왔습니다.

오는길에 우리는 결혼을 다시한번 생각해야겠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울며불며)

 

남친도 집떠나 독립해서 산지가 오래됐고, 아버지와 별로 사이가 안좋았던 터라

별로 대화도 없고, 그래서 더 우리 엄마 아빠를 따랐는가 봅니다.

 

종교나 문화차이를 간과한 우리의 실수도 있었지만,

아들가진 유세인지, 요즘에 가문의 영광을 누가 알아준다고,

남의 집안 무시하면서까지, 제사 운운하면서...

 

요즘같은 시대에 시누이 3명에 1년에 제사 13번 지내는 독자 아들을

누가 반겨한답니까...

 

게다가 더욱 기가막힌건, 제가 2006년에 무신 백호대살인가가 껴가지고

1년동안 남편과 떨어져 살아야 한답니다.OO:

이에 대해 각서 까지 써야한다고 고집을 부리시는 아버지...

눈 찡긋하며 그냥 써주기만 하라는 예비 시어머니와 남자친구...흐미..

우리 부모님한테는 말도 못했어요. 금이야 옥이야 기른 딸이 각서쓰고 결혼한다고

어떻게 얘기하겠습니까...

 

마음의 안정을 갖기 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데.. 하면서 추석때도 인사가고,

종종 전화도 드리고 그랬죠.

 

그러던 어느날, 결혼 날짜 잡을거니까, 원하는거 있으면 할말 다 생각해가지고

오라시더군요.

나와 남친은.. 집을 사달래기로 작전을 짜고,

남친 왈, "각서까지 쓰면서 시집가는데, 집은 사줘야지... 니가 사달라고 하면 사주실꺼야.."

 

순진한 저는 그말만 믿고 또다시 그 집을 갔습니다.

 

2시간동안, 13권 손때묻은 책들을 펼쳐보이시며

사주와 궁합에 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발저려 돌아가시는줄 알았죠...

 

내용이야 뭐 이미 각오하고 있었지만,

사주가 거지같다는 둥, 이런 사주면 다른 집안에선 받아주지도 않는다는 둥,

비수같은 말한마디 한마디에 눈물이 핑돌더군요.

 

그러다가 각서를 꺼내시더군요.

1항은, 종손집안의 며느리로서 제사를 잘모시며, 교회에 다니지 않겠다 등등

2항은, 2006년에 1년간 떨어져 지낸다.. 등등

3항은, 형제간에 우애있게 지내고, 부모님께 효도한다 등등

 

남친과 제가 싸인할 자리가 마련돼있고..

 

크헝.. 아무리 법적 효력이 없는 거라지만, 눈딱감고 시아버지 마음편하게 해드리는거라지만, 진짜 서럽더라고요...

 

내가 어디가 모자라서...ㅜ.ㅜ

저, 남친보다 나은 학벌에, 훨 나은 외모에, 성격좋고, 능력있고...

큰부자는 아니지만 누가보더라도 화목한 가정에서 부모님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자라서, 조금은 콧대높은 아가씨였으니까..

 

뭐 결혼이란게 객관적 조건이나, 공식대로 되는건 아니지만,

그래서 나도 조건좋은 예전 남자친구 포기하고

사랑만가지고 선택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남자 친구, 날 쿡쿡 찌르며 작전을 수행하라고 눈치를...

전, 걍 서러워서 눈물만 뚝뚝 흘리고...

남친은 답답했는지, 각서 쓰는 대신 집 해달라고 직접 얘기하더군요.(화이팅..흑흑)

 

근데, 아버님 왈,

2006년에 돈을 써야 액땜이 되기 땜에 그때 집을 사고 당분간 전세(그것도 시댁근처에)로

살라고 하십디다. 그나마 전세금 마련하려면 좀 시간 걸리니까 봄에 결혼해서 몇달동안,

시집이나 친정에서 살다가 가을쯤 전세로 들어가서 2년 후에 집사주마...하시는데,

갑자기 짜증이 확 나더군요. 그래서 그냥 가을에 하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아버지, 무지막지 하게 화를 내시더니,

정말,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하시더군요.

옛날에 있었던 얘기부터 끄집어 내서, 트집잡고,

바닥에 책집어던지시고..

가정교육 운운할땐 정말 벌떡 일어나서 나가고만 싶었습니다.

 

남자친구도 기가막혀 절 일으켜세우며 나가자고 하더군요.

어머니가 달려나와 말리셨지만, 이미 사태는 수습할수 없을정도...

 

가려고 하는 우리에게 고래고래 소리지르시며

각서에 도장찍으라니, 더 기가 막힙디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리도 후들거렸지만,

이미 정상적으로 결혼하긴 틀렸구나.. 이집엔 다시 안오리라 마음먹었지만...

그와중에도 전, 그래도 혹시라도.. 1%의 기적으로 또 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인사드렸습니다.

"다음에 와서 웃으면서 도장찍고 갈께요"란  인사말까지 곁들여...ㅡㅡ;;

 

남친이 나중에 얘기하길, 저보고 무섭다더군요.

그와중에 그런얘길 하다니...

 

근데 그 아버지, 그말도 오해하시더군요. 나중에 집사주면 도장찍겠다는 말로 들으셨다나..

남친을 사주해, 어머님 통해서 오해를 풀게하고 나의 억울함을 알린상태지만

이런 집에 시집을 가야하나,, 고민됩니다.

 

남자친구는 아버지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평생 아버지 안볼거랍니다.

96년에도 아버지랑 싸우고 집나와서 2년간 인연끊고 살다가

지금까지도 명절이나, 제사때만 집에 가곤 했거든요.

하나뿐인 아들에 대한 사랑이 지나친건지..

40억가까운 재산은 이미 가족들 앞으로 나눠서 공증 해두시고

아들꺼 따로 챙겨두셨다는데,

이런거 하나도 안반갑습니다.

유산없어도 되니까, 저 이뻐해주고, 사랑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제 꿈이 시어머니랑 팔짱끼고 쇼핑다니고, 시아버지랑 골프치러 다니는거였는데...

흑흑.. 이게 무신 날벼락..

 

결혼전에도 이 난리인데, 결혼하면 어떨까 걱정도 되구요..

제 친구들은 얘기만 듣고도 흥분해서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립니다.

너무 속상해서 엄마에게 살짝 말했는데, 엄마가 너무 속상해하시는 바람에

그냥 내가 과장해서 말한거라고 둘러대고 말았습니다.

 

일단 내년 가을로 미룬 상태이고 남친 어머니도 남친을 통해

내게 사과의 말을 전했지만,

놀란 마음은 진정이 안되고, 그 집에 다신 가고싶지 않은 마음도 변함없습니다

그렇지만, 남자친구만 보면 너무 사랑스럽고, 행복한데...

 

흐... 콩깍지야 벗겨져라..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