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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댕이 남편


BY 밴댕이 처 2003-12-04

그저께 저녁이었습니다.얼큰하게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은지 빵까지 한 봉지 사들고 들어와서는 한동안 분위기 괜찮았었습니다.

그런데 또 발을 씻겨달라고 조르기 시작했습니다.제가 결혼 전에 평생 발을 씻겨주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것입니다.난 기억도 안 나는데.

그러면서 왜 약속을 안 지키느냐고  시시때때로 걸고 넘어집니다.

무좀발을 씻겨주다가 손에 무좀 옮으면 어떡하냐고(물론 이 말은 맘속으로)  나중에 아파서 누워 있게 되면 그때 씻겨주마고 했습니다.

동생 시숙이 정말로 매일 무좀발을 주무르고 그 손으로 얼굴도 만지고 그래서 양손과 얼굴까지 무좀이 번져 크게 고생했거든요.아이도 돌보고 음식도 해야 하는 주부의 손이 그 지경이 되면 어쩝니까.

그랬더니 삐져가지고 뱁새눈을 하고 계속 째려보는 거예요.그래서 나도 모르게 나 아플 때 약 한 봉지 안 사다주고 뭘 그러느냐고 했죠. 

언젠가 몸살이 나서 누워 있는데 빈말로 약 사다줄까? 그러더라구요.그래서 됐다고 했죠.그랬더니 다행이다 가기 싫었는데 그러는거예요.

자기가 아플 때는 약에다 죽에다 시중 다 들어주는데...하고 내심 속으로 서운했었나봐요.

나도 모르게 그 말이 튀어나오자 남편은 더 삐져서는 뭐,약 한 봉지...너 후회 안하지!

그러고는 쌩~하고 나가서는 2시간 뒤에 들어와 맥주 두 병을 마시고 자더니 어제는 자정을 넘겨 새벽 4시에 들어오더군요.

물론 미안하다고 몇번씩 문자 보내고 이메일까지 날렸는데 대꾸도 안 하고 마치 내가 투명인간인양 혼자 꾸리고 나가버렸습니다.

이쯤되니 저도 슬슬 부화가 치밀기 시작합니다.

제가 그렇게 큰 죄를 지었습니까? 될대로 되라 하고 막 나가버릴까요?

지금 기분같아서는 소주라도 마시고 대판 한 번 붙어버렸으면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