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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괘씸


BY 봄아지매 2004-03-12

남편이라는 작자는 갈수록 실망스럽네요

여러가지 이유 이지만 오늘 아침에는 이런 사소한 일이었어요.

잘 쓰지도 않는 (정말 잘 쓰지도 않는, 쓴다면 죽어라 눈알 빠지도록 오락만 하는) 컴퓨터를 사자고 조른지가 일년도 넘어요. 근데 정말 이 인간은 오락말고는 암것두 안하거든요. 오락도 취미생활이니까 하도록 해야 된다구요? 물론 해요. 플레이 스테이션인지 뭔지 하는 걸로 죽어라 새벽까지 하지요.

거기다가 또 컴퓨터 타령을 해대길래 나중에 하자구 했어요.

근데 오늘은 컴퓨터도 없으면서 자기가 회사에서 쓰는 노트북을 가져오면 되니까 다달이 2,3만원 들어가는 단지넷인지 뭔지를 가입, 설치하자구 하더라구요. 노트북 자주 가져올 수도 없으면서(회사에서 나오는 거라 무겁거든요. 요새 나오는 슬림하구 가벼운 최신형이 아니예요). 자기도 자주 못가져올 거는 같다구 그러더라구요. 그 말 끝에 제가 그런거 알면서 왜 쓸데 없는데 돈 쓰냐구 했어요. 그러니까 뭐라 투덜대더라구요.

근데 별거 아닌 이 일에 사실 전 예민하게 스팀을 받았어요. 요새 친정 형편이 많이 안좋아져서 굉장히 제 맘이 상해 있었거든요. 우리는 맏벌이 인데 시어머니가 혼자이세요. 결혼하면서 자기 엄마한테 생활비로 100만원은 좀 힘드니까 80만원씩 꼭 주자구 하대요. 것두 신혼 초부터 각오하고 제가 싸워서 다달이 60만원씩 보내요. 그러면서 이인간이 처가집에는 뭐 어쩌자구 하는 줄 아세요? 가끔 입으로는 죄송하다, 내가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데 하는 입에 발린 소리만 해요. 실제로  친정이 더 어려워진 후로 전화 한통, 용돈 한푼이라도 신경쓰는 인간이 아니예요. 그러면서 쓰지도 않을, 아니지. 쓸지도 모르죠. 지 오락하는데 쳐넣을 돈 있으면 친정 엄마 과일이라도 사주겠어요. 친정 부모님은 돈 아낄려고 사과 한짝을 못사드세요. 잘난 아들이 사업한다고 꼴깞하다가 빚만 지고 나자빠졌거든요.

그래요. 저도 돈 버니까 엄마한테 얼마씩 보내드려요. 그런데 그 인간(남편이라는 작자)은 몰라요. 그 돈 보내는 걸로 충분히 할 도리 했다구 생각할 싹수의 인간이라 그게 미워서요. 미안해 하라구 일부러 이야기 안했어요. 

근데 미안한 것두 없어요. 아예 지 대가리에는 지 입이란 지 엄마 입이랑 밖에 입력이 안되어 있으니까요.

이혼하구 싶어요. 친정이 어려워진 후로 그 맘이 더 커지네요. 울엄마 아빠 뼈골 빠지게 공부시켰는데, 그 답례를 받으셔야 하는데, 내가 결혼해서 왜 내가 번돈까지 엉뚱한 입으로 들어가야 하나, 돈이 차고 넘쳐 울엄마한테도 울아빠한테도 할 수 있는 것두 아니구. 자꾸 이런 생각만 들구요. 그렇다구 대책없이 혼자 사시는 시어머니 생활비 가는 걸 이제와서 더 줄이자구 할 수도 솔직히 없잖아요.

그다지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다 늙어 소개로 만난 사이에 무슨 애절한 사랑이 있었겠어요. 왜 결혼을 했는지. 정말 이런 후회를 매일매일 하는 내 자신이 짜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