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무지하게 더워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하루 종일 애랑 씨름하고
그래도 남편이 저녁에 들어오면, 종일 시원한 사무실에서 근무했지만
오늘 얼마나 힘들었냐고, 더웠지 하며 인사를 하는데
남편은 그런 인사가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나 보다.
어제 저녁은 늦는다면서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나서 내 눈치를 보듯 좀 뜸을 들이다가
서울에 비가 많이 왔다고 하니 자기가 못하니 시모에게 전화를 드리라고 한다.
순간 울컥했다.
원 얼마나 비가 많이 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렴 시모가 사는 아파트가 떠내려간 것도 아니고
하고 싶으면 자기가 와서 늦은 시간이어도 하지.
정말 싫다.
하루가 멀다하고 시모에게 전화하고, 시모는 그런 아들이 전화를 주지 않으면 기다리다가
답답한지 하루이틀만 안해도 걸고.
시모가 지병이 있어서 아들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어서 그런다고
결혼초부터 이해하려고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지만
사실 시모랑 가치관이 다른가, 하여간 무슨 이야기든지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사이다 보니
남편이 그렇게 에미타령 하는 것이 싫다.
전화만 한다면 그런대로 참을 수 있다.
언제고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장남을 내 보내고 자기가 모시고 살겠다고 한다.
이런 압박감이 생각만 해도 답답한데
전화해서 내게 오늘 더운데 얼마나 힘들었냐고 빈 말이래도 인사를 못하나.
자기 자식은 밥을 안먹어서 내가 열이 받는데
시모에게는 전화해서 잘 챙겨드시라고.
자기 자식 밥 한 번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면서, 그저 안 먹으면 굶기라나.
자기는 밖에 나가면 애를 보니 않으니 그렇게 말만 해 놓으면 편하겠지만
집에 있는 나는 애랑 같이 굶어야 한다. 애 앞에서 나만 먹기 미안하다.
시모가 입맛이 없어서 안 먹는다면 왜 굶으라고 말은 못하나
솔직히 시모 건강 생각해서 뭔가 인사 드리고 싶은 그런 마음이 없다.
전에 만나 그렇게 짜게 드시면 더욱 몸에 안 좋아요 라고 하니
한다는 말이, 지금 죽어도 짜게 먹어야 좋다. 라고 한다.
그러니 더 무슨 말을 하랴. 본인이 선택한 길인데.
그냥 답답하다.
마마보이는 아니고 남들이 보면 효자라는데, 그게 더욱 나를 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