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다가 늘 그래왔듯이 서로를 외면하며
밥을 먹는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면 둘다 짜증난 표정으로 외면.
대충 저녁 때우고 답답한 속을 풀 요량으로 바깥으로 산책.
아파트 불빛에 비쳐지는 다른 집들.
나처럼 사는 사람이 여기도 있을까?
늘 그랬지만, 오늘은 죽고 싶을 정도로 절망이라는 놈이
내 몸속 깊숙히 들어온다.
얼마전 큰 수술을 해야했을때 살아만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지금와선 오히려 다른 생각으로 하루종일을 보낸다.
언제쯤 이런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과연 그런 날이 오기나 하는 걸까?
예쁜 딸을 보니 더 힘들다. 그녀는 아는지 모르는지 더 예쁜 짓으로
내 옆에 있는데...
산다는 게 도대체 뭐길래 35살 먹은 날 이렇게 절망 구렁텅이로
몰아가는 걸까?
가슴속이 시려온다. 벌써 가을 바람이 불어온다.
이 가을은 언제 또 도망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