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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 결혼음식 준비하다 애 낳은 여자


BY 생각할수록 열받 2004-10-16

오늘은 우리 아들의 생일이다. 즐거워야 할 날에 갑자기 10년전 우리 아들 낳을 때가 생각 나 괜히 가슴이 시리다.

10년전 오늘도 토요일이었는데 오전엔 직장가서 일하고 오후에는 다음날이 시누 결혼식이라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 음식만든다고 시집에 불려가   부른 배를 움켜잡고 쭈그리고 앉아 전을 부쳤다.

진통이 3분간격으로 와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데 시어머니가 들어가 쉬고 앉아 있으라고 하지 않으니 결혼한 지 채 1년도 안 된 새댁은 할 수 없이 계속 전을 부쳤다.

그러다가 견디기 힘든 만큼 아프니 남편과 둘이 병원엘 가서 몇 시간 후 애를 낳았다.

 

남들은 하기 좋은 말로 어떻게 그리 바보같냐 하겠지만 이제 막 결혼한 새댁이 피도 눈물도 없이 욕심만 많은 시어머니 만나 마냥 무섭고 어렵기만 하니 시어머니가 나서서 들어가 쉬라고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내 성격이 그 때만 해도 여리고 자기 주장을 못하는 성격이라서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했다.

 

 옛날에 밭매다가 애 낳았다더니 꼭 그 격이다.

 

 이 한가지 예화만 봐도 나의 시집살이가 어땠는지 과히 짐작이 갈 것이다. 완전히 조선시대의 시집살이었다. 배울만큼 배우고 남들에게 예쁘단 소리도 곧장 듣고  남부럽지 않는 직장을 가지고 남편과 똑같이 돈벌며 두 아이 키우며 열심히 살았던 한 여자가 시부모 잘 못 만나서 겪은 고생과 인격적 모멸감은 이제 그 사람들 외면하며 사는 지금도 때때로 아픈 상처가 되어 나의 가슴을 할퀸다.

 

 가뜩이나 바람도 흉흉하게 부는 이런 날 옛날 생각에 한 번 빠져 버리면  나는 미친년처럼 누군가에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안다. 시부모에게 그래도 인간 대접이라도 받은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면 눈앞에서는 동정하는 척 하면서 뒤돌아서서 비웃는다는 것을....  더럽게 인복도 없다거나 혹은 시부모 흉이나 보고 다니는 이상한 여편네라고 하면서...

 

 그렇담 남편이라도 받쳐 주었나?

평소에는 그리 다정하고 가정적인 남편놈! 내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대못을 한 번 박았다. 난 평생을 이 얘기를 누구에게도 못하고 가슴에 묻고 살아야한다. 둘째 낳고 산후조리할 때 여동생을 성추행까지 해서 그 여동생과도 거의 남남같은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 얘기를 시어머니에게 했더니 나를 더욱 못살게 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여자가 더욱 증오스럽다. 평생 안 봐도 되는 남하고 바람 한 번 피워서 괴롭다는 아짐들이 나는 오히려 부럽다. 속도 모르는 우리 엄마는 왜 그리 여동생에게 무심하냐고 핀잔하신다. 그럴 때마다 내 속으로 피눈물을 흘린다.  

 

 난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이런 아픔을 가지고 영생을 산다면 어떡하겠는가?

 

 하지만 난 생각보다 열심히 산다. 나는 한국판 캔디다.이젠 시부모  무서워하지도 않고 시어머니 아무리 발악을 해도 절대 전화하지 않고 최소한의 것만 한다. 아이들 열심히 키운다.직장에서나 집에서나 명랑하게  웃으며 일처리 깔끔하게 하고 절대 부부싸움 안한다.내가 남편놈과 싸우고 이혼하거나 우리 집 분위기 우울,불안하게 만들면 결국 우리 아이들 병신 만드는 길이다. 나의 무기는 모성애다. 내가 생각해도 기특할 정도의 놀라운 모성애를 가지고 나는 우리 집안을 화목하게 만들고 우리 아이들 열심히 공부 가르치고 예쁘게 키운다.

 

 나는 부모로써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 좋은 가정에서 잘 자라나 장차 자기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게끔 부모로써 최선의 도리를 다 한 후 내 인생을 접을 것이다. 내 남편 놈! 내가 항상 싱글싱글 웃고 있으니 내 가슴의 한을 모르겠지. 나중에 아주 나중에 우리 애들 잘 키우고 나서 어느 날인가 나의 이 한을 토해낼 것이다.

 

 여러분! 주위에서나 직장에서 그럴 듯해 보이는   어떤 여자가    아주 가정적인 남편에 화목한 가정에 좋은 직장에 배가 아플만큼 행복해보이더라도 너무 부러워하지 마슈.

 

그 여자의 가슴 한구석에는 어떠 처절한 슬픔과 아픔이 들어 있는지는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