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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딸노릇하는거 너무 힘드네요...


BY 둘째딸 2004-11-05

오늘 친정엄마가 또 돈을 빌려달라고 하시네요...

친정엄마는 조그만 과일가게를 하시는데 요즘 불경기라 장사가 잘 안되요...

과일은 잘 안팔리는데 물건은 들여놔야하고 그래서 외상으로 물건을 사죠..

물건값 3백만원만 빌려달라고 하시는데 정말 마음이 답답합니다...

전 올해 23살이구요...여상졸업하고 바로 결혼을 해서 아이도 36개월이예요...

위에 언니는 대학교 다니고 밑에 남동생도 대학다니죠...

언니랑 남동생은 공부를 잘해서 인문계고등학교를 가서 대학가는건 당연하다고 여겼는데요..

솔직히 저는 공부를 중간정도밖에 못했습니다...그리고 없는 살림에 저까지 인문계를 갈수는 없어서 그냥 여상을 간거구요...

저도 진학반에 들어서 대학을 가고싶었지만 언니가 1년 재수를 하는 바람에 없는 형편에 저랑 언니랑 같이 대학교 입학을 할수없었어요...등록금 문제도 있었구요...

그래서 저는 여상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했어요...월급초봉 60만원 대부분은 거의 언니나 남동생 학비로 다 들어갔구요...

전 한달에 10만원가지고 살았어요...엄마 과일가게 물건값도 줘야하고 언니나 남동생 학비나 용돈을 대야했기때문이죠..

전 당연히 그렀게 해야하는줄 알았는데 제 친구들은 미쳤냐고..왜 니가 형제들 학비를 대야하냐고 나같은면 10원 한푼도 못내놓는다고 하더군요...

하긴 학교졸업하고 염색은 커녕 귀걸이나 화장품...이쁜옷한벌 변변히 없었거든요...

제 친구들은 염색에 화장에 제법 아가씨티가 났는데 저는 아직도 단발머리 학생티를 벗지못했죠...돈도 없는데 무슨 화장에 옷을 사겠어요...

그렇게 직장생활하다가 거기서 지금의 신랑을 만났죠...

너무도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무실사람들에 비해 지금의 신랑은 아주 착한사람이었거든요...일못한다고 맨날 소리듣고 우는 저를 위로해주고 자상하게 일도 많이 가르쳐주고 그랬어요...

그래서 그냥 시집가버렸어요...제가 대학나온것도 아니고 키가 큰것도 아니고 집안이 좋은것도 아니었구요...

그런데 제가 시집을 가서도 아직도 친정에 물주인건 여전하네요...

언니나 남동생은 가끔 명절날 내려오면 저한테 왜 용돈을 안주냐고..난 학생이고 넌 아줌마니까 용돈좀 줘야하는거 아니냐고...

그래서 5만원정도 주면 별로 고마워하지도 않아요..당연히 그래야하는줄 알죠...

엄마가 백만원..이백만원씩 가끔 빌려달라고 해서 적금깨서 다 빌려줬네요..

안그래도 빚이 많은데 또 자꾸 빚을 낼수가 없거든요...그리고 친척들도 다 여유있는 편도 아니고 또 엄마가 자존심이 강한사람이라 친척들한테는 절대 돈얘기를 안하시죠...

제가 그걸 아니까 저밖에 돈빌려줄 사람이 없어서 어떨수 없이 적금을 깨서 빌려주고 그랬어요...

엄마는 니 신랑한테 꼭 말하고 돈주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신랑한테 자꾸 친정집에서 돈빌려달라고 한다고 얘기를 하겠어요...

그냥 신랑몰래 주는 수밖에 없죠...그러다가 신랑이 아는 날이면 항상 큰소리로 싸우게 되요..사실 신랑이랑 저는 성격이 비슷한 편이라 그렇게 싸우는 일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친정에 돈빌려주는거때문에 항상 큰소리로 싸우게 되죠...

이번에도 엄마가 물건값을 줘야한다고 저한테 또 3백만원을 빌려달라고 하시네요...

엄마가 과일가게 하셔서 버는돈은 모두 은행이자 갚기바쁘고 언니학비에 남동생 학비에 용돈에 자취방 방세에 이래저래 하면 오히려 적자거든요...

제가 그걸 아니까 안빌려 드릴수가 없어요....또 적금깨서 엄마한테 3백만원 드렸네요...

이거 때문에 또 신랑이라 크게 싸웠구요...아직도 서로 말을 안해요...

저도 신랑한테 미안하고 자존심상하고 그렇지만 제 친정집을 아예 모르는척 할수는 없는거잖아요....

엄마도 젊은나이에 바닥에 쭈그려앉아 채소파는 노점상부터 시작하셔서 지금까지 고생하시는데 제가 차마 모르는척을 할수없는거잖아요...

신랑은 그걸 알면서도 자꾸 돈을 모으려고 하면 친정집에 빌려주고 하니까 몹시 화가 나나봐요..저도 알지만 자존심이 상해서 말을 못하고 몰래 빌려주는거였구요...

저도 화가나고 짜증나고 내가 왜 신랑이랑 싸워야하나 무척 화가나고 우울해요...

제 나이 23살인데...맨날 친정집 돈이나 빌려줘야하고 저도 꼭 대학은 가고싶었는데...

전 둘째딸인데 맏딸노릇하는것도 지긋지긋하고...언니는 아직도 철이 없어서 맨날 저보고 용돈좀 부쳐주라고 합니다...나는 학생이니까 니가 용돈주는거 당연한거 아니냐고...

정말 지긋지긋한 친정에서 벗어나고 싶네요...친정만 아니면 신랑이랑 싸울일이 전혀없는데 맨날 친정일때문에 싸우게 되요...마음이 답답하네요...

이럴때는 정말 경제적으로 넉넉한 친정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신랑한테 자존심상하게 돈얘기 꺼낼필요도 없고 또 마음이 든든하잖아요...그래서 돈 쪼들릴때 친정에 돈빌릴수도 있을텐데 전 나중에 돈이 쪼들려도 빌릴곳 하나도 없거든요..시댁도 뭐 넉넉한 형편도 아니구요...그냥 마음이 하도 답답해서 하소연했어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