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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기름같은 존재감.


BY 아짐 2004-11-08

남편은 문화가 없는 사람입니다.

남편은 공원가서 담배를 못 피우니깐 안달내며 쓰레기통을 찾아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고  외식하면 말없이 묵묵히 밥만 먹다가 아이와 나만

남겨놓고 밖에 나가 핸드폰을 들고 다른사람과 통화하며 담배를 피우죠.

어딜 놀러가도 할 얘기가 없어서 핸드폰 들고 연신 다른사람과 통화하고

영화도 보기 싫어하고 책도 읽은적이 없고 신문도 읽지않아요.

같이 할 만한게 아무것도 없고 얘기도 할 수 없어요.

어떤 얘기던...  그 얘기가 여기서 왜 필요한데?  그 얘길 왜 하는데?

그 집 사람들과 내가 무슨 상관이라고 남얘길 자꾸하는데?

합니다.

하다못해 티비를 보며 얘기도 할 수 없고 대화라는거 아예 없어요.

남편은 시골사람이죠.  아이한테 심하게 엄격하고 어렵고

아내한테도 그런 사람이길 원해요.

자신을 대할때 조금은 어려워하길 바래요.

 

 

결혼 8년차만큼이나 이혼도 8년을 생각하며 살았어요.

자식때문에 산다는거 그거 하나 없었다면 이 결혼은 나한테 그저

지옥과도 같은 고통뿐인 것 같아요.

 

남편은 심하게 효자입니다.

남편의 부모는 다섯입니다. 

부모가 물려주고 해준 재산은 아무것도 없지만 남편은 헌신하고

희생하고 부모의 그림자조차 밟지않는 효자중에 효자입니다.

시아버님과 시어머님이 부부싸움을 하면 중간에서 화해시키느라

바쁘고 시아버님이 집에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시어머님 맘 풀어드리느라

바쁘고 시어머님 우울하거나 속상하면 그거 풀어드리느라 바쁜 효자죠.

하지만 나한테는 아무것도 쓸모없는 그저 돈이나 벌어다주고 있는

아이의 아빠일뿐 내겐 별 의미가 없어져버린 남자일뿐이죠.

 

처음부터 그랬으니 내가 바보죠.

차라리 빨리 내 멍청함을 깨달았다면 이런 지옥에서 살고있지는 않았을텐데.

 

남편과 사는게 너무나 지루하고 힘들고 별의미가 없네요.

아이를 키우는 일...  그거외엔 시집식구들과 남편은 내게 정말이지 아무

의미없는 인간들이예요.

그걸 문득 인식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우울증에 빠져버려 헤어나오질

못 하겠어요.

차라리 알아도 생각을 안 하게되죠.  난 행복하다.. 이만하면 됐어... 그래도

돈은 벌어다주잖아... 그래도 바람은 피우지않잖아...

사람이 모두 사랑하고 사는 건 아닐거야...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런지 나도 몰라요.

사랑은 아니어도 부부정은 느끼고 싶은데...  효자여서 자랑스러운게 아니라

나를 위해줘서 고마운 남편을 보고싶을뿐인데

아내와 이아한테는 늘 인색하고 옹졸하던 그 사람은 왜 그렇게 심하게

효자일까요?

아팠을적 약 한번을 사다준 적이 없던 남자.

그나마 나를 미워하는 시어머니의 충고가 없다면 조금 있었던 친절도

없었을 남자.

 

차라리 빨리 아이가 크고

차라리 빨리 포기하고

차라리 아예 그런걸 느끼지않고

그렇게 살아버리면 덜 힘들겠죠.

 

남편과 내겐 꿈이 없어요.

남편은 부모 다섯명 모시고 시골서 아담한 집 지어서 부모한테 효도하며

사는 게 꿈이고  난 그 생각만 하면 정말 헛 웃음만 나올 뿐이죠.

가끔 남편은 그렇게 사는 게 얼마나 행복인지 나를 설득하곤해요.

그걸 듣고있자면 빨리 아내를 바꾸어서 살아야 이 남자도 행복하겠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나를 위해서도 이 남잘 위해서도 우린 같이 살면 살수록 지옥일겁니다.

나때문에 더 못한 효도도 내가 없음 더 신나게 할 남자죠.

 

언젠가 이혼한단 생각을 갖지않음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지금 시간을 견뎌낼 자신도 없고.

미래가 두렵기만해요.  지금도 하는 효도에 내 숨통이 막혀오는데

나중에 그 다섯분의 뒷치닥거리를 하며 즐거워할 이 남자를 생각하면.

차라리 혼자 하던가... 며느리 도리는 자기 부모만큼이나 얼마나 잘

읊어대던지요?

아들 등골을 빼먹어도 늘 당당한 시집식구들을 보면 이 남자는 내게

희생만을 강요하는 남자일뿐이죠.

 

난 박애주의자도 희생하는 맘도 없는 못된 여자여서

내 평범한 남편을 꿈꾸고 일상적인 대화를 꿈꾸고 남들 다 하는

부부만의 정을 꿈꿉니다.

남들 다 하는 운동도 같이하고 싶고 남들 다 하는 영화도 같이보고싶고

남들 다 하는 산책도 원합니다.

남들 다 하는 거 말입니다.  평범한데 소중한거. 

 

남편

남편은 착한 효자

하지만 내겐 못 된 남자.

부모한테는 끔찍하게 잘 하지만 아내한테는 끔찍하게 못 된 남자.

이 남자 팔아버리고 싶네요.  바꾸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