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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그리고 아버지


BY 슬픈눈망울 2005-04-18

전 오늘 소리내어 펑펑 울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울지 못하고 음악만 귀청이 찢어지도록 크게 틀어 놓고 이 곳에 들어 왔습니다.

저겐 평범하지 못한 아버지가 계십니다.

183이란 키에 55키로 나가신다는 우리 아버지.. 평생을 장애자라는 굴레속에서 당신 혼자서

자책감과 괴로움속에서 사신 분이십니다.

어릴적 전 아빠가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그냥 무서운 아빠였죠.

너무 무서워서 고등학교 될때까지도 준비물조차도 말하지 못하고 엄마를 통해서 말했을 만큼 너무 무서워했습니다. 그러다 용기내어 말하려고 했던게 한시간을 옆에서 앉아 있다가

보다 못한 엄마가 애기하라며 재촉하고.. 그런 엄마를 보면서 아빤 나보고 말도 못하냐고 나무라고.. 자상이란 단어와 거리가 먼 분이셨죠..

그런 제가 자라 사회생활이란걸 하고 일찍 결혼해 떨어져 나와 살다보니 아빠는 아버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서웠던 아빠가 너무도 초라해져만 가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예전의 그 당당함은 다 어디가셨는지 너무나도 속이 상합니다.

아버진 당신이 장애란것에 대해 정말 뼈가 시리도록 가슴아파 하십니다. 그 장애로 인해 곱지 않는 시선과 그로인한 외로움 때문이셨겠죠. 그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엄마에게도 자식들에게도 그렇게 혹독하게 대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식들은 점점 자라 성인이 되어 혼자 자란듯 아빠를 외톨이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잘해드려야지 하면서도 마음으론 아빠에게 잘해드리지 못해 미안해 하면서도 왜 그렇게 툴툴대는지 모르겠습니다.

가까이 살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를 왜 그리 둘러대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빠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엄마와 다투셨나봅니다. 너무 속이 상해서 친구와 오랫만에 술한잔 했다는데 사는게 왜 이리 힘드냐고 다 큰 딸에게 투정을 부리십니다.

너무나 속이 상합니다. 지금 달려가 뵙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또 다음으로 미뤄야만 합니다. 저 참 나쁜 딸이죠.. 아빠에게 위로를 해 드리고 싶은데 다른사람앞에서 잘도 나오는 말들이 아빠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해드리지 못하고 대답만 하고 끊었습니다.

전 정말 나쁜 딸 맞나봅니다.

너무 속이 상해 눈물이 납니다. 이주에는 꼭 들러서 아빠 이야기를 들어 드릴렵니다.

아빠에게 가장 필요한건 돈도 명예도 아닌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