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같이 지내게 되신 시할머니가 계십니다.
약 15년 전에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치면서 청력을 같이 잃으신거 같은데, 연세가 많아질 수록 더 안들리십니다.
저희 집에서는 시할머니와 대화를 할려면 종이에 글씨로 크게 씁니다.
말로는 아무리 크게 싸울듯이 해도 잘 못알아듣거든요. 어떤 날은 조금 더 잘 알아 듣기도 하지만...걸레질을 하시다가 오디오를 실수로 눌러서 소리가 나와도 시할머니는 바로 앞에서 모르십니다.
남편은 제 눈치를 보면서 보청기 얘기를 했고, 저는 일단 시할머니를 모시고 동네 이비인후과를 갔습니다. 보청기를 할려구 해도 일단 병원에서 진단을 한번 받아봐야 한다고 해서 모시고 간것인데, 병원에서는 왼쪽 귀에 귀지가 너무 단단하게 굳었다고 제거를 해야 고막의 상태를 본다고 하더라구요. 그것을 제거하는데 3일을 다녔습니다.
어제 제거가 끝났는데 의사말이 할머니가 고막도 양쪽 모두 정상인데, 자기가 큰소리로 해도 못듣는다고 이정도면 청각장애 신청을 하셔도 된다고 합니다. 동사무소에 가서 신청서를 받아오고, 자기가 소견서를 써줄테니 대학병원가서 검사하고 진단을 받아서 청각장애를 신청하라구요.
집에와서부터 고민입니다.
시할머니 연세가 85입니다. 거기다가 시엄마는 관심도 없으면 병원에 다니고 있는줄도 모르며, 돈 들여서 보청기를 산다고 하면 싫어하십니다. 예전에 제가 한번 얘기했었다가 시엄마가 시할머니는 관리도 잘 못하고 돈만 들어간다고...노인네가 무슨 필요가 있냐고 딱 짤라서 말씀하셨습니다.
대학병원가서 검사하고 보청기를 사는 것이 모두 우리 부담일텐데...
슬슬 겁이 납니다. 청각 장애 등급을 받으면 20~30만원 정도 할인을 받는거 같기는 한데, 검사비가 그것보다 더 나오면 어쩌냐 싶고...보청기도 30만원부터 450만원까지 있다고 하고...
적어도 100만원은 깨질거 같은데...
이것을 어쩌죠?
아이하고 저하고 맨날 종이에 쓰거나 소리지르느라고 신경쓰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시할머니를 생각하면 보청기를 해드리는 것이 좋을거 같구요...
혹시 성과가 좋으면 동네 노인정이라도 갈 수 있을지 않을까하는 마음도 있구요...
또는
지금까지도 안들리고 사셨는데 굳이 돈을 많이 들여서 해야하나 싶고,
장애 등급을 받아서 전기세나 전화세 조금 할인 받는 것이 뭐 큰 가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검사비와 보청기 비용이 겁이 나네요.
그러다가도 혹시 5년안에 진짜 우리가 이민을 가게 되면 시할머니는 갈 곳이 없어서 양로원에 가셔야 하는데 그 때 장애수첩이 있으면 좀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시할머니 개인 돈이 2천만원 있거든요. 그것이 전 재산이라서 다른 시댁 식구들은 우리가 이민가면 양로원에도 못보내고 방한칸 구해서 돌아가실때까지 혼자 살라고 그러거든요.
우리가 이민계획을 갖고 있기는 하는데 어찌될지는 모르고요...일단 이민 가기 전까지는 우리가 모시기로 하고 올해부터 모시고 있거든요.
처음엔 시할머니가 참 불쌍하더라구요.
병원에서 청각장애 얘기를 꺼내는데, 무척 놀랬어요. 지금까지 장애가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그냥 살아온 할머니를 생각하면...참 시엄마를 비롯한 사람들이 맘이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집에와서 생각을 할수록 돈이 겁이 납니다.
솔직히 저희 저축을 못하고 살거든요.
그나마 요즘 5백만원 정도 겨우 겨우 모아놓은 것이 있는데...그게 저희가 결혼해서 모은 돈의 전부인데...물론 우린 아직 젊고 계속 일을 하니까 돈을 모을수는 있죠. 근데 선뜻 백만원 정도를 투자하기가 그렇네요.
그렇다고 시할머니 돈을 건드리기도 그렇구...그 돈을 건드릴려면 시엄마한테 말을 해야하고, 그럼 또 뭐라고 하겠죠. 요즘 소식 끊고 사는데...소식 끊은지 한달 정도 되었거든요.
걸어서 5분 거리인데도 우리집에 한번도 안들리시죠. 근데 말하기도 싫구...
어쩌죠?
솔직히 시할머니한테 특별히 잘 해드리는 것도 없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긴 한데...시장볼때 할머니 간식 거리하고, 철 바뀌면서 시장에서 싸구려 옷사는 것 밖에 없긴 한데...여유가 없네요.
시할머니한테 보청기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니까 죽을날이 가까운데 뭐하러 그런것을 돈 들여서 하냐구 그러시더라구요. 손부가 얼마나 답답하면 그러겠냐고 미안하다고...어서 죽어야 하는데 큰 일이라고...손부하고 손자 못할일 시킨다고...남의 귀한집 딸 데려다가 고생시켜서 죄스럽다고...
에휴~~~
그렇게 얘기할때는 또 짠한 마음에 보청기 투자할까 하다가...
또 집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하지 말라고 하는것만 하실때는 또 열받아서 그냥 말아버릴까 하다가...
연세도 많으신 할머니를 보청기 해드리고 장애등급을 받게 해드릴까요?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