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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한 내마음-시어머니와 형님...


BY 능소니 2005-07-29

주말에 휴가를 내어 시아버님 제사를 큰집에서(대구) 지내고

바로 전주에 있는 시엄니댁에서 휴가를 보내고 왔습니다.

항상 늦게 시집온 둘째며늘만 세상에 없는 귀한 며느리라 떠받들던 울 시엄니,

이번에는 그 며느리한테서 맘이 떠난걸 느꼈습니다.

갈때마다, "너랑 동갑인데 넌 걔 발뒤꿈치도 못 따라간다"며 면박을 주던 시엄니...

그런데 한 3년 겪어보더니 이제 제 진가(?)를 알아보셨나?

암튼 이번엔 저한테 다 맡기시고 아예 부엌 근처도 안오시더이다.

함께 모시고 살면서 살릴년 죽일년 욕도 많이 먹고,

정말 그런 시집살이가 없을 정도로 지독한 시집살이를 해서인지

시엄니가 정말 밉고 보기도 싫었었는데....

갈때마다 늙어가시고 힘빠지는 시엄니를 보니 이제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제사때마다 내리 3년을 빠지던 둘째형님이 이번엔 둘째를 임신한 몸으로 일찍 왔네요.

물론 전을 다 부친담에 와서 일은 안했지만...

그런데 그렇게도 아이를 잘 봐주시던 시숙이 이번엔 아예 아이를 보지 않대요.

형님이 임신까지 하고 직장(유치원 선생님)생활 하느라 힘든데...

제사음식 준비하느라 바쁘고 힘든데도, 아이가 악을 쓰고 울어도 안봐줘서 이상했습니다.

울 신랑은 반면에 아이하고 놀으라면 도망가던 사람이 이번엔 아예 맡아놓고

아이들을 봐줘서 나는 편했는데...

제사때도 그러더니 시집에서도 아예 자기자식을 나몰라라 하더라구요.

담달이 두돌인 사내아이라 형님이 참 힘들어하던데...

 

울 신랑이 그걸 느꼈는지 올라오는 길에 한마디 합니다.

"형도 나랑 성격이 비슷해서, 아마 꼰조가 대단할거다.

니가 하는 만큼 나도 한다 이거겠지.

여태까지는 신혼이라는 이름으로 묻혔겠지만

형수 하는게 해도 너무하니까 아마 형이 뭔가 틀어진거 같다.

암튼 형수 임신까지 했는데 두 부부사이 문제 없어야 할텐데..."

이 말을 듣고 느끼면서 제 맘이 어땠는지 아세요?

-그동안 그렇게 하더니 그래, 잘됐다. 고소하다....-

하는 맘이 먼저 들더군요.

그러게 시어머니가 이쁘다고 할때 좀 잘하지...

이번에는 울 시엄니가 내 눈치를 많이 보고 조심하시더라구요.

당신 집인데도 아예 저한테 모든거 다 맡기고,

또 뭘 부탁을 해도 나한테 하고 나하고만 얘기하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래선 안되는데 싶네요...

동갑내기 동서지간이라 질투와 욕심도 많지만

그래도 울 시숙을 봐선 둘 사이가 좋아야 할텐데 걱정이에요.

세상에 그런 진국인 사람 찾기도 힘든데...

시숙이 힘들어하는거 보니까 또 안쓰럽고 불쌍해지네요.

그동안 많이 맘속으로 미워했는데...

이번에 와서 임신한 몸으로 힘들게 아이 봐가며

나름대로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나니

아무리 형님이라지만 기특하고 안쓰럽고,

그러면서도 시엄니가 이제 나를 인정해줘서 그건 기쁘고...

암튼 이런 아이러니한 제 맘이 좀 혼란스럽네요.

제가 넘 못된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