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늘 많이 바빠요, 물론 일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는 데다가 허리병도 있죠
결혼 초기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4-5년 전부터 부부관계가 너무 뜸해지고, 예전에 비해 사람 자체가 많이 우울해졌어요.
그런데 1년쯤 전 나름대로 잘해보겠다고, 아니 정말 원해서 몇번이나 내쪽에서 요구했댔어요. 그 때마다 피하더군요, 그러더니 결국은 자꾸 그런 식으로 먼저 요구하는 당신이 이럴수록 점점 싫어진다더군요. 그 말까지 들은 직후부터 난 더이상 요구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자기가 원할 때는 한 6-7개월에 1번쯤? 하려 들더군요.
그런데 이젠 내쪽에서 싫어요. 그래서 자꾸만 애들 방에 가서 자죠.
그래도 그는 부르지도 않아요. 그렇다고 우리가 엄청 문제있는 관계는 아니고(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내가 시비를 걸지 않는 한, 따지고 대화하자고 붙들고 늘어지지 않는 한, 그냥저냥 하루하루를 살아요.
그리고, 뭔가 부부관계도 적극적으로 하고, 대화도 재미있게 하고 그러면서 이상적으로 살고 싶어하는 나를 덜 철든 소녀 보듯 한심해하고 짜증스러워하죠. 자기 말로는 이렇게라도 살아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차니 자꾸 보채고 건들고 사람 피곤하게 하지 말라더군요.
마음의 상처 때문인지 자존심 때문인지, 이젠 그 쪽에서 요구할까봐 겁이 나서 자꾸만 애들 방에 가서 자요. 이건 일종의 복수심이기도 하겠죠.
나는 그를 용서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아마 그는 나의 이런 마음도 모른 채, 내가 이혼을 요구하지 않는 한 이렇게 죽을 때까지 살아줄 사람이예요.
난 이 젊은 나이에, 벌써 아내도 여자도 아니고, 그저 엄마만으로 남아버린 거죠.
대화 자체를 거부하려는 사람, 삶의 성찰과 개선을 포기한 사람, 부부관계조차 귀챦은 사람, 나는 그 사람을 이미 마음 속에서 버렸지만.....
그가 집 안에서 얼쩡대는 걸 1박2일 이상(예를 들면 주말) 보면 월요일만 되면 엄청난 우울 때문에 허우적거려요. 물론 그래도 우린 아이들에게 별 문제 없는지, 집안 문제로 뭘 해결해야 하는지에 관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전화하고....
이렇게 끊임없이 문제를 피하고 피하며....
내가 비정상일까요?
원래 부부가 결혼하고 10년 이상이 지나면, 그냥 다들 이렇게들 사는데...
나만 배가 불러서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