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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한 회의


BY 몽상가 2005-10-26

결혼전에 남편이 장남이기에 시부모와 함께 사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와 결혼했다.

결혼 초에는 나도 맞별이를 했고 아이도 일찍 갖는 바람에 시부모와

갈등을 겪을 여유조차 없었다.  

 

- 시부 이야기 -

 

문제는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손아래 동서를 보면서 시작됐다.

나한테는 항상 엄격하고 따뜻한 말한디 안하시던 분들이 동서가 예뻐서

어쩔줄 모르셨다.  동서네 집이 지방에서 좀 살고 친정에 갈때

마다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이것저것 무진장 퍼 날랐기 때문이다.

시집올 때 이바지 음식으로 해온 홍어가 너무 맛있었다며 2-3년 동안은 

그 말을 입에 달고 살았으니까..

     

내가 둘째를 갖게 되었을 때부터 시작된 시부의 구박.....

입덧이 심해서 친정언니집(우리 친정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

갔다왔더니 온 식구 모여 앉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시부의 말

- 너희 형부 인상이 험악하던데 너희 ** (시부가 아끼는 저의 큰아이고

  당신 손자랍니다.) 구박하지 않았냐.  너희 형부 인상 고약하던데,,, -

참고로 그자리에는 손아래 동서도 있었다.

 

둘재 임신으로 아직 참 힘들어하는 내게 당신이 너무나 아끼는 손자인

우리 큰아이가 대변할 때 힘들어 한다며 내게 하시는 시부말 

- 너 **한테 대변 잘 하게 요쿠르트 먹인다더니 나한테 거짓말까지 

  하냐 - 

그때도 동서는 물론 시모, 남편, 시동생까지 모두 그자리 있었다.

어느 누구도 시부의 망발을 제지하지 않았고 계속되는 구박과 망발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나는 8개월반만에 조산하고 말았다.

 

지금도 우리 작은 아이는 천식과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다.

 

둘째아이를 낳았을 떈 병원에서 퇴원할 떄까지 아이와 나를 한번도

보러 오지 않았다.(그때 10일쯤 입원해 있었다)

 

그런일이 생긴후 나는 도저히 시댁 근처에서 살수가 없어서

멀리 이사를 해버렸다.

 

이사와는 상관없이 구박이 계속되고 남편조차 나의 방패막이는 커녕

나를 더 힘들게 하던 어느날 시부는 중병을 갖게 되었고 얼만전 고인이 되셨다.

 

그런데 정말 속상했던 건 살아생전에 그분이 내게  따뜻한 말한디라도 했다면

난 용서했을 텐데 고인된 지금까지도 용서가 안된다는 것이다.

죽음앞에서 조차 용서안되는게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한동안  정말 괴로왔다. 

 

 

- 시모 이야기

  

 그렇다고 시부만 내게 그랬다는 건 아니다.  남들에게는 100% 자상하고 인자해 보이는

 그분은 남편이 없을 땐 아무때고 나를 무시한다.

 동서가 있는 자리에서조차  농담거리로 웃으시며 내게 하는 말

 - 니가 잘하는게 뭐 있냐.  xx(동서이름)는 손끝이 야물어서 다 잘하네... -

 

 그래서 시댁엔 항상 남편과 같이 갔다.

 

 이사하고  얼마 안 된 어느날 시모가 전화를 했다.

 - 너희 집도 이사하고 했으니 집들이 겸 아버님 생신은 너희 집에서 해라 -

 참고로  시부의 생일엔 직계 가족뿐만이 아닌 시부 형제들과 그 직계가족들로

 30-40명은 기본이다.  우여곡절 끝에 난 혼자서 그 음식을 다 했다. 

 정말이지 허리가 휘어지는 줄 알았다.   

 

그리고 그후로 계속되는 끝없는 무시와  동서에  대한 일방적인 편애...

 

물론 나 역시 100점짜리 며느리였다는 건 아니다.  오랜 직장 생활로 인한

서툰 음식 솜씨.  용돈을 자주드리지 못하는 죄송함등등......

 

얼만전 혼자되신 시모.  

난 도저히 혼자 계신 시모에게 함께 살자는 얘기를 할 수 없었다.

지난 수년간 겪은 너무나 끔직한 기억들로 한 지붕 아래서 같은 공기를 마실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남편 이야기

 

-나와 처음 만났을 때 남편은 아직 학생이었다.  그래서 정말 때묻지 않고 순해 보여서

  결혼했다.  결혼한 이후 그가 보여준 절대적인 부모에 대한 사랑으로 정말 힘들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나의 방패막이가 돼 주지 않았다.  

  그가 결혼하기전 내게 했던 말이 비수처럼 나를 아프게 한다.

  - 우리 부모님한테 잘해서 너랑 결혼하는거야........ 

 

  며느리인 내게 자신의 부모가 보여준 어떠한 구박과 망발도 방관했고

  아이를  조산했을 때조차 무관심했다.

  지금까지도  그는 내게 말한다.  니가 우리 집안에 시집와서 뭘 했냐고....

  

  어떤 경우에도 나를 감싸주고 내 편이 되어야 할  남편이 오히려

  일방적인 순종과 의무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참 견디기가 힘들어서 친정 가까이에서 친정아버지 그늘에 살고 싶단

  생각을 자주 한다.

 

  정년 결혼이 이런 것이었다면 난 진작에 그만 두어야 했다.  진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