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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무진장 행복하게 살줄 알았는데...


BY 실증 2005-11-07

결혼10년차....

 

전 한때 불같은 사랑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체질상 불같이 사랑을 해야 직성이 풀리지 은근히 하는건 제게 잘 맞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연애때에는 문제가 있어도 극복이 잘 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저의 불같은 애정욕구가 도통 채워지지 않더군요.

 

저는 늘 남편과의 사랑을 꿈꾸며 사는 제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

 

기대하지 않는다면 슬퍼할 일도 없을텐데...말이죠.

 

숱하게 상처받고 숱하게 실망할때마다 저는 기대를 없애려고 무진장 노력했습니다.

 

연애시절의 모든 흔적들도 다 지웠습니다. 그것들을 볼때마다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절 괴롭혔으니까요.

 

실망하고..싸우고 상처받고..잊고...

 

실망하고...싸우고.......상처받고....잊고......

 

그때마다 마음이 단단해지며 기대가 사라져 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싸우고 나니...

 

이제는 마음이 아프지 않습니다.

 

이번에 잘 화해해서 사이가 다시 좋아진다 한들 다시 똑같은 이유로 싸우게 될 것이고..

 

결국 우리 둘사이의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은채로 늘 이렇게 싸우고 화해하는 것을 반복할 것이란걸 너무 뻔히 알기 때문에...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며칠전 열시간동안 집안대청소를 저 혼자 했습니다.

 

게다가 저의 회사일까지 산더미 처럼 싸들고 와서, 밤새워 일했습니다.

 

남편은 이틀내내 잠도 자지 않고 오락을 합니다.

 

오락하다가 심심하면 축구를 봅니다.

 

내가 청소하는 동안에도 열시간동안 밤도 굶어가며 방에 틀어박혀 오락만을 했습니다.

 

청소좀 하랬더니 바쁘답니다.

 

그런데 이젠 화가 나지 않더군요...

 

이렇게 화가 나지 않는 내 모습을 보니 처량합니다.

 

그리고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이며 자기야~ 자기야~ 해대며 살아가는 친구 부부를 보니 더 처량합니다.

 

저녁이 되어도 남편이 기다려지지 않습니다.

 

남편이 들어올 시간이 되면, 예전엔 가슴이 뛰었는데...이젠 가슴이 답답합니다.

 

남편에게 심한 말을 해도 미안하단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예전엔 남편이 자리에 눕지 않으면 저도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는데, 이제는 넓은침대 혼자쓰면 잠이 푹 잘도 옵니다.

 

어차피 한달에 한번 덤빌까 말까 하는 남편을 보면서, 나 혼자 욕구를 느낄때면, 성질이 났는데 이젠 각방쓰니 맘이 이다지도 편할수가 없습니다.

 

남편은 저에게 화가나서 제가 한 음식은 전혀 손대지 않고, 주말 내내 라면만 꼬박 네끼를 먹었습니다.

 

예전같으면 그의 건강이 걱정되었을겁니다.

 

이제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음식이 먹기 싫으면 자기가 밥해먹으면 될일이지, 오락하느라 바빠서 라면만 먹다니....

 

저런 사람에게 내가 집안일을 기대했던 적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내 자신이 더 한심합니다.

 

 

난...내가 무진장 행복하게 살줄 알았는데...영원히 사랑하며 살줄 알았는데..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 우린 별로 사랑하지 않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