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출산을 권하는 사회-정말 선택일까?
요 몇일 ‘지금 당장 아기를 갖고 싶지는 않다’는 요지의 글에 달린 댓글과 성원을 보며 역시 우리사회에서 아직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결혼처럼 타인의 애정과 관심을 기반으로 한 무수한 권유가 한 개인에게 압박으로 작용 하는 대표적인 ‘분야(?)라고 보여지는군요. 어찌보면 온전히 개인의 책임으로 남겨질 분야인 결혼생활과 출산(과 양육)에 이렇게 집단적으로 관심과 권유를 보내는것도 분석해볼만한 일이지 싶습니다.
제가 결혼을 안하고 30대 중반까지 버티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왜 결혼 안하냐’이고 대개 이런 질문은 또 진심으로 선의에서 나온 권유(해보시라)로 이어지더군요. 고정 레파토리도 참 세월 지나도 안변하데요. 레파토리를 1위부터 6위까지 대충 꼽아보니.
1위,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니 하고 후회해라’(불특정 다수한테 듣는 야그죠)
2위, ‘젊었을때는 괜찮지, 나중에 나이들어봐라, 머라머라..’(역시 불특정 다수로부터)
3위, ‘인간이 짝 맞춰 사는건 자연의 순리고 신의 섭리다’(불특정 다수+선량한 믿는 사람들 약간)
4위, 여자는 뭐니 뭐니 해도 남자 잘만나 남편 그늘에서 얼라 낳고 알콩 달콩 머라머라 (나보다 윗세대 불특정 다수)
5위, 효도가 별거냐, 나이들면 짝 찾아 잘사는게 효도지(부모 혹은 친인척)
6위, 결혼해봐.얼마나 좋은데,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더 많어(주로 혼수상태 신혼기의 남녀)
그 외 무수히 다양한 결혼을 해야하는 이유를 들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건 30 넘어서 안나던 여드름이 약간 나길래 왜 그러지 했더니 천연 남성 홀몬 주사 맞으면 된다고 언능 결혼해라...(ㅎ ㅎ 이런 야그 많이들 들으셨지요 여러분들도? 아놔, 그럼 수녀랑 비구니들은 얼굴에 여드름이 바글 바글 하겠네요? 흘흘.)
아무튼 귀에 딱지가 듣도록 듣다가 뒤늦게 결혼 하니 이젠 더 이상 결혼 권유 안당해서 좋더군요. 근데 그 다음 차례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얼라 가져야지? 소식 없어? 한 살이라도 젊었을때 낳아야지, 지금도 늦었어, 얼른 애부터 가져...그리고 또 역시 왜 얼라를 낳아야 되는지 다들 역설하십니다. 결혼 해야 하는 이유만큼은 아직 덜 들었기 때문에 베스트를 꼽는건 성급하나 흥미로운건 결혼 해야 하는 이유와 맥락이 아주 흡사하다는거.
순위 상관없이 나열해보면.
1. 나중에 더 나이들어 후회하지 말고 지금 낳아라, 나중엔 낳고 싶어도 못 낳는다
2. 지금은 괜찮지, 나중에 더 나이들면 남편이랑 둘이 뭔 재미로 사냐, 또 나이들어 자식도 없으면 얼마나 쓸쓸 하겠냐
3. 인간이 애를 낳는건 자연의 순리고 신의 섭리고 인간의 본능이고..
4. 여자는 뭐니뭐니 해도 얼라를 낳아 키워봐야 하는기야. 모성 본능 몰러?
5. 효도가 별거냐. 손주새끼 떡 하나 낳아서 언능 효도해야지
6. 애가 얼마나 이쁜데, 조카새끼도 이쁜데 니 새끼면 얼마나 이쁘겠냐?
진짜 흡사한 맥락이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흡사하다는게 뭘 의미하는지, 세월이 흘러도 고정 레파토리가 안변한다는게 뭘 의미하는지 곰곰 생각해 볼 일.(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라는게 제 신조 이기에) 레파토리가 안변한다는건 어쩌면 세월이 흘러도 많은 이의 공감을 사기 때문일지도..? 그렇다면 저 무수한 ‘언설’들이 다 옳은가, ‘진리’인가..? 옳거나 진리라면 적어도 시공을 초월해야 하는 ‘무엇’이어야 할텐데 과연..? 또 정말 저 언설들이 누구한테나 공감을 주고 있는가? 오잉, 그렇다면 결혼을 했지만 결혼 해야 하는 이유 1위부터 6위까지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고 지금도 동의가 안되는 나같은 사람은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