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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능력없는 남자와의 재혼


BY 난 먹고 살만 한 2006-02-26

첫 결혼에 실패한 독신녀입니다.

40대 후반이며 아이 둘 제가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장성하여 대학에 다니고 있고

그동안 두 아이 기르느라 몸과 마음이 너무도 지쳐

이젠 크게 호강하지 안해도

남편 그늘에서 세끼 밥 얻어 먹고 싶은 마음입니다.

여자 혼자 몸으로 돈 벌고, 아이 키우느라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저는 먹고 살만 합니다.

 

서울에 부동산과(11억 상당) 예금도 한 5억 가까이 있습니다.

다행히 제가 물려 받은 작은 유산이 종잣돈이 되어

손을 대는 부동산이 잘 되었었고

죽어라고 성실히 직장생활해서 웬만한 남자보다 수입이 낫습니다.

회사에선 없으면 안될 사람으로 인정받아 대우도 좋고

이것 저것 수입을 다 합치면 1년에 1억 넘는 수입이 됩니다.

 

최대한 아껴 저축하며 알뜰하게 살았지요.

남편 없는 내게 돈 마저 없으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애들 한테도 맛있는 것 제대로 먹이지 못하고

저도 옷 한벌 해 입지 못하고 악착같이

피곤에 쩔어 밤잠 못 자 가면서

어떤 때는 세 식구 콱 다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고생고생해서 이룬 재산입니다.

지금도 탕수육 한그릇 사 먹을 때 서너번 생각하고 먹는 억척또순이 이고요.

 

이 재산 없애면 늙어서 길바닥에 나 앉는 다는 각오로 살았고

제비 같은 놈 만나서 그 남자한테 빠지면

하루 아침에 내 재산 다 날리고

애들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한다는 경고를 내 자신에게 수없이 하며 살아 왔습니다.

전남편에게서 하도 디어서 남자에게 별 흥미도 없고

근본적으로 남자 = 믿을 수 없고 속 썩이는 동물 이란

등식을 마음속에 갖고 살아 왔습니다.

 

저 젊어서 친정 어머니 고운 태를 물려 받아 한 미모 했습니다.

잡지표지에 얼굴이 실린 적이 있었고

배우를 해 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었습니다.

지금도 고생않고 남편이 금이야 옥이야 하며 사랑해주는 여자로 보일만큼

남의 시각을 어지럽히지 않을만한 외모는 됩니다.

그 때문에 남자 많이 꼬였었고 유혹도 많았었습니다.

여자 혼자살면 치마만 둘러도 남자들이 우습게 보니까요.

한 재산 떼어 주겠다는 돈 많고 늙수그레한 사장도 있었지만

그것 받으면 몸 파는 여자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고

받으면 시키는 대로 다 해야 하는 독약이다 생각하고

단 돈 1푼도 받은 적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저 먼 옛날 저 처녀적에 저를 죽자 사자 쫓아 다니던 동갑내기 고향 총각과

5년 전에 어찌저찌 연락이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아직도 총각으로 늙고 있더라구요.

몇번 결혼할 뻔한 적이 있었지만 인연이 안 되어

혼자 살고 있다고 했었습니다.

아주 어려서 알던 사람이라

다른 남자와는 달리 큰 경계심을 갖지 않았었고

저도 이제 아이들이 다 커서 의지하고 말 벗될 누군가가 필요했던 터라

마음의 문을 열고 아주 조심스레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어려서 부터 마을에서도 보기 드문 효자였고

모범생으로 성실하고 정직한 소년이었는데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믿음이 갔습니다.

동네 어른들이 보기드문 효자라고 칭찬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마디로 성실하고 반듯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너무나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껏 결혼을 못 했다 하더라구요.

하는 것 마다 실패해서 오히려 빚더미에 올라 있고(2-3억)

지금 사는 원룸도 다음 달이면 보증금 다 까 먹고 쫓겨날 상황입니다.

하루 18시간씩 주말도 없고 공휴일도 없이 죽어라고 일한 것

저도 압니다만

운이 안 따라준 데다가 사업 전망을 잘못 짚어서

은퇴할 나이가 되도록 맨몸뚱어리에 빚만 남았으니

요즘 세상에 누가 시집을 오려 하지 않더라는 군요.

무역을 해 보겠다고 중국과 일본, 동남아로 부지런히 뛰어도

남은 것은 빚만 있을 뿐입니다.

 

가진 재산 없고, 가진 기술 없고, 배운 것도 별로 없어서

이제 이대로 나이 먹으면 거리에서 살아가야 할 판인거지요.

처음 제가 그를 만났을 때

전 제가 가진 것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없다 했지요.

그는 자기가 벌어서 호강시켜 주겠다고,

여자 돈 없는 것 아무 문제 안된다고 했습니다.

여자 돈으로 살려는 사람은 남자도 아니다,

내가 벌어서 아이들 다 가르치고 할테니 걱정마라하고

장담을 했습니다만 사업이 그의 뜻대로 굴러가 주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호강은 시켜줄 자신은 없으나,

평생 속 안 썩이는 남편은 될 수 있다고

자기가 못나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며 자책을 합니다만

너무나 저를 사랑한다면서 제게 결혼하자고 합니다.

 

그 옛날 꿈에 그리던 첫사랑이 저였다면서

그는 지금도 저를 만나면 심장이 뛰고 숨 막혀 합니다.

(그땐 집안 격차가 커서 감히 그가 저를 바라볼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저라면 꼼짝 못하고 애지중지 하며 잘 합니다.

 

제 애들 한테도 친 아버지 보다 더 잘 하고

그 없는 돈에도 애들 용돈 저 몰래 넣어 줍니다.

제가 애들 야단치면 정말로 가슴 아파하고 애들을 감싸고요.

지금껏 자기가 혼자 자식도 없이 늙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자식을 준 거라고

애들 일이라면 새벽에라도 일어나 도우러 와 줍니다.

 

제가 그와 교제하기 시작한지 5년이 되었습니다.

처음 교제를 시작할 때는 제가 가진 재산 없는 줄 알았지만

지금은 아파트 두채가 있는 것은 압니다.

예금은 전혀 모르고요.

 

그동안 그의 사업이 줄타기 처럼 너무도 어려웠고

직원들 월급을 못 주어 고소당하기도 여러번,

사무실 월세를 못내 이리 저리 쫓겨다니기도 여러번,

돈 천만원만 있으면... 돈 5백만 있으면

당장 일어 설 것 처럼 보이는 때도 있었으나

지금껏 전 단 1원도 보태 준 적 없었습니다.

저도 내가 도와 줄께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기를 수없이 했지만

남자 밑으로 돈 밀어 넣다가

자기 자식 공부도 못시키는 과부들 많이 봐 온 터라

꾹꾹 수없이 눌러 참았습니다.

 

그땐 그의 사업이 조금만 밀어 주면 올라 설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생각이 다릅니다.

5년간 지켜 보았더니 밑빠진 독에 물 붇기더라고요.

어찌어찌 다른 곳에서 융통을 어렵게 했는데

(다 그의 성실함을 믿고 돈 해 주신 분들입니다)

그때 돈 대 준 분들 다 그에게 돈이 물려 못 받고 있습니다.

포기한 사람도 있고요.

만약 그가 실패할 때 나까지 함께 묻어서 넘어지면

그땐 두 사람 인생 다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절대로 앞으로도 안 도와 줄 것입니다.

그는 성실하지만 사업운은 없다라고 보거든요.

 

돈을 빌릴 만큼 주변에서 다 빌린 뒤라

융통할 때가 없던 그는

차마 제게 돈 좀 해 달라 소리는 안했지만

회사 돌아가는 상황, 그 숨넘어 가는 긴박한 이야기들을

상세하게 제게 했고 돈이 아주 급하다는 말만 했습니다.

(제가 먼저 도와 주겠다고 하길 바랬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돈이 없다고 딱 잘랐고

아무리 그가 숨 넘어 가는 상황이 되어도 지갑을 열지 않았더니

이젠 그도 제가 도와 줄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도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니라서

섣불리 돈 이야기를 제게 꺼냈다가는

저와의 모든 관계가 하루 아침에 끝나게 돨거라고 예상하고 있거든요.

 

직원들은 한결같고 성실한 그를 존경하며 따릅니다.

술도 안하고, 담배도 안하고,

여자 나오는 자리에 가도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해서

사람들이 그에게 일 밖에 모르니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묻지요.

 

5년간 그 많은 어려운 고비를 넘어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그 불굴의 정신력과 성실함은 높히 사겠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살 수가 없어 고민이 됩니다.

 

그가 맨몸뚱어리로 와도 밥 먹고 살 수 있는 힘이 제게 있으니

성실하고 홀 몸인 것에 감사하며 결혼을 해야 할지

밥은 먹고 살겠지만 벌어오지 않는 남편과의 사이가

끝까지 좋을 리가 없을테니 그만 두어야 할지요.

 

저도 결혼생활 해 보았던 사람이라

남자가 남자 구실해서 경제적인 것을 감당하지 않으면

본인은 본인 나름대로 열등의식으로 오히려 여자를 누르고

여자는 여자대로 스트레스 받게 되더군요.

 

지금껏 사귀는 5년동안 저희는 딱 한번의 Kiss 밖에는

일절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너무도 저를 품에 안고 싶어 합니다.

그는 성적으로 매우 건강한 사람임에도

결혼 하기 전까지는 관계를 갖지 못한다는

두 사람의 종교적 믿음을 잘 지켜주고 있지만

남자에게 그 부분이 얼마나 힘든지 저도 잘 압니다.

 

그는 저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합니다만

저는 냉정히 저 자신을 볼 때 그를 사랑한다기 보다는

신뢰하고 믿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남편이 되면 성격과 인품에서는 속 썩일것이 없는 사람이라고 보고 있지만

외모나 조건면에서 남자로서의 매력은 없는 사람이라서요.

키가 아주 작고 땅달하며 대머리이예요.

그래서 자기보다 키 크고 날씬한 저를 더 좋다고 합니다.

지금도 제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인다고 고백을 합니다.

 

그외 다른 것은 잘 맞습니다.

가치관, 사고, 삶의 목표등..

휴일에 만나면 함께 교회가고, 조용히 산책하고 같이 책 읽고..

음주가무 싫어하고,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을 가장 행복해 하는 것 까지.

그는 검정고시로 고졸의 학력을 갖춘 것이 마지막이지만

그는 인품적으로는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보다 낫습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거친 말이나 표현이 없고

책이나 신문을 가까이 해서 대화에도 막힘이 없습니다.

제 전남편이 유명한 박사였는데

입만 열면 욕이어서 전 학벌은 상관하지 않습니다.

 

5년간이나 지켜 보았으니 이제 그에게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말 못합니다.

그와 결혼할 것이 아니면 솔직하게 말하고

그를 보내줘야 합니다.

 

참 그의 형편이 너무도 없는 것이 야속합니다.

그의 빚만 없어도, 아니면 한달 조금씩이라도 벌어다 주는

그런 직업만이라도 가졌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있는 그대로 그를 받아들이는 것이 소박한 행복의 출발이 될지,

아니면 시한폭탄이 될지 판단이 잘 안섭니다.

 

생활력, 학벌, 재산, 가문, 그 어떤 것도 갖추지 못했지만

착하고 정직하며 성실한 그.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막상 제 문제가 되니 객관적이고 냉정한 판단이 잘 안섭니다.

지혜로운 아컴님들의 도움의 말씀이 필요합니다.

도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