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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유감


BY 한상군 2006-03-17

   요즘 SBS방송 채널에서 <어느날 갑자기>란 금요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고 한다. 쓰는 사람은 박현주요 연출자는 박영수라고 한다.
   평소 드라마에 별 관심이 없었기에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어떤 이의 귀띔으로 알게 됐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내가 현재 아컴에 연재하고 있는 <현대 중산층 여성의 성적 수난에 대한 보고서>의 첫 서브타이틀이 바로 <어느날 갑자기>라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내게 제보해준 이의 설명에 따르면, 드라마 내용 중 송선미가 남편 이종원의 외도를 인지한 뒤 화를 내며 따질 때 아래와 거의 유사한 다이얼로그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남자가 다 방탕해도 당신만큼은 그렇지 않다 믿었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감쪽같이 나를 속일 수가 있어요?] 

   내가 <어느날 갑자기>에 이어 다음 편 <그토록 오랜 세월>에서 쓴 글은 다음과 같다.

   <이 세상 모든 남자가 다 방탕해도 내 남편만큼은 그렇지 않다 믿었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감쪽같이 아내를 속이고 정부와 놀아날 수가 있단 말인가.>

   줄거리는 또 어떤가. SBS 방송사에서 드라마 홍보차 여러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내건 시놉시스는 이렇다.

   -<어느날 갑자기>는 전업주부인 여주인공이 남편의 외도로 인해 가정의 위기를 겪으면서 사회에 진출을 결심,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내용이다.

   내가 이 작품을 아컴에 연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12월 10일로, 현재 21편까지 연재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SBS 방송사에서 <어느날 갑자기>란 드라마를 방영하기 시작한 것은 올 2006년 2월 24일이다.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까. 현재 내 소감을 그대로 표현하자면 마치 내 집안에 생판 낯도 모르는 도둑이 몰래 들어왔다 나간 것처럼 기분이 찝찝하기 이를 데 없다.
   요즘 <왕의 남자>란 영화가 관객 1200만 명을 동원하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데, 극중에 이런 대사가 20여 차례 나온다고 한다.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하지만 이 대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의 윤영선 교수가 이미 1996년에 <키스>란 희곡에서 썼던 것으로 판명돼, 윤교수는 현재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 그리고 연출자 이준익 등을 상대로 영화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상태다. 소위 원작자에게 사전동의를 구하거나 승락을 받지도 않고 무단으로 작품의 일부분을 영화대사로 도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과실수 하나를 튼실하게 키우려면 물과 거름을 주어야 할 뿐 아니라 주야로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아야만 한다. 그래야 나중에 수확철을 맞아 먹음직스런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키우는 과실수에 물 한 번 준 적도 없는 사람이 그 열매를 슬쩍 떼어간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기분 나쁘겠는가.
   문제는 이런 부류의 파렴치한 도둑들은 배가 고파서 한 두 알 떼어먹는 게 아니라, 아예 전문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남의 열매들을 훔친 뒤 그것들을 제 과일박스에 담아 자기 이름을 붙여 내다판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글 써서 밥 먹는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 무릇 글을 쓰려면 자기 혼이 묻은, 자기만의 글을 쓰라고 말이다. 그리고 쓸 게 없으면 차라리 시골에 내려가 돼지를 키우던지 남의 집 파출부로 나가 땀 흘려 일해라.
   하지만 펜 굴리고 컴퓨터 자판이나 두드리던 손으로 허드렛일인들 쉽겠는가. 돈 쉽게 벌고 싶으면 노래방 도우미나 과부집 접대부로 나서서 술이라도 따르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