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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검열& 에너지 전환


BY 서울늦된새댁 2006-04-04

 

자기검열&에너지 전환



‘자기검열’이란 말이있다. 말 그대로 자기 스스로 자꾸 검열을 하는것이다.

페미니스트로 자처 하면서 이 ‘자기검열’ 프로그램 수시로 돌리게 된다.

주로 페미로서 내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발언을 하고 있는것인가의 문제로.

예를 들면 나도 모르게  ‘남자가 쫀쫀하게...’라는 발언을 하고 나서 아차 싶을때가 있다. 남자는 쫀쫀하면 안되는가? 쫀쫀한 남자도 많지 않은가. 여자는 쫀쫀해도 된다는 말인가. 결국 나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재생산 하는 발언을 나도 모르게 내뱉었다는 자기 검열에 이르면서 스스로 검열을 하고 자책을 하게 된다.(그래 페미로 사는건 무척 피곤하다!)

또 내가 이러다보니 페미라고 커밍아웃 하는순간 주위 사람들(특히 페미들이 어떤 부류인지 좀 아는 남자들)은 페미 앞에서 말 조심하려고 자기검열 프로그램을 가동한 상태로 상대를 하려니 역시 신경이 쓰이고 피곤할것이다. 또 페미 커밍아웃 초창기에는 이런저런 의식 없고 후진(?)발언을 퐁퐁 날려대는 남자를 보면 이런저런 지적을 해댔는데 개중에 맘약한 남자들이 풀이 팍~ 죽거나 혹은 방어기제가 발동해 되려 강한 반발만 사는것같아 말하는 방식을 바꿔보려고 노력하고 있고  상대방이 자기검열 프로그램을 되도록이면 약하게 돌리도록 배려하려고 노력한다.(꼴통 보수 원단 남자들은 자기검열 프로그램 좀 쌔게 돌려도 부족하다!)


이런 얘기를 아침부터 왜하는지 궁금하실텐데.

아컴의 속상방에서 요즘 내가 자기검열 프로그램을 자주 가동하기 때문이다.

아컴사이트 중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이런 저런 삶의 냄새가 진하게 배어나는곳이다 보니 자주 찾는데 가끔은 내가 이런 얘기를 올려도 될까, 글을 쓰다가도 이 구절은 생략할까, 내가 이렇게 쓰면 짱돌 날라오지 않을까 등등.

특히 워낙 다양한 계층이 드나드는 곳이다보니 ‘돈’ ‘경제’ ‘소득’ ‘주택’ 얘기에 무척 조심하게 된다. 또 몇몇 분들이 엄청 예민하게 반응 하는걸 보고 나서는 정말 조심스럽다.



물론 조심해서 나쁠껀 없다. 남 배려해서 나쁠껀 더더욱 없으리라.

근데 어떤날은 원글쓴이들이 이해받지 못하고 너무 부당하게 질책당하거나 익명성을 담보로 자신의 불만, 분노를 툭툭 내뱉는 분들을 보게될 때 씁쓸하다. 안타깝다.

오늘도 아래 어떤분이 30평대 아파트에 살다가 20평대 빌라로 이사를 했는데 여러모로 갑갑하고 심난스럽다는 글을 그저 가벼운 하소연으로 올렸고 별 무리가 없이 이해 될 수 있는글이라 생각됬는데 날선 댓글들이 보인다.

이삿짐 꺼내보면 생각보다 얼마나 많은가, 그 이삿짐 끌고 설계방식이 오래된 빌라 24평으로 가면 처음에는 정말 대책 안나올수가 있고 갑갑하게 느껴질 수가 있다. 살림 해본 사람들이면 충분히 수긍이 가지 않을까. 그래 아컴 이웃들에게 답답한 마음에 한 줄 푸념 올려본것에 대뜸 20평대, 10평대 사는 사람들은 어찌 사느냐, 살림을 하지 말으시라, 굳이 이런글을 왜 올리느냐 반응 하신다. 이 분 반응 아무리 생각해도 까칠하고 오버다.

아컴 속상방은 정말  엄청 속상한 얘기부터 자잘한 고민부터 압력솥을 뭘루 살까요 란 질문부터 별별 얘기가 다 올라오는곳이기도 하다. 충분히 올릴수 있는 글 아닐까.

그리고 더욱 중요한것. 만일 원글쓴분이 ‘무주택 세입자 연대’ 라는 사이트(가정을 하고)에 30평대 내 집살다가 20평대로 줄여왔더니 못살겠다라고 했다면 누구 약올리냐 소리 들을 수 있다. 혹은 본인은 30평대 살면서 20평대에서들 어떻게 사람이 사는지 모르겠다라는둥, 사람이 살곳이 못된다는둥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근데 이런 맥락이 아니지 않은가.


또 어떤 분이 자기의 경험을 얘기하며 남편한테 집문제를 맡겨 놨더니 실수를 해서 아주 한동안 우울해 죽는줄 알았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더니 그에 대한 답글에 어이가 없다, 왜 남편 탓하느냐는 댓글도 보인다. 뭘 그렇게 어이가 없기까지야^^ 집은 부부공동재산이라는 말씀은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이고 듣던중 반가운 소리!^^

근데 우리 사회에서 예금이나 저축등 다소 비중이 약한 재산은 여자들이 관리하고(그나마 이런것도 남자들이 관리하는집도 아직은 많다) 주택같은 부동산, 자동차등에 대한 관리권은 남편한테 있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바깥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남자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 하고 맡기는 경우가 많다. 아마 글쓴 분도 그런 경우였을것이다. 그런데 남편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해 황당한 일을 겪었고 지난한 시간들이 있었을것이다. 그래 원글쓴분이 공감이 형성되어 한마디 쓰셨는데 당신 어이 없다는 반응이 보태진다. 정말 그렇게 이해 받지 못할일일까.


글쎄..나는 이해받지 못할일이라기 보다는 댓글 다는분들이 맘이 안편한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가끔 아컴에 보면 맘 안편한 분들이 사정없이 댓글 다는거 자주 눈에 띈다. 예전에도 어떤 분이 집을 사려고 저축을 많이 하지만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른다 하소연을 하니 그때도 그저 원글쓴 분의 소득이 많은것만 문제삼고 기막히다며 까칠한 반응을 하신 분이 있었고 그 외에도 자주 있었던 것 같다. 맘속의 불만, 화(분노)의 화살의 방향이 꼭 그저 나름대로 속상한 맘 이해 받고자 하는 우리 이웃들에게로 향해야 할까. 번지수 틀린거 아닐까.

불만과 분노를 에너지로 전환해서 더 생산적인 일에 쓰는게 낫지 않을까. 사이버세상은 그걸 가능하게 하지 않는가. 예를 들어 주택문제라면 건교부홈페이지도 있고 청와대 게시판도 있고 주공 홈피도 있고 각종 포탈 사이트 토론방도 있다. 그런데서 아줌마들의 힘을, 분노를 보여주는쪽으로 전환하면 좋을걸 꼭 우리끼리 여기서 흘겨보고 째려보고 치! 치! 거리는걸로 끝내야 할까......

아래에서 지들끼리 도토리 키재기하면서 눈흘기고 째리는 시간에 높은데서 유유자적 구경이나 하면서 지들 맘대로 구워먹고 삶아먹는 사람들 도와주는꼴 밖에 안되지 않을까........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이 겨우 이정도? 설마, 그렇다면 너무 안.타.깝.다.!



아침부터 제가 교통정리 담당도 아닌데 오지랖이 넖은거 같은데요, 너무 안타깝고 심난해서 주절주절 해봤습니다. 비도 오니 학교를 하루 땡까고 놀것인가 말것인가 결정을 못내린채로 ㅎㅎ(비오면 왜 이리 밖에 나가기 싫은걸까요^^)

제가 좋아하는 구절 한마디 남기고 아점 먹으러 가렵니다.




“세상의 여자들이 가져야 하는 분노를 소중히 간직하라. 분노는 행동을 위한 에너지를 일으키는 배터리와 같다”

 

-글로리아 스타이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