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도리& 며느리 도리 vs 사위 도리(?)
“내가 낸다, 왜 처갓집에 와서 돈을 쓰게 하냐”
“나는 사위들이 오면 그렇게 좋더라. 느이 방도 내가 치워놨으니까 자고 가라.
그리고 낼 아침에 연안부두 가서 해물좀 사줄테니 들렸다 가자“
“사위 좋아하는 중국 음식 먹으러 가자”
(이상은 어버이날 친정 아빠 멘트)
“힘든데 비오는날 어떻게 왔어”
“선물도 사오고 밥도 맛있게 먹었는데 용돈을 뭐 따로 줘, 사위 돈버느라 힘든데”
“나는 다른거도 먹을꺼 많어. 느이 남편 그거 맛있다고 하는데 좀 발라줘라”
“내가 사위 좋아하는 무생채랑 열무 물김치 담아놨지”
(이상은 어버이날 친정 엄마 멘트)
이번 어버이날 시부모님은 미국에 있는 친척방문겸 여행차 월초에 떠나신지라 세탕은 면하고 두탕 뛰면서 남편과 제가 들은 ‘말’입니다.
얼마전에 중국에서 들어온 동생내외랑 다시 인천에서 합친 친정 아빠와 친정 엄마를 따로따로 만나서 어버이날 의식(?)을 치르면서요. 어딜가나 참 울 남편 대접 받습니다. 물론 사위노릇 한다고 운전해 내려가, 용돈, 선물, 조카들 어린이날 선물 준비해서 부모님께 즐거움을 드리고 왔지요. 사위 노릇 한거 맞습니다. 근데 좀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우선 돈봉투준비하기, 은행에서 돈 뽑기, 아빠 선물사기, 점심, 저녁 식사 할 식당 예약하기, 조카들 선물 사기 다 제가 했습지요. 아, 물론 남편이 돈버느라 무진장 바쁜거는 맞습니다. 근데 저도 요즘 남편 만큼은 아니어도 아침 8시 30분에 일어나 10시경이면 도시락 싸들고 나가 집에 들어오면 10시쯤 되고 남편 옷다리랴, 집안일 하랴 나름 바쁩니다. 그래도 제가 하게됩니다. 시부모님 여행 가실 때 달러 바꿔드리는게 더 성의를 표하는 것 같아 은행에 들려 준비해놓는다는걸 깜빡해서 남편한테 회사안에 있는 은행에서 달러좀 바꿔오라 전화걸어 제가 챙기니까 울 남편 ‘꼭 달러로 바꿔야 돼? ’ 징징 거리다가 한소리 듣고 바꿔오는걸 하기는 했군요.
그거 빼고 남편이 뭐 했나 따져보니까 부모님한테 드릴 돈 번거, 처갓집에가서 아빠가 사주는 밥먹고(것도 사위 좋아하는 메뉴로) 장인어른 이랑 한잔 하고, 아빠가 치워놓은 방에서 잠자고 담날 또 해장국 먹고 , 엄마랑 한끼 먹고 엄마가 깍아준 참외 먹고. 아빠가 사준 꽃게랑 소라, 장모님이 싸준 김치 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올라오면서 차안에서 어른들이 너무 좋아하신다며 사위노릇 지대로 했다는 생각이 드는지 스스로 뿌듯해 하더군요.
남편이 돈버느라 바쁘다지만 그만큼 바빠서 주말에 빨래개기 말고는 가사노동이 전적으로 제몫인지라 수입의 반은 제 몫이고 제 권리이니 시부모님이나 친정부모한테 드린 돈의 반은 제가 드리는 돈이지요. 이러고도 만일 시부모님이 여행을 안가셨고 외식이 아니라 특별식이라도 해서 먹는걸로 결정됬다면 또 메뉴짜고, 장보고, 요리하는건 제가 할 몫이었겠지요. 남편은 설거지 정도 했을테고. 그리고 메뉴는 시부모님 좋아하는 메뉴였을테구요. 아, 매년 하던대로 서울대앞 화원에 가서 카네이션 꽃바구니도 맞춰 왔었겠군요.
남편과 저 둘다 양가에 자식 노릇 합니다. 인간의 도리이고 예의이고 정을 주고 받는 일이니까요. 여기까지 아무 문제 없고 불만도 없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앗 벨소리.. 낼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