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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된 동창


BY 난 괜찮아 2007-01-28

초등학교때 남자 동창을 만나고 왔어요..

소식이 안됐는데 항상 궁금하긴 했었죠..

어디서 무얼하며 어떻게 살고 있나? ....그러다 우연히 연락이 닿았어요..

근데 너무 유명한 종합병원 의사가 되었더라구요.. 친구를 통해 그 소식을 듣는 순간 힘히 쏙 빠지더라구요..

그랬구나.. 난 겨우 고등학교 졸업하고 시집가서  애들 키운게 전부인데...난 그시절 그애보다  더 공부도 잘했고 잘난척하며 지냈었는데.. 하지만 난 집안형편도 말이 아니 었고 여자란 이유로 고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했는데 ,내가 알기로 그앤 나보다  사는 형편이  낫지도 않았는데..

며칠동안 마음이  착잡하고 내가 너무 안일하게 살아온것 같아 마음이 무겁더라구요..

그러다  생각했어요. 이미 난  나이 40줄에 들어선 지금  절대 흔들리지 않는 불혹의 나이 인데 그럴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겐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두 딸과 남편이  있으니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날 비하하지 말자!!!  

그리고 며칠후 연락이 왔더라구요. 초등학교 동창 몇명과 저녁을 먹을 예정이니  나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난 이왕 이렇게 된것 나가서 인사나 해놓으면 살아가면서 급할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싶더라구요. 눈 찔끔 감고 안면이나 트자..

저녁시간에 맞춰 나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떠들며, 웃으며...

나중에 주위 사람들 아프면 꼭 연락할 테니 모르는 척 말아달라는 약간의 비굴한 부탁까지 잊지 않았죠...그런 내게 그 친군 그렇게  하라며 여유있는 웃음까지 날리더라구요..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들의 물음에 동네  아줌마들과 모여 수다뜨는게  나의 유일한 취미라는 둥 또 주몽의 송일국이 너무 멋있어서 미치겠다는 둥 ..약간의 오버스런 행동으로 일관하며  자리를 지키는  내손에 자기 명함 한장 을 꼭 쥐어주며 그러더라구요.

힘들었던 과거를 같이 나눈 친구로써 꼭 밥을 한번 사고 싶다며 연락 달라며..

자기가 본 어린시절의 난 꿈도 많고 문학적이고 미술에 재능이 있는 너무 예쁜 아이였다고..

 

그날 집으로 오는 버스속에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 꿈많던 소녀는 어디가고 지금의 난 속물 그자체, 나이듦을 감추기 위한 두꺼운 화장, 너무 오랫동안 외출을 하지 않아 급하게 사입어 내몸에 맞지 않는 어색한 외투...진실한 맘으로 축하해주지 못하고 자격지심에 필요없는 말만 하고 돌아오며 스스로 괜찮다고 위로했어요..

삶이 다른걸  뭐.. 난 나대로의 삶이 있으니 상관없다고..

 

바쁘지 않으면 자기 병원 앞으로 와달라는 문자가 며칠 후에 왔더라구요..

나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만나고 오면 내가 또 얼마나 초라해 질까..하지만 생각은 잠시 ..밥을 산다니 먹어주어야 할 것 같아 서..하는 일은 없지만 한 20분 늦게 도착했어요..

도착하니 그친군 역시나 비싼 차를 대기하고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위화감을 느꼈죠...처음 그런 큰차를 타봤거든요...

그리고 도착한 곳은  비싼 고급 스테이크 집...

주문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칼은 어디서 부터 어떻게 순서대로 잡아야 하는지 ...

편안하지 않고 너무 불편해 먹는 둥 마는둥.. 그냥 삼겹살이 나 사주면 잘 먹었을 텐데..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어요.. 이정도면 급할때 모르는 척은 안하겠지....

담부턴 절대 만나지 말아야지 불편해서 밥을 먹을 수가 있어야..

집에 오니 우리신랑이 그러더라구요.. 저녁 잘먹었냐구...

스테이크에서 피가 흘러 입맛에 안맞아 먹지도  못했다구 했더니만  라면이라도 끓여먹으라네요...

그리구 하나더 그 친구가 자극이 되네요..

너무 배우지 않고 살아왔던 나의 삶을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제 부터라도 공부하고 배우는 자세로 내 삶을 채워야 겠어요..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아이들에게도 당당할 수 있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