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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어머니


BY 딸 2007-03-09

며칠 째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고민을 하고, 답답한 가슴을 쥐어 뜯었습니다. 그러나 답은 나오질 않네요. 제가 무얼 잘못한 건지 도저히 알 길이 없다보니 더 그런 것 같아 이곳에 글을 올려 여러분께 여쭙고자 합니다. 대체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주 초, 시어머니께서 지방에서 올라오셔서 이모님댁에서 머물고 계셨더랬습니다. 사정상, 저희가 찾아뵈어야 했습니다. 차라리 잘 됐다 싶었습니다. 어머님께서 저희집으로 오시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아들네 다니러 오시는 걸 어느 며느리가 싫다 하겠습니까. 게다가 저희 어머님, 좋은 분이시거든요.

 

사실 제가 이렇게 고민하는 건 친정엄마와의 문제때문입니다.

어머님께서 오신 걸 알면 친정엄마는 식사라도 대접해야 한다고 나서실테고, 어머님은 그런 걸 불편해 하실테고, 그럼 중간에서 제가 아주 난처할 것 같았거든요. 이미 이전부터 이런 일이 계속 되어 왔네요. 시어머님이 저희집에 다녀가시는 날이면 친정엄마는 꼭 들르시죠.(제가 친정 가까이 삽니다) 어머님이 제게 직접 말씀을 하신 건 아니지만 사돈을 어렵고, 불편해 하는 게 너무나도 확연히 보이다 보니 제가 참으로 난처하더군요. 사전에 전화라도 주면 좋으련만 불쑥 찾아오시니...하긴 전화로 완곡하게 담에 오시라고 말씀을 드려고 무시하고 오시기도 했네요.

 

사돈과 인사하려는 친정엄마가 잘못됐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사돈이 편치 않아 보이면 어느 선에서 적당히 하셨으면 싶은데, 그게 되질 않으시네요. 그저 당신이 좋으면 상대방도 좋을 거라 생각하고 행동하시니 말입니다. 

 

근데 이번에도 그런 문제였습니다. 어머님이 올라오신 걸 안 친정엄마께서 식사대접이라도 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지난 여름, 제 몸간을 해 주신 것도 있고 하니 대접을 해야 한다시면서 말이죠. 이미 여러번 말씀하셨던 거라 그런 말씀이 나올 거라 알고는 있었고, 이번엔 어머님이 저희집을 들르실 일이 없으실테니 그냥 넘기려고 했죠.

 

차라리 그렇게 넘기고 말 걸 하는 생각이 지금은 듭니다만 사실 그땐 매번 이러느니 차라리 지금 그냥 엄마에게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친정엄마에게 말씀드렸죠.

엄마, 뭐 꼭 대접하려고 하실 필요없다. 어머님께서 그런 자리를 되레 불편해 하시고 어려워 하시는 거 같다.

그랬더니 친정엄마, 대뜸, 그럼 사돈끼리 남처럼 지내자는 거냐고 역정을 내시더군요. 그게 아니라 어머님 성격이 원래 그러셔서 그렇다고 말씀드렸는데도 친정엄마는 화를 버럭 내시더군요. 난 네가 내 딸인지 의심스럽다..........고 하시면서. 너와 통화를 하면 짜증난다고 하시면서 전화를 끊어버리셨죠.

 

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얼마나 잘못한 것이기에 당신 딸인 것마저 의심을 받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워낙 친정엄마의 성격이 불같고, 평소엔 좋다가도 당신 신경에 거슬린다 싶으면 바로 화를 내시는 편이라 이번에도 아주 조심스럽게, 친정엄마의 신경을 거슬리지 않게 말씀드린다고 드린 건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지난 며칠 내내, 제 맘은 천근만근이었네요. 무엇이 잘못된 건지도 모른 채, 그저 답답할 따름입니다. 전화를 드려볼까 싶었지만 사실 겁이 납니다. 또 부모 자식의 연을 끊으면 그만이라는 가시돋힌 독설들을 쏟아 놓으실 것만 같아서요.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전 지난 일들이 떠올라 몹시도 괴롭습니다. 엄마가 제게 남긴 상처들이 하나 둘씩 생각나 절 힘들게 합니다. 오늘은 이제 학교들어간 아들녀석의 가방을 챙기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난 이렇게 알뜰살뜰한 보살핌을 받은 기억이 없다는...

 

어찌되었든 엄마가 화가 나셨으니 딸인 내가 풀어드려야만 하는 거라고 생각하다가도 또 한편으론 몹시도 억울하단 생각, 나도 엄마에게 화가 난다는 생각이 보태져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제가 무얼 잘못한 건가요? 제 얘길 전해 들은 친구는 할 수 있는 얘기였다고 하는데...그게 아닌 건가요?? 해선 안될 말이었던 건가요??

정말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