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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친구의 아이를 위한 마음이었는데...


BY 서운 2007-03-26

정말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처음 시집와서 시집살이 견디기 힘들때 힘이 되어 주었고, 임신해서 아무것도 모를때 힘이 되어 주었고, 애낳고 그 친구 덕분에 애기용품 거의 안사고 그친구한테 얻어다 썼습니다.

저희 신랑도 그래요... xx씨는 너한테 물질적으로 헤아릴 수 없을만큼 너 힘들때 힘이 돼준 친구니까, 만나면 니가 밥사라고... 그친구네가 그리 여유로운건 아니거든요

저희 신랑은 월급도 나이에비해 좀 많이 받는 편이고, 전 친정도 잘살아서 시작할때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시작해 나름 윤택하게 사는 편이죠...

제가 워낙 자린고비라 넘들이보면 궁상일지 몰라도-_- 제 스스로는 윤택합니다.

 

저희 애가 또래에 비해 크고, 그친구네 아이는 키는 정상인데 몹시 말라서 길이만 해결이 된다면 옷을 같이 입어도 되거든요ㅜㅜ 근데 그친구는 자기는 여기저기 얻을데가 많고 저는 없다면서 옷을 물려준게 아니고 나눠준거죠..

제가 멀리 이사왔는데 애 둘을 데리고 (저는 애 데리고 나갈 엄두도 못내는데) 씩씩하게 와주고... 심심하다는 투정 한마디에 말이죠

정말 고맙고 따뜻한 친구에요

 

그 고마운 마음 전할길이 없어 걔 아들한테 이것저것 장난감들이며 운동화며 사줍니다.

저희 아들한테는 아직 옷한벌 신발한켤레 사준적이 없거든요...

절대로 제새끼 헌거해주고 넘에 자식 새거해주는 셈이네 뭐 이런마음든적 한번도 없습니다.

다만.. 친구 아들이 이제 5살인데 저만보면 이모 선물사줘 이모 선물은?? 이럽니다.

한번은 저희집으로 전화가 왔더군요... 이모 보고싶은데 언제와?

저 기특한 마음에 보고싶어서 한걸음에 달려나갔습니다. 애 데리고...(그땐 멀지 않은 곳에 살때)

근데 제가 도착하자마자 아~ 마트 가고싶다. 마트가고싶다. 마트가고싶다.

급기야는 웁니다. ㅜㅜ

친구는 그런 아이를 제지할 생각을 않더군요... 저는 제 아이가 아직 돌밖에 안됐지만 투정을 부리면 제 인내심이 허락하면 타이르고,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외면하거든요

아직 어리지만 그릇된 행동을 할때는 엄하게 혼내구요... 제 친구는 그런 절보고 애 잡는다고 뭐라 하던데.. 전 버릇없고 땡깡 많은 아이는 기죽은 아이보다 더 싫어서-_-

그렇다구 저희 애 기가 죽은 것도 아니고... 놀땐 화끈하게 놀아주거든요

 

결국 그날 저도 맥빠지고 해서 마트갈 기분은 안나고... 안그래도 선물하나 사줄게 라고 친구에게 말해뒀던터라 자전거 하나 사줬습니다. 인터넷에서...

근데 인터넷에서 사면 택배아저씨가 물건을 가지고 오잖아요...

그러니 애는 제가 안사줬다고 또 사달라고...

 

이번에도 친구가 장난감이며 옷이며 주고, 제가 애낳고 담이 들어 힘들어하니 부황도 떠주고

저희 애가 다른건 300점짜린데 애가 잠을 잘 안자거든요... 자기가 애 봐줄테니 잠시 눈 좀 붙이라그러고... 제게 이런 친구가 있다는게 너무 고마워서 그만 또 장난감 사줄테니 골라봐라... 근데 xx가 자꾸 나만 보면 선물사달라고 하니까 애 버릇될까 무섭다. 착한일 열번하면 내가 장난감 사준다고 했다그래~ 라고 했거든요

그리고 오늘 걔가 또 선물사달라고 하길래 xx가 착한일 할때마다 엄마가 스티커 줄거야

스티커 열개 모으면 이모가 선물 사줄게~ 라고 하고 새끼손가락까지 걸었습니다.

근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친구 아들이 선물 사내라고 난린거에요

사고싶은게 있었던 모양인데... 친구도 사줄거면 오늘 사주라고

애들은 우리랑 시간 개념이 다른데 하루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겠냐고...

저같으면 기왕 약속한거니 심부름 열번 시키고 그 열번 다 채웠으니 빨리 사주겠다고 하던가 했을텐데...

그래서 제가 나는 내 아이 장난감 사줄때도 그냥은 안사줄건데~

xx는 내 아들이 아니니깐, 니가 알아서 하겠지~ 그래도 기다릴 줄도 알고, 성취감이라는 것도 있고, 오늘 약속한것도 있는데... 했더니 제 친구가 발끈하면서

xx가 참을성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냥 내가 사줄게 이러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난 참을성이 없다고 한적 없다. 하지만 뱉은 말을 지키는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결제할게~ 하고 결제를 했습니다.

 

비싼 장난감도 아니었는데... 참 씁쓸하더라구요

그래도 그 친구는 여전히 제 친구지만...

그 아이는 저를 이미 돈줄로 보고 있는 것같아서 기분이 몹시 안좋습니다.

또 저한테 장난감 사달라고 하면 기분나쁜 태를 숨기지 못할 것 같아요

둘째는 제 아이와 잘 놀아주고, 자기가 가지고 놀던것도 제 아들이 가지고 놀고싶어서 찡찡거리면 (물론 저는 그래선 안된다고 혼내지만) 울지마~ 하면서 손에 꼭 쥐여주거든요

근데 첫째애는 가도 장난감 사달라할때 말고는 자기 혼자 놉니다.

자기 물건 건드리는거 지독히 싫어하고, 애 자체는 굉장히 조용하죠... 순하기도 순해요

엄마인 친구도 어릴때부터 잘 안기지도 않고 젖끊자마자 나몰라해서 서운하다고 하니 성격인거죠~

 

휴... 둘도 없는 친구고

세상 어딜 가도 이런 친구 다시 만나기 힘들다고 생각하거든요?

제친구는 여유롭지 못한데 저는 여유롭게 생활하는 것 같아서 좀... 그친구 자존심 건드릴까봐 조심스러운 면도 있었고 그랬는데 그친구가 한날 그러더군요

내앞에서 조심스러워할거 없다고. 나는 사람 가진걸로 평가하지 않고, 사람 가진걸로 기죽지 않으니까... 너 생활하던대로 생활하라고 그래요

제가 십년넘게 봐온 그친구면 당연히 그럴거에요~ 하지만 그래도 제 마음이 편치 않아 그랬던건데... 제가 혹 불편해할까봐 먼저 배려해주고

그친구가 만일 돈이 필요하다면... 안받을 생각하고 줄 수 있는 그런 친군데

제 마음 몰라주는 것같아 서운하고

저만보면 선물사달라고 하는 걔 아들이 좀 미운데

걔가 나한테 어찌했는데 걔 아들이 미운 맘이 드는거 자체가 좀 죄책감이들고

앞으로는 걔한테 선물 사주지 않을 생각인데, 어찌해야하는지..

욕하셔도 상관 없지만 제 마음을 표현할 길이 걔의 어려움(친구가 형편이 안좋아서 그때그때 월령에 맞는 장난감 못사주는걸 맘아파하거든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 밖에 없었는데... 그럼 이젠 그친구에게 어찌 대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