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나의 존재를 부정한다.집에 오면 바깥 얘기건 자기 평소에 생각한 얘기건 아님 나와 결혼하기 전까지 자라온 얘기건,결혼전부터 지금까지 내게 아무 얘기도 해주질 않는다.물어도 별거 없어 가 다 이다.
애가 없을 때도 집에 오면 티비나 컴퓨터만 보고 있고...결혼 10년이 넘도록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이니 한번도 기억조차 한 일이 없고 내가 좋아하는거 기억했다가 사주거나 해준 적도 한번 없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얘기를 해도 듣질 않는다.내가 그것에 대해 뭐라 하면 네가 알아듣게 얘길 했어야지 하며 오히려 화를 낸다.내가 못 들었네,미안 .이게 아니다.그래서 알아듣게끔 최선을 다해 다시 얘기해도 그나마 듣질 않는다.
자기 물건은 자기가 사야 직성이 풀리고 내가 사온건 손도 안댄다.그래서 신혼 때 제외하고는 남편에 관련된 모든 물건은 남편이 알아서 산다.
자기 물건은 관심도 못 갖게 하고 자기 방은 들어오는 것 조차 기분나빠 한다.
내가 어쩌다 잊어버리고 와이셔츠라도 안 다리면 관둬 세탁소에 맡길거다,하고,자기 옷은 다 손빨래 하라길래 그걸 다 어떻게 손빨래 하냐고 망에 넣고 빨면 안돼 하면, 됐어 내가 빨거야(그러면서 씩씩거리고 빤다.달라고 하면 됐어,그게 끝이다) 그런다.아침엔 밥을 차려놔도 자기는 생식 먹는다고 안 먹고,주말에 내 딴엔 신경써서 밥상을 차려도 쓰윽 보고 반찬이 맘에 안 들면,시켜먹거나 라면이나 먹을래 그런다.
그런던 남편이 애가 하나 둘 태어나면서 애에 관심을 붙인다.
그때부터 남편은 말이 많아졌는데,그건 잔소리였다.
아이 옷에 물만 조금 묻어도 옷 갈아입히라 잔소리,이불 빨래는 매일 해야 했다.코만 조금 나와도 병원 가라고 난리치고,마데카솔 바를 정도의 별거 아닌 상처만 나도 애를 어떻게 봤길래 애가 이 모양이냐고 길길이 날뛴다...그래도 그 정도는 애교였다.
아이가 학교 들어가니 애 사교육 시키는 과목,시키는 방법...조목조목 따지고 든다.애가 열심히 안 하는건 엄마의 역량 부족이라고 날 갈구고,애가 학교가서 친구를 잘 못 사귀는 것도 엄마가 관심이 적어서 그런거라고 날 갈군다.
우리 부부 사이엔 부부만이 할 수 있는 대화라는게 없다.언제나 내가 남편한테 잔소리를 일방적으로 들어야만 했다.
그렇다고 난 내 자신이 생각해도 그렇고 남들이 생각해도 그렇고 살림이나 육아에 관심이 적은 사람이 아니다.어떤 엄마들은 좀 적당히 하라고까지 한다.
그래도 남편에겐 내가 언제나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엄마다.
한때 친정이 가까이 살고 있어서 1~2시간만이라도 맡기고 잠깐 데이트를 할 수도 있었건만 남편은 그걸 원하지 않았다.애들은 어린이집이나 학교 갈 때 외에는 절대 엄마와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남편이 나와 단둘만 시간을 보낼 수 있는건 관계를 가질 때 뿐이다.난 남편과 별로 관계하고 싶지 않다.
남편은 내가 이럴 때만 필요한거 같다.그래서 비참해지기도 한다.꼭 나는 파출부이지만 맘에 안 드는 제 역할 못해주는 무급 파출부,애 봐주는 보모(애들을 보살필 의무는 있으나 아무런 결정권이 없으니) 하지만 맘에 안 드는 보모,섹스 파트너 외에 난 아무 것도 아닌거 같다.
참 나라는 인간도 한심하다.친정도 가난하고 나 역시 아무 가진 것도 재주도 없으니 어디가서 돈을 벌 재주도 없고 그래서 이렇게라도 남편이라는 작자에게 빌붙어 먹는 내 자신이 참 한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