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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난 바보였다


BY 바보 2007-05-23

오랜 결혼 생활 동안 참으로 우울하고 암담한 세월이었다

변호사 말대로 난 개만도 못한 대우 받으며 살아 왔다

 

남편이 처음 폭력을 휘두를 때 단호하게 경고를 했다

한번만 더 폭력을 사용하면 경찰에 고발한다고

두번째 폭력이 왔을 때 난 정말 경찰을 부르고 난리를

쳤다.

 

시모께선 그사실을 알고 시댁 식구 몽땅 몰고 쫓아와서

날 가만 안두겠다며 협박을 하셨다. 막다른 길에 선

난....치사하지만 며느리로써 그동안 해 온일과 아내로써

남편에게 헌신적으로 해 온일을 주욱 나열하면서 공치사를

할수밖에 없었다.

 

아들 성격을 너무 잘 아시는 시모께선 슬쩍 꼬리를 내리시고

시댁으로 부터 구원을 요청 하던 남편도 어쩔수 없이 내게

미안하다며 우린 다시 부부로 살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후로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머리를 쓰기

시작하는데 아내 학대하고 구박하기다.

 

본인 기분이 나빠지면 (스트레스가 쌓이면) 이유없이

생활비 일절 끊기, 집전화와 가족들 핸드펀 끊어 버리기

티비 못보게 없애 버리기, 각방 사용하면서 남처럼 살기...

밤이 새도록 얼굴에 가래침 뱉기, 배로 밀기, 집기 부수기

남들에게 아내에 대한 엉뚱한 루머 퍼트리기

말안하고 쳐다 보지 않기, 도둑으로 몰기

 

남들이 상상할수 없을 정도였다

이게 무슨 부부란 말인가? 원수가 따로 없다.

 

주위분들이 날 보고 한번쯤 멀리 떠나 있어 보란다

그래야 부인 소중 한줄 알꺼라고...

남편이 나이만 먹었지 너무 철이 없노라고

 

하지만 엄마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식을 그런 남편에게

맡기고  집을 나간다는게 보통 용기가 필요 한게 아니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만 터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마 내 자식만 고생 할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 말이 남자가 도박이나 바람, 폭력만 안하면

그냥 살라고 한다.

 

남편의 바람은 그저 심증만 있을뿐이다. 알려고도 안했다

바람? 그거야 무에 그리 대수인가...그러다 말겠지.

가정만 안 버리면 되지. 남편의 지나가는 바람 때문에 소중한 내가정을

버리고 아빠 없는 자녀로 키울순 없다. 물론 말도 안되는 생각이지만

스스로 그렇게 위로 하면서 크게 마음먹기도 했었다. 

경찰 신고로 폭력 버릇도 없어졌으니...

성질 드러운거야 참으면 되겠지...

 

구박할수록 남편 비위 거스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남편 눈치 보고... 입에 혀처럼 음식과 말투에 대해

싹싹하게 굴었다.

남편이 가출하면 몇달씩 기다리고...

 

바보...바보...난... 바보였다.

 

 

부부란....

한 침대에서 아기자기 잠들고 함께 뿌듯한

아침을 맞이 해야하거늘...

차라리 남편이 없는 시간이 마음에 평안이 오고 남편이

있을땐 불안하다. 하지만 아이 데리고 홀로 살아가고픈

마음은 없었다. 어디...누가 이기나...견딜때 까지 견뎌 보자.

 

그렇게 살기를 20년.

 

 

지난 여름 집수리 하느라 자연스레 난 아이 데리고

다른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남편은 그냥 살던 집에서

이방 저방 방을 옮겨 다니며 살게 되었는데

처음에 두달간은 매 끼니 때 마다 내가 있는곳에 와서

식사도 하고 그러더니 그것도 귀찮은지 그냥 혼자서 식사

해결하기에  몇번 "식사 하러 오라 오라..." 하다가

가만 생각해 보니 기회가 이때이다 하는 생각이 퍼득 들었다..

 

 

내쪽에서 먼저 절대 전화 안하기, 식사 안 챙기기

빨래 안해주기, 남편에 대한 걱정 끊기....를 시도 했다

그러기를 석달.

 

이제 집수리도 다 끝났으니 아이데리고 들어 오란다.

그러나 이미 내 마음이 달라져 있었다.

다섯달 동안의 평화가 내 마음을 바꾸어 놓았다.

 

"여기가 편해....속썩히는 남편 없으니 너무 편해서

이젠 함께 살 생각이 없다. 평화가 이렇게 좋은것을

그동안 왜 모르고 살았을까? 난 너무 어리석고 바보였다.

생활비?  안줘도 좋다. 당신 다 갖고 잘 살아라.아이 키우면서"

 

딸아이도 고2가 되었으니 배고프면 라면이라도 끓여 먹겠지

추우면 옷 따스하게 입을줄 알겠지...

드디어 딸아이 소지품을 싸서 혼자 집으로 들여 보냈다.

 

 

이여자가 왠일이야? 하면서 남편이 놀랐을까? 아니면

잘됐다.  이제 이혼해야지 할까?

그러나 난 알바 아니다. 나 혼자 이 평화를 즐기며 살자.

 

남편은 사람이다

나도 똑같은 사람이다. 

나도 내 부모에겐 귀한 딸이어서 곱게 키워 주셨고

교육 다 시켜 주셨다. 

 

왜 나만 참고 살아야 하는가

왜 나만 남자 비위 맞추며 결혼 생활 해야 하는가

그건 단 한가지 때문이었다.

 

자식에게 결손 가정 안만들어 주려는 집념 한가지 뿐이었다.

그런데....그거 다 쓸데 없는 자기도취였던것 같다

 

행복하지 않으면 결혼 생활 할 필요 없다고 누군가 그랬다는데

정말 그말이 맞다.

 

그동안 난 바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