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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어찌해야 하나요?


BY 들떨어진 바보 2008-04-14

조금 있으면 시어머니 생신.

시댁은 3남 2녀의 적지 않은 식구로

어머니 생신은 큰 형님네를 (명절날 차례상을 차리므로) 제외한 나머지 형제들이 나누어 하기로 했다. 

어제 남편 왈,

"이번 엄마 생신은 우리 차례지? 대부도에 민박집 잡아서 토요일은 바베큐 구워먹고 자고, 다음날 서둘러 아침 먹고 낮에 낚시배 빌려 형제들 모두 낚시해서 회 떠먹는 걸로 해야겠어."

"그럼 그 비용은 어떻게 감당하구? "

"어차피 엄마 생신 차릴려면 예상비용이 있을 거 아냐? 30만원이라 치자. 그럼 나머지 추가 비용은 얼마가 되든 내가 내면 되잖아."

"그 비용이 글쎄, 배까지 빌리고 민박에 여러 끼니 식사까지 하려면 150만원 정도? 더 들면 들었지 작게 들진 않아서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그러니까 넌, 원래 비용만 내라니까?"

"아니, 당신은 월급쟁이면서 그 돈을 뭘로 대체한다는 거야? 매달 내가 주는 용돈도 모자란다며 겨우겨우 지낸다놓고...그렇게 큰 지출을 하면서까지 생신을 치뤄야 해?"

"그동안 엄마 생신이라고 해야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밥 한끼 띡- 먹고 헤어지는 거밖에 더 있었어? 이번 기회에 형제들끼리 오손도손 모여 얘기도 나누고 오랜만에 정도 나누면 좋잖아."

남편의 생각이 그르지 않다는 건 안다.

늘 효자다운 생각으로 행동을 해온 신랑이 나쁘진 않은 건 아는데,

같이 사는 나는 가끔 내가 나쁜 사람인가 싶다가도 속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다른 형제들은 늘 제외하고 혼자서 시댁의 모자람과 불편함을 다 해결하려하기 때문이다.

큰 형님네가 우리보다도 더 안정적인데도 불구하고 어렵다는 말 한마디에 나 몰래 천만원이 내려가 나중에 들켰던일.

나도 없이 사는 김치 냉장고를 시부모님 사달라는 전화 한통에 몇 십만원 쓱-

치아가 안 좋아 치과에 가야한다니까 2백만원 쓱-

차가 없어 불편하니 자동차 한대 사달라는 말에 천만원이 쓱-

아무리 맞벌이를 하고 산다해도 우리도 살아야하는데 그렇다고 잘 사는 건 더욱 아닌데.

신랑은 부모님과 형제일이라면 나쁜X들이라며 내 앞에선 욕을 하면서도 해주고 싶어하고, 혼자 모든 걸 다 감당하려한다.

나는 이 사람에게 어떤 존재인가 싶다가도 그래도 나쁜 짓 안 하고 좋은 데 쓰니까

그냥 넘겼다.

그러나 신랑의 그런 행동을 아는 형이나 형님들 잘했다고 안 한다.

효자아들이니까 잘 해보란다.완전 비꼬는 말. 으악 정말 싫다.

어려워 도와줬어도 형님들 나에게 고맙단 말 한마디 없고, 너희는 당연히 그럴 능력이 되니까 했겠지 하며 남의 일처럼 넘겼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고생이 이건 아닌데 싶어  점점 속상함이 커져 지금은 솔직히 적개심까지 생기고 있다. 

왜 울 남편만 이런 생각에 늘 살아야 하는가 말이다.

작년 어머니 생신날,

의정부 형님네에서 행사를 했다.

일명 얌형(얌체 형님)은 몸도 아프고 컨디션도 안좋은 상태로 생신을 치루는 거니, 밖에서 저녁 먹어야겠다며 저녁 8시까지 모이란다. 형제들 모두 같은 지역에 모두 모여 사는 것도 아니고 다들 직장들 가지고 있어 그 시간까지 모이는 건 무리였다.그래서 경상도에 사는 시누이, 회사일 끝나고 가면 10시쯤 도착할 거 같다니까, 그럼 저녁은 알아서 먹고 오라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우리 시어머니, 오빠네 집을 그것도 10년만에 신랑을 데리고 처음 가는데 저녁을 먹고 오라는 건 너무 하지 않냐 다음날 아침 미역국 먹으려면 음식을 할 테니 대강 차려주면 어떠냐고 했더니 얌형에게 얘기 들은 의정부 형 바로 경상도 사는 여동생 회사로 전화 걸어 왜 어머니까지 신경쓰게 말을 했냐며 마구 뭐라구 했단다.

일은 커지고 커져 시어머니 속상함에 생신상 안 받는다며 울고 난리법석.

경상도 시누이 결국 밖에서 밥도 못먹고 거짓으로 먹었다고 했다. 그시간에 낯선 도시에서 먹을 곳도 모르거니와 마음이 마음인지라 그냥 걸렀단다.

오랜만에 만난 형제들 기분 풀자며 술한잔 하자는 소리나왔다. 생신상을 차린다는 사람이 집에 맥주 한 병 준비 안해 손님으로 초대받은 사람이 나가서 안주와 함께 사왔다.

다음날 아침은 진짜 싫었다.

밥 상을 차리는데 반찬과 미역국은 뒤로하고 사람은 15명인데 밥상이 4인용 하나에 겸상(2인용)을 놓길래, 저기 보이는 상을(4인용) 하나 더 놓자고 했더니, 얌형 못들은 척, 3번을 말해도 그대로 밀어부쳐 4인용에서 9명이 먹고 2인용에서 6명이 칼자세로 앉아 밥을 먹었다. 만사가 귀찮다 이거였다. 먹으려면 먹고 말려면 말라는 자세다.

상 하나의 미덕이 너무 그리운 그래서 정말 짜증나는 생신날이 작년 어머님 생신이었다.

이것은 아주 작은 예일뿐.

우리 시댁의 모임은 늘 이런 껄끄러움에 연속이다.

명절이나 생신날 잠잘 곳과 씻을 곳이 마땅찮아 찜질방을 이용하는데,

형제들 돈이 있든 없든 계산은 거의 직장생활을 한단 핑계로 내가 해야하고

어쩌다 만나서 밥이라도 먹을라 치면 사건이 어디서 그리 갑작스럽게 터지는지 계산하려면 사람들 사라져 당연히 계산은 우리의 몫.

그런데 이번에도 그래야하나...

나,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나라는 사람이 그리 모질지도 못하기에, 또 어머님과 형제를 생각하는 신랑의 마음을 알기에 딱 잘라 안 된다고 자르지 못했지만

이번 만큼은 억울하지 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