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시댁의 갈등으로 인해 갑자기 이민을 가게되었을 무렵 남편의 이메일을 통해 몇 년 전 부터 만나던 여자가 있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2년 가까이 만나서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보고했지만 연인 사이는 아니었나봅니다. 그 메일에 마냥 얘기하고 싶은 편안함이 사랑으로 느껴진다고 사랑을 고백하는 여자의 메일을 필두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으니 당신도 욕심껏 살라는 둥, 자기도 여우처럼 살겠다는 둥 우리는(남편과 자신) 둘 다 젊고 강하니 힘없는 여자의 마지막 남은 것까지 빼앗고 싶지 않다는 둥 그러면서도 자신의 꿈이 현모양처라 장보고 요리하고 빨래하는게 너무 부럽다는 둥....
여자로서 무르익을 나이에 사랑을 하고싶었고 과분한 사랑을 받았으나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는둥 홀로이 느껴야만하고 감수해야하는 육체의 변환 너무 감당하기 힘들다는 둥 마흔 넘은 노처녀아니랄까봐 남자를 자극하기위한 어휘는 기본이고 갖은 인생사 도닦은 듯한 멘트와 함께 자신은 방관할수 밖에 없는 입장이니 차선이 있다는 생각에 최선에 소홀하지 않은지 뒤돌아보라는 둥 정말 북치고 장구치고 온갖 속보이는 문장들에 기가 막혔습니다.
중요한건 남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속보이는 문장에 바보같은 남자가 얼마나 감격했을까 하는 것이죠.
맞습니다. 제 남편이 바로 헛똑똑이 바보 멍청이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여자때문에 버릴수 있는 가정이 아니라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만, 남편의 인생에서 최대의 고비를 맞은 시점이라 참고 덮기로 했습니다. "나한테 몬 일 생겨도 자책하지마요, 꼭"이라 온 문자를 보니 남편이 헤어지자고 한 모양입니다.
제가 저의 존재를 모르는 줄 알았던 모양인지 제게 전화를 했더군요.
몇 년 전부터 가까이 지낸 사람이니 헤어져주면 안되겠냐면서요. 창피한건 알기나하는지 이혼을 전제로 만났다나, 아무것도 바라지않는 사랑을 해야겠다고 메일질 할땐 언제고......
아뭏든 그 여자의 전화 한 통으로 남편에 대한 모든 신뢰가 무너짐과 동시에 제 가슴속은 분노의 덩어리가 된 것입니다. 그 여자가 노렸던 대로....
사랑한다면서 어찌 그런 지저분한 폭로 작전을 택했을까요?
남을 이혼시키겠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않던 그 늙은 년은 아무일 없다는 듯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데 저는 아직까지도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사는게 사는것이 아닌 삶을 살고 있군요.
남편에게 모진 소리도 많이 하고 상처되는 말도 많이 하였으나 죽을때까지 잊혀지지도 용서되지도 않을것 같아요.
남편은 말합니다.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저지른 실수를 평생의 주홍글씨로 여기며 비난하는 것이 참을수 없다네요. 용서를 빈다는 문자로 자신의 잘못이 모두 면죄부를 받을줄 알았나봐요. 자긴 다 잊었는데 아니 잊고 싶은데 내가 자꾸 소름끼치는 기억을 상기시켜줘서 괴롭다고 적반하장격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남의 불행을 딛고서라도 자신이 행복해져야겠다는 그 여자, 남의 가정을 깨고자하면서도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는 여자, 그런 여자들은 오히려 맘편하게 잘사는데, 피해자인 저는 오늘도 잠을 이룰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