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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때문에 성질 나 죽겠다.


BY 열불나 2008-08-23

저희 남편은 정말 무쟈게 많이 어지르는 사람입니다.

남자들이 다 그렇지 하시겠지만 저희 남편은 좀 차원이 다릅니다.

옷 벗어서 아무대나 놓고  양말 뒤집어 아무대나 놓고 신문지 흩어놓고...옷도 거의 보물찾기 하듯이 찾아내야 하지만, 이거는 어지르는 축에도 안 듭니다.

가장 애교로 어지르는 정도는,과자나 약봉지 먹고 그 자리에 놓기,택배오면(저희 남편이 택배를 아주 많이 시킵니다-그 내용은 뒤에)박스나 줄 나중에 쓸데 있다고 못 버리게 하거나 애들더러 가지고 놀아라 하고 줍니다(이제는 택배 박스는 당연히 가지고 노는건 줄 알고 애들이 못 버리게 합니다).

치약짜고 뚜껑 안 닫기,로션 바르고 뚜껑 닫지 않고 아무대나 두기(피아노 위에 있다 식탁위에 있다 일정한 장소에 두질 않아요),생수 마신다고 따랐나본데 물병 뚜껑이 어디 갔는지 맨날 찾아야 합니다.변기 물도 잘 안 내리고 자기가 지나다닌 곳은 다 불 켜놓고 안 끕니다.여기까지 잔손가는건 귀찮지만 견딜만 합니다.

문제는 이제 제가 치우면 뭐하나 하는 생각과 치우려면 많은 체력을 요한다는 것입니다.

이 얘기가 무슨 얘긴고 하니,저희 남편 쇼핑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쇼핑하는걸 좋아합니다.마트나 백화점 남대문 동대문 시장까지 가는거 너무 좋아하고(제가 체력이 딸릴 정돕니다),그런데 갈 시간이 없을 땐 퇴근하고 집에 와서 인터넷 쇼핑몰을 기웃거립니다.그래서 산 물건들이 한가득.그 종류는 자기 신상에 대한 물건부터 집안 살림살이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남들은 이런 모습보고 저희 남편을 가정적이라 하는데 저는 남편이 집안살림살이고 반찬꺼리까지 사다놓을 때가 많아서 제 맘대로 살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습니다-이것도 은근 스트레스가 됩니다).

처음 결혼해서 자기 방이라고 따로 정해놓고 거기다 물건 사다 채워놓기  시작하더니 이제 그게 꽉 차고,놓을데가 없으니까 현관 앞에 늘어놓더니 급기야는 베란다까지 꽉 채워놔서 사람 들어갈 틈도 없이 만들어 놨습니다(식탁의자에 자꾸 옷을 겹쳐 걸어놓아서 제가 그거 보기 싫어 식탁의자 없애고 좌식식탁을 쓰는데 이제는 그냥 현관앞 바닥에다 옷을 늘어놓습니다.빨려고 치우려고 하면 또 입고 빨거라고 빨지말라고 자기가 정리할테니까 상관하지 말라고 소리지르고요.그러고서 그 옷 입냐구요.안 치우면 몇날며칠 그 자리에 있습니다).

남편은 사다놓기는 줄창 사다놓는데 정작 쓸데되면 어디에 놨는지 몰라 또 사고 그럽니다.워낙 못 버리게 하고 자기가 사다놓은 물건에 손도 못 대게 해서 거의 버리지는 못 하지만 가끔 파손되거나 한것은 남편 몰래 버리기도 하면서 정리를 해놓고 빈공간을 만들어 놉니다.

게다가 왜 이렇게 밖에서 광고지는 많이 주워오는지 어디 팜플렛이나 광고지,명함들이 있으면 한 움큼 주워오고 버리려고 하면 나중에 볼거고 다 필요한거라고 말하던가 애들 광고지에 낙서하고 놀거나 명함 가지고 장난감 삼아 놀면 되잖아,그럽니다(저희 남편이 사다나른 장난감만도 처지곤란입니다).그러면 애들은 또 버리지 말라고 떼쓰구요.

그런데 이 사람 집에 빈공간이 있으면 허전한가 봅니다.빈공간만 만들어 놓으면 또 채워놓고 채워놓고...또 그 많은 물건 중에 자기 필요한 물건 찾는다고 정리한거 다 헤집어 놓고,가벼운 물건도 있지만 산악자전거 같이 무게가 나가는 것은 들어 옮기기도 힘들고,또 자잘한 물건들 정리하기도 힘들고...이제는 정리하고 치우기도 지칩니다.내가 치워봤자 또 채우고 어질러 놓을텐데 하는 생각에,안 그래도 제가 허리에 디스크가 있어서 베란다 같은데는 자주 치우기도 힘들어서 이제는 반 포기 상태입니다.

그러다보니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문제가 생깁니다.이웃사람들과 오고 가면서 정을 나눠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을 저희집에 오게 하고 싶어도 이런 집안꼴이 창피해서 저희 집에 오라 소리도 못 합니다.그 사람들이 자기네 집에 놀러 오라는데 저희 집에는 오라 소리 안 하면서 가기가 미안해서 알았다고 말만하고 안 갑니다.이러다보니 처음에 좀 친해질만 하다가도 영영 상관없는 사람들이 되어 버립니다(이 동네 3년 살았는데 아는 사람은 있어도 왕래하는 집도 없어요).이런 일도 집에서 전업주부로 있는 저한테는 상당한 스트레스가 됩니다.

이건 도우미 아줌마를 불러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빈틈만 생기면 물건 사다놓느라 아님 물건 찾느라 어질러놓고 자기가 산 물건은 손도 못 되게 하니-손 대거나 물건 쌓아놓은 방에 들어간 흔적만 보아도 왜 들어갔냐고 소리 지르고 집어던지고 장난이 아닙니다)....

그럼 당신이 치워라 하면 어떨 땐 알았어 알았어 말만 하고 안 치우고,어떤 땐 실제로 치우러 방에는 들어갑니다.치우러 들어갈 때는 대개 집에 있으면서 애 같이 보자고 할 때 방 치울거라고 들어가지요.그런데,몇 시간을 들어가서 안 나와서 얼마나 치웠나 보면...아무것도 변화된거 없고 자기가 갖고 있는 물건 중에 자그마한 물건들만 조물럭 거리고 있고,저희 남편이 결혼전 물건까지 다 싸짊어지고 왔는데 몇년전에 메모한 종이,노트 뭐 그런거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저 이런거 때문에 정말 이혼까지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결혼한지 13년 되었는데 이것 때문에 싸우다가 이젠 지쳐 얘기도 안 꺼냅니다.

이렇게 전혀 정리정돈이 안 되는 사람이 어디에 먼지가 앉아 있다거나 씽크대 배수구가 더럽다거나 냉장고 표면이 더럽다거나 이런 꼴은 또 못 봅니다. 닦으라고 인상쓰며 잔소리하고...

저희 시어머니 이런 저보고 제가 집에서 놀면서 안 치워서 그렇다고 저만 타박하십니다.

문제는 이제 아이들도 닮아갑니다.제가 남편의 이런 나쁜 버릇을 알아서 애들만은 그렇게 안 키우겠다 결심하고 한동안 열심히 정리하고 치웠습니다.체념하고 지쳐 나가떨어지기 전까진요.

공부는 보통만 하면 된다,먼저 인간답게 사는게 더 중요하다,늘 정리정돈을 강조하고 살았건만,애들은 돈이 없으니까 물건을 사다 나르는건 없지만,아빠처럼 광고지며 박스며 여기저기 처박아놓고(그런게 책꽂이 속에서 나옵니다),책상서랍 속에서 쓰레기가 잔득 나옵니다.책이나 장남감 말 안 하면 제자리에 안 갖다 놓습니다.그래도 아직까지는 치워라 하면 치우기는 하는데 그건 장난감이나 책 정도지 종이쪼가리나 쓰레기는 안 치웁니다.

큰 아이의 경우 초등학교를 다니는데 학교에서도 그런거 같습니다.애가 책은 좋아하는데 학급 문고 보고 제자리에 안 꽂아놓고 보는대로 책상속에 넣어놔서 어떨 땐 우루루 쏟아지기도 하고,부모 참관 수업등 학교 갈 날이 있어서 가보면 만들기 하느라 오려놓고 버릴 종이 조각들이 책상속에서 나옵니다.

학기 끝날 때마다 선생님들이 생활기록표에 쓰는 말씀들이,학업성적은 우수하나 단체 생활에 있어 지켜야 할 부분에 대한 지도 바람,이겁니다.정리 정돈이 도무지 안된다는거죠.

애까지 이래 놓으니 제가 애 핑계잡고 얘길 했습니다.당신의 이런 모습을 애들이 배운다 애들 교육을 위해서도 자제해달라 하면,자기가 뭘 그렇게 어질렀냐면서 쓸데없이 갖다 붙여서 자기 이상한 사람 만들지 말라고 오히려 버럭 소리지르고 자기가 화를 냅니다.제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런걸 왜 자기한테 갖다붙이냐고 합니다.자기는 자기 자신이 그렇다는걸 못 느끼나 봅니다.아님 저희 남편이 좀 자존심이 강한 편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인정하기 싫은건지...그러기를 10년이 넘었으니 이제 싸우기도 지칩니다.

지금 당장의 마음에는 다 뒤집어놓고 치우고 싶습니다.일단은 허리가 안 좋아서도 힘들지만 한번 쫙 정리해도 그게 몇일 안가면 또 도루묵이 된다는 사실에 또 의욕이 꺾이고 맙니다.

남편 때문에 정말 제가 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