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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이렇게 삽니까?


BY 울보쩡아 2008-09-19

결혼 14년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들입니다.

이젠 편할때도 되었는데 시댁으로 가는길은 여전히 바윗돌이 되어

저를 누르네요.

 

추석전전날 금요일 밤에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차를 타고 시댁으로 가는길...

남편이 시어머님께 전화를 하더니 집에 김치 뿐이라고 저녁 먹고 들어오라고

어머님이 그러신다네요.

콩잎 따느라 반찬이 없다고 하시길래 저는어머님도 저녁 안드시고 계실것 같아서

시장좀 봐서 집에 가서 먹자고 했습니다.

저녁에 두분 아주버님들과 형님 시누이랑 남편도 온다고 하길래

분명히 저녁에 모이면 술이랑 안주가 필요할텐데 큰아주버니께 전화해서 뭘 준비하면 되냐고

전화 드려 보라고 남편한테 얘기하니 남편이 형과 통화하고는 술하고 안주 좀 사가지고 가라고 하더라네요.

그래서 시장 부랴부랴 보아서 시댁에 갔더니 방안에는 콩잎이 한가득이였습니다.

마침 시누이랑 시매부가 아이들이랑 막 도착하더군요.

같이 들어가서 저녁을 먹고 술상 봐주고 저는 콩잎 묶는 일을 하고 있었죠 한참후에 시숙둘이랑 형님이 오셨죠.

그때까지는 화기애애 했습니다.

남자들은 술을 마시고 여자들은 콩잎개고 ...

 

일 마치고 가지고온 선물들을 다꺼내놓는데 울 큰형님이 이번에 집 두채를 팔아서 엄청 큰 아파트를 샀어요 .

형제가 이사를 했는데 가보지도 못하고 저희 형편에 비싼것도 못드리고

생각끝에 큰맘먹고 홈쇼핑에 파는 글라스락 한상자를 준비해서 드렸더니

울 형님은 좋아 하시는데

울 어머님 하시는 말씀이 너거는 집도 없으면서 선물은 뭐하러 사왔냐고 하십니다.

그래도 형젠데 그냥 조그마하지만 준비 했다고 했더만

고개 돌리시면서 혼자 하시는 말씀이 (칫 집도 없는 주제에)...

 

그 말씀이 가슴에 비수로 꼽히네요.

제가 이렇게 집도 없이 사는 이유가 당신 아들 때문이란걸 아시면서도

저렇게 못을 박네요.

울 남편 신혼때부터 아침에 들어가는 직장 틀리고 저녁에 나오는 직장이 틀릴 정도록 들락날락

저 둘째 시숙이 데리고 온 여자때문에 목욕탕 때밀이도 해봤고 여관 청소부터 안해본게 없는데

남편은 그때도 방에 누워서 때밀고 벌어온돈 달라고 해서 자기 주머니에 넣더군요.

만삭의 몸으로 법원 판사 앞에가서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빛 갚겠다고 선서도 했고

그 충격이 너무 컸어 그런지 울 애기 낳고보니 아픈곳이 너무 많아서 3년째 3번의 수술을 받았어요.

이제 남편은 정신 차리고 일은 열심히 다니고 저는 집에서 살림만 해요.

그런데 시어머님이 말씀으로 저를 가끔씩 이렇게 죽이시네요.

 

추석전날 도라지 껍질 벗긴다고 정신 없는데 오시더니만

어제 시장 그렇게 봐왔다고 살림을 그렇게 사니깐 집도 없지 하고는 또 못을 박고 계시네요.

내가 그냥 오라고 했는데 시장봐서 돈 막 쓰고 니는 언제 정신 차릴래...

아휴....

정신 못차릴 정도록 돈 좀 쓰봤어면 좋겠어요.

콩잎따고 음식 만들고 죽도록 일하고 욕은 욕대로 얻어먹고....

울 집안 남자들은 정말 이기주의의 극치입니다.

시집간 시누이랑 시매부는 추석전전날와서 자고 추석전날 자기들 집에 가있다가 그날 저녁에 또와서 놀다가

또 자기들 집에가있다가 추석날도 또오고.

그것도 애들까지 다 맡겨놓고가고..

근데 시누이랑 시매부가 오는건 자기들 형편이 되니깐 오는거겠지 또 애들은 울 애들이랑 친하니간 오는거겠지

자기 시댁은 안가도 되겠지하고 이해를 해버리면 그만인데

울집안 남자들 형님 친정에서 오빠되시는분이 동생 보고 싶다고 꼭 오라고

하는데도 끝까지 안간다네요.

다들 똑 같아 ...

 

집에 오는길에 남편한테 어머님이 장봐오지 말라고 하셨다.

김치뿐이라고 했잖아 하고 물어더만 남편이 하는말

(나는 그런말 한적 없다)이러네요.

12살짜리 울딸도 아빠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고 하는데도 끝까지 고함지르면서

그런말 한적 없다네요.

어휴  (저걸 콱 정신 병원에 쳐 넣어 버릴까보다)속으로 욕이 막 나오는데 그냥 입 닫아 버렸습니다.

 

이번 추석도 열심히 참았습니다.

집에 와서 열심히 참은 저한테 고마워서 눈물이 나더군요.

60평짜리 아파트를 싸시고 시골에 땅이랑 집도 전부다 자기것인 울 큰형님과 아주버님 ....부럽다.

나도 아주 작은 아파트라도 좋으니 내집이란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달셋방에 사는 저한테는 시댁 식구들이 집자랑이랑 재테크에 대해서 얘기할때는 그 자리가 너무나

불편하지만 그냥 웃으면서 뒤에서 열심히 안주 만들고 술나르고 그럽니다.

 

저도 가끔씩 저한테 묻습니다.

너 왜이렇게 사니?

뭐때문에 이렇게까지 사니?

너도 친정이 있잖어 비록 부모님들은 안계시지만 형제가 6형제인데 왜 이렇게 사냐구?

어디가서 혼자산들 이것보다는 잘살건데....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다보면 뇌리에 스치는 그림들이 있어요.

바로 제 아이들입니다.

어린나이에 부모님을 여의고 큰엄마손에 자란저한테 그 고통이 어떤지를 아는데

제 자식들을 그런 고통 속으로 넣을수가 없네요.

나만 참자 나만 참으면 다들 행복한데....

외손주랑 울딸이랑 울면 울 어머님 외손주 편을 들고 3살짜리 울 아들이 울면 버릇없이 키운다고 고함지르시고

11살짜리 시누이 딸이 울고 불고 날리치면 안고 달랜다고 바쁘시고....

신혼때부터 3일에 한번식 전화하셔서 임신 했냐고 물으시고  ㅎㅎㅎ

그래도 12살짜리 울딸이 제 맘을 알아주고 달래 주네요.

 

울 아들 올 겨울에 서울대학병원에서 4번째 수술 합니다.

세상에 태어난지 이제겨우 3년 울 아들 그 수술만 하면 이젠 한참은 걱정 없어요.

저도 내년엔 조그마한 직장이라도 다닐려고 해요.

앞으로 다 잘될거라 믿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