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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한테 정이 안가요.


BY 멍~ 2008-10-14

큰 애 작은 애 다 제가 난 자식이지만 큰 애한테 정이 안 가네요.

큰 애와 작은 애가 좀 터울이 있는 편이라 어려서 거의 외동처럼 컸는데,어릴 때는 걔 하나 뿐이어서 그래도 귀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사랑이 아니라 그냥 책임감이 아니었나 싶어요.

큰 애와 틀어지기 시작한건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예요.아이가 자기 세계 자기 고집이 강해요.호기심도 많고요.시간관념도 별로 없고 정리정돈도 잘 안 해요.아니 너무 심하게 어질러요.말대꾸 꼬박꼬박 하구요.

그런 것들이 학교 생활을 하기에는 참 힘들게 하는 요소더라구요.선생님한테 늘 지적받아 매년 엄마 호출하게 만들고 아이들한테 왕따 당해 친구도 없고, 아이를 생각하면 내가 힘이 되어줘야 하는데 자꾸 맥이 빠져요.말로 타일러도 보고 제가 울면서 사정도 해보고 엉덩이가 멍이 들도록 때려도보고 겨울에 내복차림으로 현관 밖으로 쫓아낸 적도 있답니다.

저희 남편이 저희 큰 애랑 성향이 똑같거든요.저 그런 남편 때문에도 너무 힘들어요.뭐든 상의도 없이 자기 고집대로만 하려고 하고 그게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판단이면 모르겠는데 꼭 이상하게 일을 만들어요.그래놓고 뭐라하면 뭐 싼 놈이 성낸다고 자기가 더 성질내고 난리고,시간관념 없어서 누구랑 시간약속하면 10~20분 정도 늦는건 거의 정시에 간다고 생각해요.정리정돈의 개념은 아예 없고 어지르는 것이 다른 집 남자처럼 양말이나 옷 아무대나 벗어놓고 신문지 흐트러놓는 수준이 아니라 방을 아예 창고를 만들어버리고 물건은 필요없는 것까지 사다나르면서(경제관념도 없어요) 그거 어디있는지 몰라 찾느라고 온 집안 다 뒤집어 놉니다.베란다 창고까지 다 뒤집어놓고 매번 베란다까지 엉망을 만들어 발 디딜틈이 없게 합니다.치우면 되는데 치우고 나면 그게 또 얼마 못 가니까 치우는 사람만 지치고 이젠 치우고 싶은 마음도 안 들어서 저도 안 치웁니다.이런 생활하면서 제가 9번 참다가 1번 말하면 너는 그렇게 불만이 많아서 어떻게 세상을 사냐 이러면서 소리를 지릅니다.

불만 얘기가 나왔기에 하는 말인데,이 사람 세상 모든게 다 불만인 사람입니다.보통 사람들한테는 너무나 당연한게 다 불만입니다.모든걸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자기한테 유리하지 않은건 다 잘못된거라고 생각합니다.세상에서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인줄 압니다.

그런데 웃긴건 이런 불만표출을 그 불만의 대상 앞에선 전혀 표출을 하지 않습니다(그게 계속 관계하는 사람들한테는 그래요,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생전 안 볼 사람 같은 경우에는 별거 아닌거 갖고 멱살잡고 주먹질하고 싸웁니다).남들과 있을 때는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고 집에 무슨 물건이나 음식이 많이 있어서 남들하고 나눠 먹는건 이해가 가는데 일부러 돈 들여서 다른 사람 이것저것 사다줍니다.그 사람이 꼭 필요하다 한 것도 아닌데 워낙 뭐 사는걸 좋아해서 그냥 이것저것 사다가 남들한테 나눠줍니다.사람들은 저희 남편이 뭐든 사다주니 그걸 좋아는하죠.하지만 저희 남편도 역시 친한 사람이 없습니다.제가 알기론 마음을 나눌 친한 친구 하나 없고 한 직장을 15년을 넘게 다녔지만 친한 사람 하나 없습니다.

그러면서 그 불만을 집에와서 저한테 다 풉니다.마누라한테 신경이라도 쓰면서 그러면 모르겠는데 밖에서 남한테 친절하고 퍼주고 그러면서 인정도 못 받고 마누라한테는 남이라도 저리 안 하겠다 싶을 정도로 몰인정하면서 저한테 온갖 스트레스 짜증을 다 풀려고 합니다.불행중 다행인지 남편은 일적으로는 능력이 있어서 한 직장을 오래 다니고 있지만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을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이런 남편의 모습을 큰 아이가 서서히 닮아가고 있습니다.특히 자기 중심적인 생각이 강해서 자기한테 유리한거 아니면 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세상에 불만을 갖는 점이 특히 그렇습니다.

커봤자 저런 인간 되겠구나 싶은게 공부 잘하는 것도 안 바랄테니 제발 그냥 평범하게만 자라라 하는게 제 바람입니다.한편으론 내가 저 애 낳고 직장 그만두고 애만 키웠는데 내 인생 포기하고 저 애한테 내 모든 에너지를 바쳐 뭐 하나 하는 생각이 하면 안 되는데 자꾸 듭니다.아이를 포기할 수 있다면 포기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제는 더이상 아이한테 직접적으로 티는 안 냅니다. 아직까지는 내가 키워나가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마음을 다스리고 있지만 정말 사랑스럽고 정이 가고 그러지는 않습니다.하지만 아이도 느끼겠지요.

작은 아이는 또 정반대예요.인물은 큰 아이보다 못 하지만 배려심 많고 자기 주장은 하되 밉지 않게 하고 누군가가 논리적으로 설득을 하면 자기 의견을 굽힐 줄 알기도 하고 정도 많고 애교도 많고 아이들한테나 어른들한테나 인기가 많고 선생님들도 칭찬만 하시고(아쉬움이 있다면 잔병치레가 많다는거 정도)...

큰 아이를 봐서는 그러면 안되는데 큰 애를 보면 냉한 표정이 작은 애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고 한번이라도 더 껴안아주고 싶습니다.물론 큰 애 보는데서는 티를 안 내지만 큰 애 없을 때 마구 이쁨을 표시합니다.작은 애한테는 이름보다는 우리 이쁜이라고 더 많이 부릅니다.물론 큰 애 안 보는데서만요.큰 애도 느낌으론 알겠지요.

남편은 또 큰 애랑 자기를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어서 큰 애한테 뭐라 하면 자기한테 하는 양 큰 애보다 자기가 더 괴로워하고 성질을 냅니다.그리고 제가 큰 애에게 주의를 주는 상황에서도 큰 애를 두둔하고 어떨 때는 큰 애에게 하는 질문을 자기가 대신 대답하기도 합니다.

남편도 처다보기 싫고 딸은 하루 종일 대해야 하니 의무적으로 친절하게 하려고 하지만 그게 제 맘 속에서 우러나는 행동이 아니네요.

자식이 이렇게 정이 안 갈 수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