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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상담센터에 다녀왔습니다.


BY 김땡자 2008-10-17

가을볕도 너무 좋고 바람도 따뜻하니 어디 여행이라도 가고 싶은 가을날씨인데 제 마음은 먹구름이 끼어 있네요.

이젠 제 스스로도 마음에 병이 온걸 느끼고 자가치료를 할 수 없다는걸 알기에 아는 언니의 소개로 방금 가정상담센터에 다녀왔습니다.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상담센터인데 오늘이 첫째날이라 상담은 거의 없었고 제 상태가 어떤지 그런것만 얘기하고 왔는데도 마음은 한결 홀가분합니다.

지금까지는 친구나, 친정식구나, 친한직장동료에게 얘기하고 흉보고 그 사람들이 맞장구쳐주고 그러는거에 위안을 받으려 지내왔는데 전문 상담가에게 얘기를 했다는것만으로도 뭔가가 이루어진거 같은 느낌이 드네요.

분가를 하면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을까 서로들 기대를 한거였는데 관계가 나쁜 상태에서 안보게 되니까 예전에 서운했던거에 대해 더 원망하게 되고 그럴수록 더 안보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시어머니 내가 잘 모셔야 하는데 하는 양심으로부터의 압박,,그럼에도 도저히 아무것도 할수없는 내 마음상태,,거기다 내편이 아닌 정통 마마보이 남편..

앞으로 상담은 3개월동안 진행될거고 1주일에 한번씩 1시간정도 상담을 받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시어머니나 남편에 대한 원망이 너무 커서 늘 남 탓만 하고 제 마음 스스로를 추스리고 다스리는걸 할수가 없었습니다.

꼭 가슴에 큰 돌덩이를 하나 얹고 사는거 같거든요.

결혼전까지 굉장히 낙천적이고 잘 웃는 성격이였는데 결혼후 딱히 재미있을것도 없고 맛있는것도 없고 무엇보다 웃을 일이 없습니다.

오랜시간 지속적으로 받은 압박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이젠 건강진단에도 몸에 변화가 생긴게 보입니다.

이번에 건강검진 했는데 전화가 왔답니다. 무슨 스트레스를 그렇게 많이 받냐구요. 간 수치가 술믈 많이 마시면 올라가는 수치가 있고 과로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올라가는 수치가 있는데 저는 후자가 너무 높다고 여자분이 무슨 스트레스를 그렇게 많이 받냐고 묻더라구요.

한의원 검진에서도 마음에 울화가 꽉차 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체질인데도 상대적으로 스트레스 수치가 낮아보일정도라고 하대요. 직장생활하는 4,5십대 아저씨들보다도 몸 상태가 나쁘다구요.

열심히 상담 받아서 예전의 저로 돌아가고 싶어요. 무엇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양육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이렇게 우울한 마음으로는 아이들을 이쁘게 키울수 없을거 같아요.

길지 않은 상담이였는데도 대번에 남편이 엄마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든가,,남편을 내편으로 만들지 못한건 본인의 실패라든가 하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아무리 제가 남편한테 엄마로부터 독립하라고 말해도 무슨 말인지조차 알아듣지 못하는데 제말이 맞았다는게 객관적으로 증명된거 같아서 기분이 조금 좋아졌어요.

혹시 저처럼 시집살이로 인해 마음 고생 하시는 분들 참지만 마시고 주위에 무료로 운영하는 상담센터에 가서 응어리 진것도 풀고 또 도움도 받고 해서 우리 건강하게 살자구요!

벌써부터 다음주 화요일이 기다려집니다. 어쩌다가 내가 상담까지 받게 됐나 이런 부정적인 생각 이제 안하려구요.

상담 잘 받아서 건강하게 우리 아가들의 엄마로 다시 태어나렵니다.

기분도 좋고 해서 모처럼만에 아이들 데리고 친정엄마랑 짜장면 먹으러 가기로 했어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우리 며느님들 저녁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