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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이라서...


BY 나무맘 2008-11-12

오늘 낮에 유치원 선생님이 문자를 보내셨더군요. 유치원에서 동요, 동시 발표회가 있는데,  저희집 7살 딸내미가 구연동화 하고 싶은 사람 손을 들라고 했더니 자기가 하고 싶다고 그랬나봐요. 그런데 구연 동화라는게 집에서 엄마가 열심히 연습을 시켜야 하는 거라구 하네요. 유치원 선생님 생각에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잘 봐줄수 없을것 같은데 싶어서 전화를 하셨다구요.

구연동화라는게 책을 읽으면 안되고 외워서 해야 하고, 혹시 까먹으면 생각나라고 그림 같은거 큰 도화지에 그려서 볼 수 있게 준비해주고.... 암튼 쉬운일이 아니더군요. 제가 선생님한테 물었죠. "아이가 너무 하고 싶어하는데, 혼자 연습해보라고 하면 안되는 수준인가요?" 그랬더니 유치원 선생님이 좀 난처해 하시더니 곤란할 것 같다네요.

결국 우리 딸 그냥 동요 하나 부르는거 하라고 제가 타일렀죠. 에지간하면 집에 가서 봐주지 그러냐고 주변 동료들이 한마디씩 거드는데... 자신없이 그러자고 했다가 감당 못하면 안될것 같아서 아예 "엄마가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네가 스스로 할 수 있어야해. 그런데 아직은 네가 어려서 혼자 못하는 것들도 있는데, 그 것들 중에서 엄마가 도와줄 수 없는 일을 함부로 시작할 수는 없어."라고 7살 짜리 붙들고 이야기 했어요.

지금 심정은....  화가 나고, 짜증나요. 유치원에서 7살 짜리가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들로 행사를 구성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네요. 들어보니 초등학교 가면 숙제가 아이 숙제가 아니라 엄마 숙제라고 하던데... 유치원 행사때부터도 아이 혼자 할 수 없는 그런 걸 끼워넣은게 너무 화가 나네요. 저는 헌신적인 엄마는 아니거든요. 전 직장이 끝나고 나면 바로 집에가서 아이 교육에 온통 공력을 쏟아부으며 12시가 넘도록 아이와 씨름하는 그런 헌신이 도저히 발휘가 안되더라구요. 집에가면 쉬고 싶고, 아이한테도 엄마가 직장에서 힘들었기 때문에 이정도는 쉴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 해요. 아이의 성향은 의존적이고 여린편인데, 저는 가급적 네일은 네가 하라고 아이를 몰아세우는 편이죠. 그런데 정말 당황스러운건 유치원에서 하는 행사는 모두 '헌신적인 부모의 도움'을 전제로 하고 있더라는 거예요.

제가 이 한몸 불태워서 아이의 구연동화를 함께 봐줘야 할까요? 그게 옳을지 몰라도 아이들의 행사에 아이의 능력 이상의 훈련을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은 없었으면 해요. 화나는 마음이 잘못되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