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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상태]아이를 만나고 싶은데, 만나도 될까요?


BY 양육권 2009-01-20

저희 부부가 별거한지는 1년이 됩니다.  이곳에 제가 글을 올리게 된 이유는 5살짜리 제 딸때문입니다.

 

 별거 중간에 시어머니와 남편이 저에게서 강제로 딸을 빼앗아갔습니다. 그리고 시댁식구들은 제 딸과 함께 제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모습을 감췄고, 2달여동안 아이의 행방을 알지 못한채 지내다가 우연히 어린이집에서 애 입학문제로 전화를 해 와서 애가 있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 입학시즌을 기다렸다가 애가 입학했다는 정보를 듣고 몰래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이미 원장선생님에게 '만약에 애 엄마가 찾아오면 절대 애를 보여주지 말라!'라는 당부를 해 놓았고 원장님은 보여주길 꺼려하셨습니다. 그래도 제가 계속 간곡히 부탁하자, 창문너머로만 보라며 애가 있는 5세반을 보여 주셨고, 전 아이를 먼 발치에서나마 볼 수 있었습니다. 전 제 아이를 데려가려고 했지만, 원장선생님은  시어머니에게 부탁받았기 때문에 절대 보내 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부탁의 말도 통하지 않아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1주일 후, 2번 째로 어린이집에 찾아가 부탁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더니 결국, 직접 보게는 해 주셨습니다. 아이는 저와 떨어진지 2달 사이에 달라져 있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의 시선을 계속 피하고 말이 없길래 '**야, 잘 지냈어? 엄마 보고 싶지 않았어?'라고 계속 말을 걸었더니, 엄마 보고 싶어하면 할머니에게 혼난다고 대답을 하며 애가 제 눈치를 봤습니다. 시어머니의 불같은 성격을 알기에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했을지는 짐작이 갔습니다.

결국, 전 아이에게 겨우 과자만 쥐어 주고 그 곳을 나와야 했습니다. 이상하게 아이는 울거나 매달리지도 않고 가는 제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눈빛은 끝까지 저를 따라오는걸 보았습니다. 전 일부러 밝은척 미소지으며 '엄마, 다음에 또 올께'하고 돌아섰습니다.

 

 전 친정식구는 물론, 무료법률사무소를 통해 상담과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가 당장 양육권을 가지고 이혼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중요하다던 능력과 돈은 물론이고, 남편과 시댁의 학대에 관한 증거자료를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능력을 기르고 돈을 벌어 양육권을 갖고 이혼하고자 취업과 관련된 공부를 했습니다. 여전히 별거는 유지되었고, 남편과 전화통화를 가끔 했습니다.

 사실, 제가 남편에게 아직 정이 남아 있었습니다. 시댁식구와 같이 살면서 겪은 온갖 고통과 마마보이인 남편의 폭력때문에 5년여동안 수없이 이혼의 위기를 넘나들긴 했지만, 이 모든게 홀시어머니로 인한 불화라는 생각에 분가해서 살아 보자고 여러 번 말해보았습니다. 그러나, 끝내 그는 자기 식구를 버릴 수 없다며 분가를 거부했고 싫으면 이혼해도 좋다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물론, 딸도 절대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보여주면 어머님이 화를 내신다는게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동안 전 매일 딸이 나오는 꿈을 꾸었고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렸습니다. 애초에 이 사람과 결혼하지만 않았다면 내 어린 딸에게 이런 슬픈 운명을 안겨 주지도 않았을텐데...라는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사실, 남편은 이혼남에 이미 아들이 있었고 같이 사는 시댁식구들도 살아온 과정이 그리 순탄치는 않아서인지 폭력이 생활에 배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모든 반대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좋은 사람이라고 믿고 사랑했던 그와의 결혼을 선택했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결국, 연애때는 물론,신혼초부터 딸이 5살이 되기까지 이혼을 생각하지 않고 산 날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힘든것은 시댁식구의 비뚤어진 시선이었습니다. '넌 새엄마니까 항상 **(남편의 아들)에게 친자식보다 더 잘 해 줘야 한다, **(딸)이는 왜 낳았냐? 우리 **(남편의 아들)이만 잘 키우면 됐지.'라는게 남편과 시어머니의 말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딸애는 시댁식구의 관심밖이었습니다. 어머님은 제가 딸을 낳은 첫 날과 돌때 빼고는 한 번도 손녀를 보러 들르거나 전화가 없으셨고, 언제나 큰 애만 걱정하고 챙겨주셨습니다.

처음에 전 시댁이 어떤 시선으로 보든 상관없이 큰 애랑 잘 지냈습니다. 큰 애는 오래 같이 살아온 시댁식구보다 절 더 따르기 시작했는데, 어머님은 큰 애가 '난 엄마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라고 하면 '지 엄마라고 챙겨주는 것 봐라'며 불쾌한 투로 말씀하셨습니다.

전 아이를 친자식처럼 잘 키우고자 하는 마음 반, 시댁식구에 대한 눈치 반으로 한다고 한것이 오히려 어머님은 못 마땅해하셨고, 그 후로 큰 애의 옷차림새며 운동화상태, 가방상태, 공책의 삐뚠 글씨까지 지적하시며 애를 제대로 키우고 있는거냐며 남편에게 닥달을 하셨고, 남편은 또 저에게 무섭게 화를 내었습니다.

그러면서 집안의 많은 물건들이 부서지고, 돌이었던 딸은 놀래서 소아한의원을 계속 드나들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딸을 마치 남의 아이 대하듯 쓸데없이 병원은 왜 다니냐며 또 화를 내었고 짜증의 연속이었습니다.

전 저대로 그런 가정생활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미친척하고 맞대응하려다가도 아이들이 혹여 다칠까봐 두려워서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잘 할께. 아이들이 놀래.제발 그만 해!'라고 빌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그러면서 쌓여가는 마음속의 분노와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몸이 계속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 남편은 저와의 의논은 없이 무작정 시댁식구들을 저희 집에 데려와 살게 했습니다.

그래서 낮에도 마음놓고 외출 할 수 없었고, 혹여 아이와 외출하고 돌아오면 제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나가 있었는지 시댁식구가 매일 남편에게 전화로 보고했습니다. 그러면 남편은 쓸데없이 밖에 왜 돌아다니냐며 집에서 식구들 밥은 챙겨주는거냐고 소리쳤고, 전 또 숨통이 죄어오면서 항상 집에 들어가는 발걸음이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 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볼일이 있어도 집밖으로 안 나가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 언제나 싸움의 구실은 있었습니다.

사실, 큰 애에 대한 미움까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애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만은 그 애의 낮은 성적과 놀기 좋아하는 성격등이 다 내 잘못이었고 야단은 항상 제가 맞았습니다. 그러니, 멋도 모르는 큰 애는 나쁜 버릇이 고쳐질리 없었고, 혹여나 야단을 칠려고 하면 어머님이 나서서 화를 내셨습니다. 전 앞으로 갈 수도, 뒤로도 갈 수도 없는 막막한 상황에 맞닥뜨린 기분이었고, 이런 결혼생활을 할 바에야 죽는 수 밖에는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러나, 남겨질 딸때문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다 잘 한 것은 아닙니다. 시댁식구의 비위를 지혜롭게 못 맞춘 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정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죄, 큰 애를 끝까지 사랑하지 못한 죄입니다. 그 밖에도 시댁입장에선 저에 대한 온갖 불만이 있을 것입니다.

쓰다보니, 장황해졌네요.

제가 고민하는 것은 이렇게 떨어져 있는 동안, 몰래라도 아이를 봐도 되는 것인지입니다. 혹여 보고 싶을 때마다 어린이집에 찾아가는 행동이 그 애를 더 혼란에 빠뜨리고, 시댁식구에게 알려져서 더 미움을 받지 않을까 걱정스럽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아직 어려서 곧이곧대로 말하는데, 작년에 어린이집에서 마지막 보고 온 후, 아이가 집에 가서 '엄마 봤다'고 말해서 할머니에게 굉장히 많이 혼났다고 큰 애에게 전해 들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친정에선 아이를 안 보는게 차라리 서로에게 좋다고 하십니다. 괜히 보면, 아이도 마음이 안 좋을거라는데, 저 역시 항상 아이 생각때문에 고통스러운데, 어린애가 엄마없이 시댁식구들의 눈치를 보며 엄마 보고 싶다는 말도 못하고 사는게 얼마나 힘들까?하는 생각도 들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그 애를 데려갈 수 있을 때까지는 차라리 안 보고 사는게 나을까요? 아니면, 몰래라도 만나는게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