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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집을 나갔습니다.


BY 김땡자 2009-01-30

첫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였을까요..

결혼생활 내내 불편하고 힘들었습니다.

이제 그 끝을 볼거 같습니다.

우리 딸들은 본인이 더 좋아하는 남자 말고 꼭 우리 딸들을 더 많이 좋아해주는 남자에게 시집보내렵니다.ㅎㅎㅎ

전세 얻을 돈이 없어 결국 친정으로 들어가 살게 됐을때 (같이 산지 5개월만에 친정엄마는 막내네 집에 애기 봐주러 가심) 아무리 장모지만 같이 살아보면 저두 불편하고 힘든 점이 있을테니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제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 주겠지 기대를 했었습니다.

어제 남편이 집을 나가기 전 싸우는 중간중간 이런 제 기대는 거의 저 혼자만의 망상이였음을 확인했지요.

아마 울 신랑은 지금도 제가 전화해서 너네 엄마네 집에 1주일에 한번씩 꼭 갈께 소리만 해도 들어올겁니다.

서로를 이해 시킨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저는 저대로 제가 더 많이 참은거 같고 제가 더 많이 억울한거 같고 신랑은 신랑대로 똑같이 생각하고 그렇네요.

올해 4월이면 결혼한지 4년, 햇수로는 5년이 됩니다.

4년이라는 세월이 이렇게 한순간의 감정싸움이 도화선이 되어 무너진다는게 허무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벗어나서 살고 싶습니다.

감정이라는게 무 자르듯 잘라지는게 아니라 마음이 많이 무겁고 괴롭습니다.

시간 지나고 세월 지나면 지금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잘했다고 저 자신을 칭찬할 날이 올거라고 믿으며 살려고 합니다.

마음이 무뎌질때까지 울고 불고 술도 마시고 방황도 하고 미워도 하고 원망도 하고 욕도 하고 내 하고 싶은대로 다 해볼려고해요.

들어오지나 말아야 할텐데 지 엄마 손에 이끌려 올까봐 살짝 겁이 나네요.ㅋㅋ

이제 울 시어머니는 당신 사랑해마지않는 아들이랑 천년만년 알콩달콩 살면 될테지요. 얼마나 좋으실까..ㅠㅠ

나중에 가난하게 살게 했다고(물론 이부분은 아빠가 있다고 달라질건 없겠지만) 아빠없이 살게 했다고 딸들이 원망할까 그게 미안해요.

우리 이쁜 새끼들 이쁘게 키우며 열심히 살아보고 싶은데 오늘은 남편이 집을 나간 첫날이라 그런지 마음이 다잡아지지 않아요.

이따가 퇴근하고 집에 갈때 맥주 한병 사갖고 가야 잠들수 있을거 같아요. 에휴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니 제 안에 있는 강한 모성을 끄집어내야 할거 같네요.